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인천 흉기난동' 최충락, '이 망상' 빠져 다급하게 범행 시작

Google 검색에서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최충락

인천 구월동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를 휘둘러 10명을 살해하려 한 최충락(59)이 가방 밖으로 비어져 나온 칼날을 보고 '곧 경찰에 붙잡힐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에 나선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송치되는 '인천 흉기난동' 피의자 최충락 / 뉴스1
송치되는 '인천 흉기난동' 피의자 최충락 / 뉴스1

인천 남동경찰서는 23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살인미수, 공공장소 흉기소지 혐의로 공소청에 구속 송치한 최충락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최충락은 지난 13일 오후 1시 48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 씨앤씨(see&see) 건물에서 양손에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흉기로 일면식도 없는 이용객 10명을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가운데 8명이 다쳤고, 나머지 2명은 부상을 입지 않았다. 특히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은 19세 여성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최충락은 지난 16일 구속됐고, 같은 날 신상정보도 공개됐다.

■ 장소도 대상도 안 정했는데…가방 밖 칼날 5㎝에 '돌변'

경찰에 따르면 최충락은 범행 당일 오전 집을 나서며 가방에 칼과 망치, 가위, 테이프 등을 챙겼다. 테이프를 여러 겹 말아 미리 만들어 둔 손 보호 도구도 함께였다. 다만 이때까지도 언제, 어디서, 누구를 노릴지는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오전 11시 20분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신형으로 바꾸기 위해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를 찾아 보호관찰관과 면담했다. 이후에는 다니던 방송통신대학교를 찾아 휴학계를 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일과처럼 보였지만, 그의 가방 속에는 이미 여러 개의 흉기가 들어 있었다.

상황이 급변한 건 오후 1시 20분께였다. 인천시청 인근 방송통신대 건물을 나서던 최충락은 배낭에서 칼날이 5~6㎝가량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는 누군가 자신을 신고해 경찰이 곧 들이닥칠 것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최충락은 마음먹은 일을 실행하기도 전에 붙잡히면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릴 기회가 영영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범행을 실행하기로 하고 방송통신대 인근에서부터 무작정 내달렸다. 이어 오후 1시 44분께 눈앞에 보인 복합상가 씨앤씨 건물로 들어가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 건물에는 홈플러스와 다이소, CGV 등이 입점해 있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상가에 사람이 많이 있을 것 같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가방에서 칼날을 발견한 지 불과 2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최충락이 23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인천지방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 뉴스1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최충락이 23일 오전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인천지방공소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 뉴스1

■ "경찰이 나를 원격 조종"…30년 정신질환에 병원과 갈등 겹쳐

경찰은 최충락이 범행 2~3일 전부터 대형 상가 등에서 흉기를 휘두를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누구도 자신을 돕지 않으며,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세상에 자신의 피해를 알려야 한다는 망상에 빠졌다는 것이다.

최충락은 30년 전부터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증세가 악화한 계기는 병원과의 갈등이었다. 그는 지난 7월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에서 무좀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을 주장하며 합의를 요구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8월부터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업무방해와 흉기소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병원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재산을 압류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급격히 커졌다.

망상은 점점 구체적인 형태를 띠었다. 경찰 측은 "피의자는 경찰이 자신을 원격 조종하고, 병원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감시하는 등 병원을 중심으로 공권력이 결탁했다는 망상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누군가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큰 사건을 일으켜 억울함을 토로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8월부터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감, 우울증, 공황장애 등이 심해졌으며, 지난 7일에는 정신의료기관에서 관련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병원 측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검토한 사실은 없었다.

최충락은 범행 당시 현금 68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의 한 금은방에서 금과 은을 3000만원에 팔았는데, 병원이 민사소송을 걸면 계좌에 든 예금을 빼앗길까 걱정돼 들고 다녔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도피 자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뚜렷한 직업이 없던 그가 거액의 현금을 지닌 채 휴학계까지 낸 점을 두고 도주 계획 여부도 들여다봤지만,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도주 계획을 인정했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한때 어린이집을 범행 대상으로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앞선 조사에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스스로 생각을 접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최충락이 어린이집 2곳 앞을 지나가긴 했지만 머뭇거리거나 배회한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사이코패스 기준엔 못 미쳐…’치명상' 노리고도 "죽일 생각 없었다"

최충락은 범행 당시 오른손에 직접 만든 '보호 도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테이프를 여러 겹으로 말아 만든 이 도구를 손에 낀 뒤, 흉기를 쥐고 다시 테이프를 감아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강해 보이려고 영화에서 본 보호 도구를 테이프로 말아서 만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충락은 경찰 조사에서 "깊게 찔러 치명상을 입히려고 손 보호 도구를 착용했다"고 말하면서도 "피해자를 공격할 때 부위와 강도를 조절했다.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고 모순되는 주장을 펼쳤다.

경찰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흉기를 미리 준비하고 손 보호 도구까지 만든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범행 일시와 장소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한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에 따른 계획범죄로 결론 냈다. 앞서 경찰이 전자발찌 위치추적 자료 최근 3개월 치를 분석했을 때도 범행 장소를 미리 답사한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반사회적 성향을 확인하기 위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에서는 40점 만점에 25점 미만의 점수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통상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로 분류한다.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였지만 사이코패스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은 셈이다. 경찰은 오랜 정신질환과 망상이 범행의 핵심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과 범행 도구를 준비한 정황 등을 종합하면 망상에 빠진 최충락이 이상동기에 따른 계획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 흉기 든 채 보호관찰소 통과…금속탐지기는 1월부터 꺼져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는 보호관찰 당국의 허술한 관리 실태도 드러났다. 최충락은 2차례의 살인미수 전력을 포함해 벌금형 이상 전과가 10범에 이르며, 범행 당시에도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경찰이 CCTV를 분석한 결과 최충락은 범행 당일 오전 칼과 망치, 가위를 지닌 채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의 문형 금속탐지기를 그대로 통과했다. 그러나 탐지기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보호관찰관 2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결과, 보호관찰소 측은 직원과 민원인이 드나들 때마다 알림음이 울려 불편하다는 이유로 올해 1월부터 탐지기 전원을 인위적으로 꺼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흉기를 소지한 사실을 사전에 알아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내용을 법무부에 통보하고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살인미수 전력자가 흉기를 품은 채 보호관찰관과 마주 앉아 면담을 하고도 아무런 제지 없이 걸어 나갔고, 보호관찰소를 찾은 지 2시간 20여 분 만에 참극이 벌어진 셈이다.

최충락 역시 경찰 조사에서 "초기에는 신체 수색도 했는데 최근에는 수색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 당일 흉기를 가져갔는데 탐지기가 울리지 않았다"며 "면담하는 동안 흉기가 발각될까 봐 떨렸다"고 진술했다.

한편 최충락은 이날 송치 전 인천 남동경찰서 앞에서 '의식불명 상태인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선의의 피해자들께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선의의 피해자가 누구냐"는 물음에는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