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칼럼] 프랑스 학생들의 시위, 알고 보니 문제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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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개선 요구, 폭력으로 묻히다
정당한 분노, 정당하지 않은 방식

프랑스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부터 그들의 분노에 공감했던 것은 아니다. 시위의 배경으로 언급된 빡빡한 수업 시간표를 보며 오히려 의아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시험이 끝나면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익숙했던 입장에서 프랑스 학생들의 시간표는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입시 경쟁 속에서 하루 대부분을 공부에 쏟는 일이 당연했던 우리에게 수업 시간이 길다는 불만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간표에 대한 불만만으로 시위의 격렬함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시위의 배경을 더 살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학생들의 불만은 단순히 수업 시간이 길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교사 부족과 낡은 학교 시설, 과밀 학급, 교육 지원 부족에 대한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었다. 지난 10월 8일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한 기술계열 학생이 6개월째 담당 교사도 대체 교사도 없이 졸업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호소한 사례를 보도했다. 이쯤 되면 단순히 학교생활이 힘들다는 불평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학생에게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정작 공부할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학생 개인에게만 돌릴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청년들에게 좋은 대학과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준비하라고 요구하면서, 출발선의 차이나 제도의 부족함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처럼 여길 때가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싶다는 프랑스 학생들의 요구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공감은 약탈과 폭력의 장면 앞에서 멈췄다. 시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부 집단은 혼란을 틈타 상점을 약탈하고 시설물을 파괴했다. 단순한 우발적 충돌을 넘어, 시위 현장의 혼란을 이용한 집단적 범죄 행위까지 나타난 것이다. 교육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왜 다른 사람의 가게를 부수고 물건을 빼앗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정부의 정책에 반대할 수 있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무런 관련 없는 시민이 피해를 입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 가게가 부서진다면 피해를 감당하는 사람은 교육 정책을 결정한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다. 학생들의 미래가 중요하듯 그 사람의 오늘도 중요하다.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의 책임을 조금씩 마주하는 입장에서 이 장면은 더 복잡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이 이해되면서도, 그 과정에서 일상을 위협받는 시민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약탈에 가담한 집단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10월 17일의 대규모 시위에는 교육 문제뿐 아니라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다양한 집단이 합류했다.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낸 학생들과 시위의 혼란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목적과 행동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분노에 이유가 있다는 것과 그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은 어땠을까. 프랑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월 8일 교육부는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 교사 3,000명을 우선 배치하겠다고 발표하고, 학생 의견 수렴과 추가 교육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13일 기준 배치 목표 달성률은 35%에 그쳤으며, 정부가 교육 예산 증액안을 제시했음에도 교원단체와 학생들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위 역시 곧바로 진정되지는 않았다. 13일 전국 시위 참가자는 정부 추산 16만 1,500명으로 전주보다 감소했지만, 주최 측은 오히려 늘어난 48만 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7일에는 여러 사회적 불만이 결합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까지 발생했다. 결국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현장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으며, 정책 발표와 실제 신뢰 회복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남아 있었다.

이번 사태를 보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교육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거리의 폭력에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약속한 대체 교사가 실제 교실에 배치되는지, 부족한 시설이 개선되는지보다 깨진 유리창과 경찰과의 충돌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 역시 별도로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다.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하는 것과 폭력을 용인하는 것은 다르며, 질서를 지키는 것과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는 것도 같지 않다. 정부는 발표한 대책이 실제 교육 환경의 변화로 이어지는지 증명해야 하고,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나은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 목소리를 내는 방식 역시 정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