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시간 ‘0분'도 병역 특례…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한 번도 안 뛴 선수 2명 있었다

Google 검색에서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23명 중 7명, 대회 총출전 시간 1시간 미만
'전역모 논란' 박승수, 3경기 출전해 총 17분 소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축구대표팀 가운데 2명은 대회 기간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병역 특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가 19일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출전 시간이 짧은 선수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대표팀 23명 가운데 7명은 대회 전체 출전 시간이 1시간을 넘지 않았다. 이 기록이 알려지면서 병역 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7명은 1시간도 안 뛰었다… 출전 시간 ’0분' 선수도 2명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골키퍼 김민승과 이승환의 출전 시간은 ‘0분'이다. 대표팀이 5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골키퍼 자리는 김준홍이 5경기 모두 풀타임으로 지켰다.

수비수 출전 기록도 짧았다. 박경섭과 최우진은 각각 1경기에 나와 1분씩 뛰었다. 강민준은 1경기에서 6분을 소화했다. 박성훈은 2경기에 출전했지만, 두 경기를 합친 출전 시간은 7분이었다. 출전 시간이 10분에 못 미친 선수만 6명이었고, 이들은 모두 병역 혜택 대상이 됐다.

지난달 22일 오후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럭비 필드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예선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대한민국 박승수가 슛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22일 오후 일본 나고야 미즈호 파크 럭비 필드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D조 예선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대한민국 박승수가 슛을 하고 있다. / 뉴스1

'전역모 논란'을 부른 박승수는 3경기에 나와 모두 17분을 뛰었다. 박승수는 지난 3일 일본과의 결승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 사진이 퍼지면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박승수는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경기 직후 현장에서 팬이 건넨 모자를 받아 썼다고 해명했다. 이어 "벅찬 마음이 너무 커 그 순간 모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출전 조건 사라진 뒤 명단에만 올라도 혜택

이처럼 출전 시간이 짧아도 혜택을 받는 것은 현행 규정 때문이다. 축구처럼 단체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1위를 하면, 선수 개개인의 출전 시간과 관계없이 모두 병역 특례 대상이 된다.

원래는 한 경기라도 출전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병역 혜택을 주려고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선수를 ‘1분 출전'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2020년 이 조건이 아예 없어졌다. 지금은 대표팀 명단에 이름만 올라 있으면 편입 대상으로 인정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례를 받게 된 인원은 축구대표팀에서만 20명이다. 여기에 야구 16명과 농구 8명도 특례 대상에 올랐다. 이 밖에 축구대표팀 23명은 체육인 복지법에 따라 1인당 450만 원씩 모두 1억350만 원의 특별 장려금도 받을 예정이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선수들이 1대0 승리 후 금메달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체육요원 가운데 아시안게임 우승자가 차지하는 몫은 크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78명 가운데 57명이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신이었다. 종목별로는 축구가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예술·체육요원이 곧바로 병역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보충역으로 편입돼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다. 그 뒤 2년 10개월(34개월) 동안 자기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채워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하지 않으면, 그 일수의 5배만큼 복무 기간이 늘어난다. 실제로 2021~2025년 공익복무 시간을 끝내 채우지 못해 편입이 취소된 경우도 7건 있었다.

정치권은 폐지 법안… 한체대 총장 "진로 위해 필요"

정치권에서는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송언석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주는 병역 특례를 구시대적 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성실히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 제도를 폐지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홍철 의원도 예술·체육 분야 병역 특례를 폐지하거나 꼭 필요한 예외만 남겨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 의원은 "예술·체육 인재들이 군복무 중에도 훈련과 창작 활동을 통해 전문성과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복무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반면, 체육계에서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원재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은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병역 특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운동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진로를 위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종목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일괄 적용보다는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론이 축소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지적에는 "국민 여론에 동의하기는 한다"고 답했다.

실제 여론은 축소나 폐지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15명에게 물은 결과,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의 대상과 기준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41.1%였다. 전면 폐지 응답은 32.6%로, 두 응답을 합하면 73.7%에 이르렀다. 현행 유지 응답은 21.5%에 그쳤다.

아시안게임 입상자 특례를 곧바로 폐지하는 방안에는 52.4%가 찬성해 반대(37.9%)보다 많았다. 그러나 제도를 없앨 경우, 국제대회 입상자에게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68.3%로 나타났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방부·병무청 등과 협의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