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이 뚫렸다... 심상찮은 이탈리아 상황

Google 검색에서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고물가·주거난에 분노한 이탈리아 청년들, 거리로 나섰다

고물가와 주거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유럽 전역으로 번진 가운데 2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도 경찰과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콜로세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행진하고 있다. / 일 마티노(Il Mattino) 유튜브 영상 캡처
이탈리아 로마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콜로세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행진하고 있다. / 일 마티노(Il Mattino) 유튜브 영상 캡처

로마에서는 오후 레푸블리카 광장에서 출발한 행진이 해 질 무렵 경찰과의 대치로 이어졌다. 허가받지 않은 학생 행렬 1000명가량이 행진 경로를 벗어나 콜로세움 쪽으로 향했다. 일부는 출입구를 밀고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가 긴장 속에 빠져나왔다. 시위대는 이어 테르미니역으로 몰려갔다. 경찰은 역을 폐쇄했다. 시위대는 역 출입구를 향해 돌을 던졌다. 산타 수산나 광장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병을 던지자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진압에 나섰다. 로마에서는 복면과 장갑, 마스크 등을 지닌 젊은이 43명이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행진하는 가운데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고 있다. / 'Tag24'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탈리아 로마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행진하는 가운데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고 있다. / 'Tag24'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밀라노에서는 대학생 수천 명을 포함해 약 1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행진은 코르소 베네치아에서 경찰과 맞닥뜨렸다.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행렬을 막았다. 시위대는 "우리는 모두 반파시스트다"라고 외쳤다. 팔레스타인 국기와 "미래는 우리의 것"이라고 적힌 피켓도 보였다. 밀라노에는 폴고레 공수여단 병력 500명을 포함해 군경 1400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두오모 광장과 지하철역에서 검문을 벌였다. 두오모 광장 상공에는 헬기가 떴다. 두오모 광장의 백화점 라리나센테를 비롯한 상점 상당수는 문을 닫거나 일찍 영업을 끝냈다. 진열창에 나무판을 댄 명품 매장도 있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시장은 앞서 상인들에게 "문을 닫지 말라"고 당부했다. 밀라노에서만 2885명이 신원 확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3명이 체포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콜로세움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행진하고 있다. / 일 마티노(Il Mattino) 유튜브 채널

밀라노에서는 앞서 지난 17, 18일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진 바 있다. 생활비 부담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에 복면을 쓴 젊은이 수백 명이 끼어들었다. 이들은 두오모 광장 주변 상점 진열창을 부수고 물건을 털었다. 경찰을 향해 폭죽과 돌, 병도 던졌다.

토리노에서는 시위대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사진을 불태웠다. 이들은 포 거리로 향하다 막아선 경찰을 향해 조명탄과 병을 던졌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짙게 뿌리며 맞섰다. 볼로냐에서는 2000명가량이 중앙역으로 향하다 최루탄과 물대포에 가로막혔다. 피렌체 시위대는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30분 넘게 경찰과 대치했다. 이들은 이후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 입구를 막았다. 파도바에서는 시위대가 기차역에 진입하려다 물대포에 밀려났다. 파도바 경찰은 틱톡에 퍼진 시위 참여 독려 글을 보고 나온 14~17세 청소년 4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복면과 폭죽을 갖고 있었다. 제노바에서는 데 페라리 광장에서 즉흥 행진이 시작돼 점점 세를 불렸다. 실비아 살리스 제노바시장은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

이탈리아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밤까지 전국에서 4292명이 신원 확인을 받았다. 경찰서로 연행된 인원은 371명이다. 이 가운데 110명이 미성년자였다. 체포된 인원은 9명이다. 다만 지난 주말 같은 대규모 약탈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24일(현지시각) ‘10월 17일 운동’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 'Tag24' 유튜브 영상 갈무리

멜로니 총리는 "시위할 권리는 언제나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멜로니 총리는 "일부 폭력 세력이 충돌과 소요를 일으키려 했음에도" 치안을 지켜낸 경찰에 감사를 표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경찰이 폭력 세력을 고립시키고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피안테도시 장관은 앞서 "치외법권 지대는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비토리오 피사니 경찰청장은 "우리는 시위대와 시민의 상대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파투엘리 이탈리아은행협회(ABI) 회장은 "젊은이들이 꿈을 잃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파투엘리 회장은 이번 시위가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며 고학력 청년들의 해외 유출 문제를 짚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도심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와 각종 깃발을 흔들고 있다. / 로컬팀(Local Team)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도심 광장에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와 각종 깃발을 흔들고 있다. / 로컬팀(Local Team) 유튜브 영상 갈무리

수사 당국은 지난 주말 폭력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10월 17일 운동'을 겨냥하고 있다. 이 단체는 시위를 앞두고 보호 안경과 카피예(아랍 전통 스카프), 후드티, 주방용 장갑을 챙기라는 지침을 돌렸다. "도시마다 광장 세 곳에서 모이고 장소는 마지막 순간에 알리겠다"는 공지도 냈다. 밀라노 검찰은 이 단체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든 인물로 지목된 유세프 시헤르(30)를 범죄 선동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밀라노와 몬차 등 20여개 도시에서 150건 넘는 압수수색을 벌였다. 주이탈리아 러시아대사관은 소요 사태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남부에서는 화물차 기사들이 경유 가격 급등에 항의하며 며칠째 도로를 막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슈퍼마켓 진열대가 비기도 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24일(현지시각) 시위대가 건물 출입구 앞에 모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로 스피페로(Lo Spiffero)' 유튜브 영상

유럽 다른 나라들도 들끓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 추산 41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체포 인원은 1000명에 육박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연금 보장과 공공부문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약 2만5000명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연금 인상률을 실제 물가에 연동하고 최저연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는 주택난 항의 시위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시민들이 정부의 임대료 인상 상한 완화와 세입자 퇴거 절차 간소화에 반발해 도심을 행진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청년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쐈다. 일부 시위자는 도로 표지판을 던졌다. 스쿠터와 자전거에 불을 지르는 시위자도 있었다. 리에주에서는 학생들이 교육비 부담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다. 벨기에에서는 바르트 더베버 총리 정부의 긴축 예산안에 반발한 노조 파업도 잇따르고 있다.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는 학생들이 교육 투자 확대와 등록금 인하, 에디 라마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알바니아 시위는 재러드 쿠슈너가 추진하는 해안 리조트 개발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쿠슈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일부 시위대는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