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독감 환자 급증…65세 이상이라면 알아둘 심혈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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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3.7배 급증한 독감, 심장질환자는 왜 위험한가?
고용량 백신이 독감 입원을 31% 줄인다는 연구결과
올가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빠르게 시작되면서 65세 이상 고령층과 심혈관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건강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독감은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켜 심근경색과 심부전 등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예방접종과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
9월부터 독감 유행주의보…의심환자 전년보다 3.7배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11일 0시부터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번 절기 유행주의보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내려졌다. 유행주의보는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유행 기준을 넘는 등 정해진 발령 요건을 충족했을 때 감염 확산에 주의를 당부하기 위해 시행한다.
질병관리청의 의원급 의료기관 표본감시 결과를 보면 2026년 39주차인 9월 20~26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3.0명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의 9.0명과 비교하면 약 3.7배 수준이다.
최근 4주간 의사환자 분율도 꾸준히 높아졌다. 36주차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이었고, 37주차 31.0명, 38주차 32.3명, 39주차 33.0명으로 증가했다. 의사환자는 인플루엔자가 확진된 환자만을 뜻하지 않는다.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등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나타낸 환자를 포함한다.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기간에는 고위험군이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만 보여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처방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심장·폐 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를 서두르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이 심근경색·심부전 위험 높이는 이유
독감은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감염되는 질환이지만, 몸 전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감염으로 염증 반응이 커지면 혈관 안쪽에 쌓인 죽상경화반이 불안정해지고 혈전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혈전이 심장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심박수와 산소 요구량이 증가하는 것도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이미 저하된 사람은 발열과 탈수, 호흡 곤란 등이 겹치면서 심부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을 앓고 있다면 독감 감염을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이유다.
고령층은 나이가 들면서 면역 기능이 변화하는 면역 노화를 겪는다. 면역 반응이 젊은 성인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도 많다. 감염 후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해외 연구에서도 독감 유행과 심혈관질환 사망 사이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독감 발생이 증가한 시기에는 심혈관질환 사망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독감 발생률과 심근경색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관찰 결과만으로 모든 심근경색이 독감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개인별 위험은 기존 질환과 감염 중증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곽경근 대한내과의사회장은 고위험군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감염 예방뿐 아니라 기저질환 악화 위험을 낮추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층은 면역 노화와 만성질환으로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고, 심혈관질환자는 감염이 심장과 혈관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량 독감 백신, 고령층 입원 위험 감소 연구
고령층의 면역 반응을 고려해 개발된 백신 중 하나가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일반 표준 용량 백신보다 항원 함량을 높여 면역 반응을 강화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고용량 백신이 모든 고령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접종 대상과 백신 종류는 연령과 건강 상태, 국내 허가 사항 등을 고려해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고용량 백신의 임상적 효과를 살펴본 대규모 연구도 발표됐다. 국제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FLUNITY-HD 분석은 65세 이상 약 46만6000명을 대상으로 고용량 백신과 표준 용량 백신의 입원 관련 결과를 비교했다. 연구에는 여러 독감 유행 절기에 걸쳐 진행된 두 임상시험의 자료가 포함됐다.
연구 결과 고용량 백신은 표준 용량 백신과 비교해 실험실 검사로 확진된 독감으로 인한 입원을 상대적으로 31.9% 줄였다. 독감 또는 폐렴으로 인한 입원은 8.8%, 심폐질환 관련 입원은 6.3%, 전체 입원은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관련 결과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연구에서는 모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상대적으로 6.6% 감소했고, 호흡기질환 입원은 6.5% 줄었다. 심부전 입원 감소율은 21.3%로 보고됐다.
이 수치는 고용량 백신 접종군과 표준 용량 백신 접종군 사이의 상대적 차이를 나타낸다. 접종자의 입원 위험이 모든 상황에서 해당 비율만큼 줄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연령과 기저질환,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 접종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상대적 감소율뿐 아니라 연구 대상과 비교군, 실제 입원 발생률도 함께 살펴야 한다.

백신 선택은 연령·질환·허가 사항 함께 고려
고용량 백신을 비롯한 독감 백신은 제품별 허가 연령과 접종 대상, 항원 구성 등이 다를 수 있다.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선택할 때는 해당 절기의 국가예방접종 대상 여부와 의료기관의 공급 상황, 개인의 건강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노피의 ‘에플루엘다프리필드시린지’는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 제품이다. 다만 특정 백신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된 고용량 백신인지 여부는 최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정보를 기준으로 확인해야 하며, 제품의 허가 사실과 모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곽 회장은 65세 이상 고령층과 심혈관질환자처럼 감염 후 입원이나 합병증 위험이 높은 사람은 백신 선택 시에도 중증·입원 위험 감소와 관련한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의 연령과 기저질환에 맞는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접종과 함께 손 씻기, 기침 예절, 실내 환기 등 기본적인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 발열과 기침, 인후통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는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