“세금 8억 더 내라” 고지서 받은 한국 축구선수… 날벼락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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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 김영권 종합소득세 소송 상고 기각
세금 8억3000만 원 추가 납부 판결 확정

축구선수 김영권이 종합소득세 8억3000만 원을 납부하게 됐다.

축구선수 김영권. / 뉴스1
축구선수 김영권. / 뉴스1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김영권이 울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소송에서 다툰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영권이 일본에서 뛰던 시기에 한국 거주자였는지 여부였다. 다른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낸 세금을 한꺼번에 묶어 공제할 수 있는지였다. 법원은 두 쟁점 모두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 세금 미공제분, 일본 소득서 빼려다 문제 돼

김영권은 2010~2011년 시즌 일본 FC 도쿄에서 뛰었고, 이후 같은 일본 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로 옮겼다. 2012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중국 광저우 헝다에서 활약했다. 이어 2019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일본 감바 오사카 유니폼을 입었다. 2022년 1월부터는 K리그1 울산 HD에서 뛰고 있다.

소득세법은 국내 거주자가 외국에서 소득을 얻어 그 나라에 세금을 냈을 때 일정 한도 안에서 국내 소득세를 깎아준다. 같은 소득에 세금이 두 번 매겨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한도를 넘어 공제받지 못한 금액은 다음 해 이후로 넘겨 공제받을 수도 있다.

울산HD 김영권이 지난해 9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5-26 ACL 참가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울산HD 김영권이 지난해 9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5-26 ACL 참가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김영권은 2018년 중국에 낸 세금 가운데 6억502만 원을 한도 초과로 공제받지 못했다. 그래서 2019~2021년 일본에서 번 소득을 국내에 신고하면서 일본에 낸 세금과 이 금액을 한꺼번에 계산해 공제했다.

그러나 울산세무서의 판단은 달랐다. 세무서는 2023년 김영권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공제 한도를 나라별로 따로 계산해야 한다며 중국분 이월공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국외 사업장이 둘 이상의 국가에 있으면, 국가별로 나눠 한도를 계산하도록 정하고 있다.

세무서는 같은 해 6월 김영권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통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귀속분이 5억8277만 원이었다. 2020년 귀속분은 1억8373만 원, 2021년 귀속분은 6434만 원이었다. 모두 합친 금액은 8억3083만 원이다. 김영권이 이미 낸 종합소득세 10억7000만 원과는 별도로 부과된 금액이다.

김영권이 내세운 두 가지 주장

김영권은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청구가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김영권은 먼저 자신이 국내 거주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019~2021년에는 일본에 머물며 사회·경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 거주자를 전제로 내린 처분은 위법하다는 게 김영권 측 입장이었다.

김영권은 국가별 한도 방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이 방식은 같은 과세기간에 두 나라 이상에 사업장이 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논리였다. 자신은 중국과 일본에서 뛴 시기가 서로 다르니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세금을 어느 나라에서 떼였는지 구분하지 말고 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같은 결론 나온 이유

1심은 지난해 7월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김영권은 과세기간(2019~2021년) 동안 국내에 주소를 둔 사람으로서 소득세법에서 정한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든 근거는 여러 가지였다. 김영권은 해당 기간 국내에 머문 날이 1년에 183일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와 자녀들은 대부분 국내에 거주했다. 김영권은 일본에서 뛰는 동안에도 국내에 주민등록을 뒀다. 그리고 일본에서 번 돈 대부분을 한국으로 보내 가족의 생활비로 썼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영권이 2023년 3월 20일 오후 경기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첫 소집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영권이 2023년 3월 20일 오후 경기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첫 소집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법원은 한·일 조세조약에 비춰봐도 김영권이 한국 거주자라고 봤다. 김영권이 두 나라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긴 했지만, 인적·경제적으로 더 밀접한 나라는 한국이라는 판단이다. 김영권은 국내에서 부동산을 거래했고 서울의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또한 국내에서 축구교육 관련 업체를 운영했고, 임대업으로도 소득을 얻었다.

1심은 공제 한도도 나라별로 나눠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국납부세액 공제 한도가 다른 나라의 조세정책 때문에 우리나라 세수가 밖으로 새는 것을 막으려고 둔 장치라고 설명했다.

2심도 지난 4월 김영권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김영권이 중국에서 약 43.9%, 일본에서 약 20.4%의 세율을 적용받은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2018년 중국 납부세액 이월분을 일본 소득과 합산해 공제하는 것은 저세율국을 활용한 외국납부세액 과다공제를 차단하려는 시행령 개정 목적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김영권 측은 국가별 한도 계산을 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117조 7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2심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공제 한도 산정 방식을 더 구체적으로 정한 것일 뿐이라고 봤다. 따라서 대통령령에 맡긴 '세액 공제에 필요한 사항'에 들어간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과세기간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선을 그었다. 법원은 국가별 한도 방식이 "반드시 동일 과세기간에 국외 사업장이 둘 이상인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른 과세기간에 두 나라 이상에 사업장이 있었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이 외국납부세액 이월공제에 관한 법리를 잘못 이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뉴스1에 "중국에서 낸 세금 가운데 공제받지 못하고 넘어온 금액을 일본 소득의 공제 한도에서 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 낸 세금은 그 세금을 낸 나라별로 나눠 공제받아야 한다"는 판결 취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