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일본어 연기,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일본인들 반응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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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가나도 몰랐던 배우, 두 달 400시간 집중훈련의 결과?!

tvN 토일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방송 4화 만에 시청률 1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에 첩보물의 긴장감을 얹은 이 작품은 국내를 넘어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넷플릭스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화제의 중심에는 배우 진선규가 있다. 일본인 권력자 역을 맡아 소화한 일본어 연기가 일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다.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스틸컷.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스틸컷.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은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 16부작 드라마다. 소매치기 이가경(김유정)이 독립운동 단체의 밀정이 돼 조선총독부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국내 시청률이 10%에 근접한 가운데 일본 넷플릭스에서도 순위권에 진입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한국 드라마가 일본 시청자에게 직접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품은 세 갈래의 재미를 한꺼번에 쥐고 있다. 한국인의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하는 시대의 아픔, 밀정의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이 주는 긴장감, 그리고 이가경과 김태웅(박진영)의 로맨스다. 김태웅은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의 양아들이다. 적의 집안에 뛰어든 밀정과 적의 아들이 얽히는 구도여서 매 회 감정선과 첩보 서사가 동시에 움직인다. 16부작 가운데 이제 4화가 지났을 뿐이어서 이가경의 정체가 드러나는 시점과 두 사람의 관계 변화는 이후 회차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사토 신이치 역 진선규, 친근함 뒤에 숨긴 냉혹함

극 중 진선규는 조선총독부 신임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로 등장한다. 상대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다가도 작은 반응 하나를 놓치지 않는 치밀함이 특징이다. 타인의 공포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냉혹함도 함께 갖췄다. 진선규는 이 두 얼굴을 한 인물 안에 담아 새로운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 뉴스1
'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 뉴스1

사토 신이치는 일본의 지배 권력에 충성하면서도 자신의 야망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체제에 복종하는 관료지만 속에는 따로 노리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진선규는 말투와 표정에 권력자의 오만함과 냉혹함을 실어 캐릭터의 위협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일본인 권력자의 사고방식과 행동, 상대를 대하는 태도까지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했던 만큼 일본어 구사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이었다. 언어를 익히는 기술적 훈련과 인물의 내면을 구축하는 연기적 고민이 맞물린 결과다.

"턱 빠질 뻔했다"...일본 시청자 반응

진선규의 일본어 발음은 일본인 시청자 사이에서 먼저 화제를 모았다. 엑스(옛 트위터) 등에는 호평이 잇따랐다. 한 일본인 시청자는 "진씨가 일본어를 너무 잘해서 턱이 빠질 뻔했다"고 적었고, "발음도 지금까지 본 한드(한국 드라마) 중 가장 잘하는 것 같다"는 평도 나왔다.

대사 전달력을 짚는 반응도 있었다. 다른 시청자는 "진선규의 대사가 너무 잘 들려서 깜짝 놀랐다"며 "자막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을 수준"이라고 평했다. 발음의 정확도를 넘어 일본어 모국어 화자가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연기 태도를 높이 산 글도 있었다. "단순히 일본어가 자연스럽다는 걸 넘어, 배역과 시대적 배경에 성실히 마주하는 그 태도 자체를 존중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제목의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라는 궁금증에 대한 답은 일본 현지 반응에서 확인된다. 확인된 반응은 호평이다. 일본어 모국어 화자들이 자막 없이도 알아듣는다고 평가했고, 한국 드라마 가운데 발음이 가장 뛰어난 수준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100일의 거짓말'에서 일본어 연기 선보이고 있는 진선규.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에서 일본어 연기 선보이고 있는 진선규. / tvN 제공

히라가나도 몰랐던 진선규, 일본에서 두 달 하루 7시간

호평 뒤에는 치열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진선규는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일본어 연기를 위해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하며 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1월부터 두 달간 일본에서 살면서 하루에 7시간씩 대본만 계속 외웠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발끝도 못 따라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출발선은 기초 중의 기초였다. 진선규는 "선생님들과 많이 연습도 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모르던 제가 연습을 놓지 않고 계속 해왔다"고 덧붙였다. 일본어 문자조차 몰랐던 배우가 약 60일 동안 하루 7시간씩 대본을 붙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7시간씩 두 달이면 40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현지 일본어 교사들과 수업도 병행했다. 대사를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말의 흐름과 시대적 분위기, 억양까지 익히는 데 시간을 썼다. 언어의 기초부터 시작해 장시간 대본을 익히고 반복 훈련을 거듭한 노력이 화면 속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어졌다.

'100일의 거짓말' 일본어 연기를 위해 일본어를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직접 감사 인사 남긴 진선규. / 진선규 인스타그램
'100일의 거짓말' 일본어 연기를 위해 일본어를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직접 감사 인사 남긴 진선규. / 진선규 인스타그램

진선규가 인스타그램에 직접 남긴 감사 인사

진선규는 최근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촬영 당시 받은 언어 지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드라마의 언어를 전담한 팀을 향해서는 "끝까지 일본인답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현지 연극배우와 일본어 선생님에게도 마음을 전했다. 진선규는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좋은 드라마 속에 믿음 가는 인물로 만들어진 거예요."라며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해요"라고 남겼다. 일본어 연기가 배우 개인의 노력에 더해 전담 언어 팀과 현지 연극배우, 교사로 이어지는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스스로 밝힌 대목이다.

일제강점기 배경 드라마에서 일본인 캐릭터의 언어 완성도는 몰입도를 좌우하는 요소다. 일본인 배역의 대사가 어색하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진선규의 일본어가 일본 시청자에게 자막 없이 이해될 정도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사토 신이치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가경의 잠입 서사를 떠받치는 축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정무총감이라는 직위와 양아들 김태웅이라는 관계가 맞물려 있어 이가경이 사토 신이치의 눈을 피하는 장면이 앞으로 긴장감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일의 거짓말'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 역의 배우 진선규.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 역의 배우 진선규. / tvN 제공

진선규가 연기한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실제로는 어떤 자리였을까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은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 기구였던 조선총독부에서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군정을 제외한 식민지 내정·행정·사법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최고 실무 사령탑이다. 1910년 9월 30일 공포된 칙령 제354호 '조선총독부 관제'에 근거를 둔 직책으로, 일왕이 직접 임명하는 친임관이었다. 친임관은 일본 제국 관등 가운데 최고 등급으로, 일본 본토 내각 각료와 동등한 격이었다. 조선총독을 일본 육·해군 대장 출신 무관이 독점하며 입법·사법·행정과 군 통수권을 행사했다면, 정무총감은 일본 내무성 등 중앙 관료계 출신의 거물급 문관이 주로 기용돼 국무총리에 가까운 역할을 맡았다.

경무국부터 중추원까지, 독립운동 탄압의 결재선

정무총감은 경찰·보안·사상 통제를 맡은 경무국을 비롯해 내무국, 재무국, 식산국, 사법국을 직접 지휘·감독했다. 사상범과 독립운동 세력 검거, 언론 검열, 조세 징수, 토지·자원 수탈 정책 집행의 실질적 결재선이 정무총감을 거쳤다. 칙령 제355호 '조선총독부 중추원 관제'에 따라 총독의 자문 기구인 중추원 의장도 당연직으로 겸임했다. 중추원은 옛 대한제국 관료와 친일 귀족이 속한 대표적 회유 기구였고, 정무총감은 이들을 직접 통제하며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동원했다. 총독이 발하는 제령의 입안과 조선 내 조례·규칙 제정 작업도 총괄해 지배 체제를 제도로 굳히는 역할을 했다.

미즈노 렌타로와 엔도 류사쿠, 기록에 남은 두 인물

대표적 인물로는 제2대 미즈노 렌타로와 제11대 엔도 류사쿠가 있다. 미즈노는 1919년 3·1 운동 직후 사이토 마코토 총독과 함께 부임해 헌병경찰제 폐지와 친일 세력 육성을 골자로 한 이른바 '문화통치'의 정책 틀을 설계했다. 엔도는 1945년 8월 15일 일제 패망 당일 새벽 여운형과 교섭에 나섰다. 일본인의 안전한 귀환과 치안 유지를 대가로 정치범·경제범 석방과 식량 공급 확보를 약속했고, 이 담판을 계기로 건국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100일의 거짓말'에서 진선규가 연기하는 사토 신이치는 실존 인물을 그대로 옮긴 캐릭터는 아니다. 다만 경찰·치안망을 장악하고 독립운동 세력을 옥죄던 정무총감의 실제 위상이 극 중 인물의 배경에 반영돼 있다.

'100일의 거짓말' 명장면. / 유튜브, tvN D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