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10년 동안 37번 사망…또 부활할까, 이번엔 진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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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뇌출혈 사망설, 소문의 진원지는…

“북한 김정은 10년 동안 37번 사망…또 부활할까, 아니면 이번엔 진짜일까”

김정은 자료사진 1. / Alexander Khitrov-shutterstock.com
김정은 자료사진 1. / Alexander Khitrov-shutterstock.com

북한 김정은 죽음을 알린 글이 또다시 국내외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최근 SNS에는 김정은 뇌출혈로 중국 베이징의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는 내용이 번졌고, 다수 외신이 이를 전했다. 국내에서도 포털 검색창과 커뮤니티에 '김정은 사망했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소문의 출처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이 지목됐다.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의 주석을 자처하는 인물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망설과 대역설을 자신의 계정에 올린 전력이 있고, 2024년에 퍼뜨린 시 주석 뇌졸중·혼수상태설도 사실이 아니었다.

셰완쥔은 엑스에 김 위원장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으며 열악한 북한 의료 여건 탓에 중국으로 옮겨졌다가 숨졌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적었다. 이 글을 근거로 김정은 사망일을 특정하려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사망 뒤 딸 주애가 아닌 여동생 김여정이 권력을 장악했다거나, 중국이 주애의 승계를 돕기 위해 병력 9000명을 평양에 투입했다는 주장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의료기록, 실명 목격자, 병력 이동을 보여주는 독립적 자료를 내놓은 곳은 없다. 한국 정부와 안보 당국도 사망이나 대역을 뒷받침할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정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에서 이례적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공개한 가족 동반 사진…찍은 시점 두고 설전

소문이 퍼진 직후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동정을 내보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는 20일 김 위원장이 19일 평양의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을 참관했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리설주, 주애와 함께 여성 외투와 아동용 신발을 살피는 모습이 담겼다. 주애가 분홍색 운동화를 들어 올리자 김 위원장이 들여다보는 장면도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이를 곧바로 믿지 않았다. 과거 촬영분이거나 연출된 사진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얼굴 윤곽과 귓불이 다르다며 대역 배우를 의심하는 글도 올라왔다. 레딧에는 "과거 영상일 수도 있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보도가 최근이라 해서 촬영까지 최근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역설을 입증할 영상 분석이나 원본 사진 대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과거 사진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공개일과 촬영일을 구분해 볼 필요는 있어도, 촬영일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작이라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북한 자료사진. / mr_tigga-shutterstock.com
북한 자료사진. / mr_tigga-shutterstock.com

사망설 사흘 만에 공개된 시진핑 답전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답전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10월 1일 중국 국경절 77주년을 맞아 보낸 축전에 대한 회신이다. 시 주석은 북중이 오랜 기간 서로 돕고 지켜온 친선 관계라며, 두 나라가 산과 강으로 이어져 대를 넘어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답전에는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도 언급됐다. 시 주석은 당시 양국이 관계 발전에 관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이뤘고 전략적 소통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신뢰를 굳히고 실무 협력을 넓히며 조율을 긴밀히 이어가겠다는 입장, 김 위원장이 이끄는 노동당 아래서 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이 새로운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김 위원장 앞으로 직접 회신했다는 점은 베이징 병원에서 숨졌다는 주장과 어긋난다. 다만 정례적 축전에 대한 답례 문서이므로 현재 건강 상태를 입증하는 자료로 쓰기는 어렵다.

북한 웹사이트 40여 곳 먹통…김정은 죽으면 숨기려는 조치?

같은 시기 북한 인터넷망도 말썽이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21일(현지시간) 북한 매체 사이트가 세계 어디서도 열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 시각 20일 오전 11시부터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민주조선, 대외 방송 조선의 소리 사이트가 동시에 막혔다. 내나라, 외무성, 고려항공, 북한 공식 사이트 목록 포털도 비슷한 시각 접속이 끊겼다. 해외에서 접속할 수 있는 북한 관련 사이트 약 40곳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중앙통신 사이트는 20일 잠시 살아났지만, 최초 장애 후 24시간 중 19시간은 열리지 않았다. 사망설을 확인하려는 접속이 몰려 서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부 해킹, 북한 당국의 자체 차단, 김 위원장 신변 정보를 감추려는 조치라는 추측도 뒤따랐다. 김정은 죽으면 북한이 정보부터 틀어쥘 것이라는 시각이 배경이다.

반대 정황도 있다. 노동신문은 웹사이트가 불안정한 동안에도 지면 PDF가 정상 전달됐다. 신문 제작 체계가 마비된 것이 아니라 웹 서버나 외부 연결망만 고장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대외 인터넷망은 과거에도 장애를 겪었다. 접속 장애라는 사실과 은폐용이라는 해석은 별개이며, 현재까지 둘의 직접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 자료사진 2. / favoritesphoto-shutterstock.com
김정은 자료사진 2. / favoritesphoto-shutterstock.com

김여정의 국경 시찰, 승계 준비로 읽어도 되나

김여정의 행보도 사망설과 겹쳐 시선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박정천 국방성 고문, 김여정 노동당 부장, 리일환 노동당 비서, 인민군 총참모부 지휘관들이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클리앙에서는 김여정이 군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며 승계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군권의 비중이 큰 체제에서 단순한 현장 방문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독자적 군 지휘권 행사로 보기에는 정황이 맞지 않는다. 박정천을 비롯한 당·군 고위 인사가 동행했고, 김여정도 김정은이 내린 기존 국경 요새화 지시를 언급했다. 김여정은 21일 담화에서 매체가 시찰 날짜를 20일로 잘못 적었다며 실제 방문은 21일 새벽이라고 정정했다. 우리 군도 감시장비로 김여정 일행의 전방 방문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은 같은 날 10월 중 전 국경선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접근, 한국군의 경고방송·경고사격으로 남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김여정의 군사 역할이 부각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김정은 유고나 권력 이양의 증거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2014년 40일 잠적부터 2020년 참배 불참까지

김정은 사망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는 약 40일간 공개 활동이 끊기며 건강 이상설과 축출설이 불거졌고, 이후 활동이 재개되며 가라앉았다. 2020년에는 김일성 주석 생일을 기리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했다. 집권 후 해마다 거르지 않던 행사여서 신변 이상 추측이 급속히 퍼졌다.

당시 탈북민 네트워크와 일부 매체, 유튜버가 미확인 주장을 쏟아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심혈관 시술 보도가 나왔고, 일부 탈북민 출신 인사는 복귀 불가 또는 사망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 인사는 사망을 99% 확신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중국 군부대가 움직였다는 유튜버 주장도 나왔다.

사망설은 5월 1일 끝났다.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지도자의 공개 활동이 제한적인 환경에서는 신변 이상설이 반복되고, 근황이 나온 뒤에도 새 의혹이 이어진다. 검증 없는 정보가 온라인과 언론을 거치며 커지는 '인포데믹'의 전형적 사례로 평가된다. 해외 매체가 미확인 주장을 보도하면서 일부 내용이 사실처럼 굳어지는 일도 되풀이됐다.

2020년과 닮은 대목은 사망설 직후 북한이 가족 동반 전시회 사진과 영상을 내놓은 점이다. 다른 점은 김여정의 전방 시찰과 인터넷 접속 장애가 같은 시기에 겹쳤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확인된 사실이지만 김정은의 건강 이상에서 비롯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평양 자료사진. / BGStock72-shutterstock.com
평양 자료사진. / BGStock72-shutterstock.com

‘10년간 37번 사망'…풍자 쏟아졌지만 숫자 근거는 없다

반복되는 사망설을 꼬집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정은 37번째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지금 38번째인 건가...?"라는 한 줄짜리 글이 게시됐다. ‘10년동안 37번 사망한 김정은'이라는 제목에 "또 부활하나"라는 문구가 붙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부활남이냐" 등의 반응을 내놨다. 사망설이 돌 때마다 모습을 드러낸 전례를 빗댄 표현이다.

‘37번'은 실제 사망설 횟수를 센 통계가 아니다. 최초 출처도 집계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소문의 반복을 풍자하는 관용적 표현으로 보는 것이 맞다.

반응이 모두 농담은 아니었다. 레딧 북한 토론방에서는 몇 년마다 사망설이 나왔고 매번 허위였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이용자는 언젠가 실제 사망 소식이 전해질 수 있으니 오보와 진짜를 구별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토론방에서는 사망설 게시글이 운영 규정에 따라 삭제된 사례도 확인됐다. 출처와 근거를 갖춘 논의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사망하면 후계는?...BBC "김주애, 권력 기반 취약"

BBC는 21일(현지 시각) 사망설이 되풀이되는 배경으로 후계 구도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이 이어졌지만 김정은 이후는 선대보다 가늠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일성은 수십 년간 아들 김정일을 후계자로 키웠고,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승계 체제는 이미 단단했다. 김정일은 비교적 순조롭게 권력을 넘겨받았다.

김 위원장의 경로는 달랐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을 앓은 뒤 막내아들이던 그가 빠르게 부상했고, 2011년 김정일 사망 무렵 차기 지도자로 공개 지목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후 수년간 권력 공고화에 매달려야 했다.

BBC는 한국 정보 당국이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주애는 13세 안팎으로 추정되고, 북한 역사에서 여성이 지도자가 된 전례는 없다.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적도 없다. 권력 다툼이 벌어지면 강경파가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레딧에서는 김정은 사망하면 김여정과 김주애 중 누가 권력을 쥘지, 당·군이 여성 후계자를 받아들일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이는 가정에 따른 추론이지 실제 권력투쟁의 증거가 아니다.

건강 요인도 거론됐다. BBC는 김 위원장이 과체중에 애연가로 알려졌고, 김씨 일가에 심장 질환과 뇌졸중 내력이 대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2월 김 위원장이 주요 간부에게 저격수보총을 선물하고 사격장에서 저격무기를 쐈을 때는 주애가 저격총을 조준하는 모습이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주애를 전면에 세우는 행보는 최근 공개 활동에서 반복돼 왔다.

BBC는 북한이 여전히 정보의 암흑지대여서 허위 보도가 쉽게 만들어진다고 짚었다. 북한 정권 역시 혼란을 조장하고 실제 상황을 감추기 위해 미끼용 정보를 흘린다는 의심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 뉴스1

남은 변수는 북한의 후속 동정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과 권력 구조는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미확인 주장에 여러 정황이 얹히며 소문 하나가 새 의혹을 계속 낳는 구조다. 현재까지 김 위원장이 숨졌거나 위중하다는 객관적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군의 평양 진입과 김여정의 실권 장악도 마찬가지다. 다만 북한 김정은 죽음설이 2020년처럼 공개 활동 재개로 가라앉을지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단독 일정을 새로 공개하는지, 김여정이 예고한 10월 중 대남 확성기 방송이 실제로 시작되는지에 따라 갈린다. ‘37번째 사망'이라는 풍자가 앞선 사례와 같은 결말로 끝날지는 북한의 후속 동정과 독립적으로 확인되는 정보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