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이용 현실화·돌봄 국가책임 강화" 최현덕 남양주시장, 국회에 제도개선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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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규제는 풀고 돌봄 부담은 나누고

농지 규제에 따른 농업 현장의 불편은 줄이고, 급증하는 장기요양급여 비용은 국가가 더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왼쪽)이 지난 9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에게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왼쪽)이 지난 9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에게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남양주시가 농지 이용 규제와 노인 돌봄 재정 부담이라는 두 현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에 잇따라 제도 개선을 건의하며 지방행정의 현실을 반영한 법령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농업인의 영농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집중되는 돌봄 비용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남양주시는 최현덕 시장이 정부 건의에 이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농지 관련 법령과 장기요양급여 비용 분담체계의 개선을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현장에서 드러난 규제 문제를 보완하고, 고령화에 따라 늘어나는 장기요양 재정 부담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농지 전수조사 후속 대책…현장 여건 반영한 규제 정비 요구

남양주시는 농지의 투기적 소유를 막고 실제 경작자 중심의 이용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2026년 농지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해 기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 농지의 30.6%에 해당하는 1만3990필지가 소유상한 초과, 불법전용, 불법 임대차 등 부적합 의심 필지로 분류됐다.

시는 지난 8월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 이·통장 등을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를 열어 조사 계획과 현장 심층조사 절차를 안내하고 주민 의견을 들었다. 현재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부적합 의심 필지를 대상으로 현장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와 불법행위는 엄정하게 확인하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농업 현장의 애로와 지역 여건도 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지 이용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정책 취지를 살리면서도 실제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과 불가피한 사정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시장은 이달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19명에게 서한을 보내 농지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해야 할 네 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개발제한구역 내 농작업 편의시설 설치 기준 정비,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지정 목적을 고려한 농지법 적용기준 마련, 공익사업 예정 지역 농지에 대한 행정처분 유예 검토, 체험·치유농장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 근거 마련 등이 핵심이다.

우선 농지법상 허용되는 화장실과 주차장 등 농작업 편의시설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설치에 제약을 받는 문제를 지적했다. 농업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이라도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령에 명확한 허용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다. 농지법에서 허용하는 시설이라도 다른 법령의 규제로 설치가 어려운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지정 목적을 고려한 농지법 적용기준도 건의했다. 남양주 전역은 외국인의 주택 취득과 관련해 허가가 필요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시는 이러한 지정 취지를 고려해 내국인이 소유한 농지까지 일률적으로 투기 유형으로 분류하기보다는 실제 이용 상황과 위반 경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농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관행적·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는 계도와 제도 개선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이와 함께 수용·보상이 예정된 공익사업 지역의 농지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유예를 검토하고, 체험·치유농장 운영에 필요한 체험·교육공간과 안전한 주차공간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농지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유지하면서도 영농과 농촌 체험 활동에 필요한 시설까지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장기요양급여 예산 2년 새 47% 증가…국가 책임 확대 촉구

최현덕 시장(오른쪽)이 권칠승 정책위의장(왼쪽)과 만나 장기요양급여 등 남양주시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최현덕 시장(오른쪽)이 권칠승 정책위의장(왼쪽)과 만나 장기요양급여 등 남양주시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남양주시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또 다른 현안은 장기요양급여 비용 분담 문제다. 시에 따르면 도비를 포함한 장기요양급여 예산은 2024년 514억원에서 올해 755억원으로 2년 사이 약 4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시설급여 예산은 458억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시는 이러한 부담이 지역 내 노인인구 증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남양주시 노인인구는 14만3793명으로 경기도 내 7위 수준이지만, 시설급여 부담액은 도내에서 가장 많다는 것이다. 2025년 말 기준 관내 노인요양시설은 135곳으로 경기도 전체 시설의 8%를 차지한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적 특성과 요양시설 증가 등에 따라 다른 지역 수급자의 시설 입소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현행 비용 분담체계도 시가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일반 의료급여는 국비 80%, 지방비 20%로 분담하지만,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수급권자의 장기요양급여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한다. 경기도에서는 시설급여 비용을 도와 시·군이 각각 50%씩 나누고 있다.

문제는 의료급여수급권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해 주소지를 옮기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기요양급여 부담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양시설이 많이 분포한 지역은 다른 지역 수급자의 입소에 따른 재정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어, 지역별 시설 분포와 수급자 이동에 따라 재정 부담이 달라지는 구조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장기요양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돌봄 비용을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노인 돌봄이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비용 부담 역시 국가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 시장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 정책위원회에 이어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장기요양급여 비용 부담을 국가사무로 전환하거나 국비 지원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농지 규제와 장기요양 재정 문제는 분야는 다르지만, 현행 제도가 지역의 현실과 지방재정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현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양주시는 농지 이용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영농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장기요양급여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책임 분담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이 지난 8월 열린 ‘농지 전수조사 권역별 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조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이 지난 8월 열린 ‘농지 전수조사 권역별 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조사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현덕 시장은 “농업인이 필요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고, 늘어나는 요양급여 비용은 국가가 책임지고 부담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건의 내용이 법령 개정에 반영되도록 정부·국회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