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맞아?... 급기야 '와인'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도수가 낮아진 소주

Google 검색에서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와인 도수와 같아진 소주... 순함 뒤 숨은 수익성
저도주 열풍 타고 출시된 '찰랑'... 과연 성공할까

급기야 소주와 와인의 도수가 같아졌다. 오비맥주가 90여년 맥주 외길을 벗어나 처음 국내에 내놓은 소주 '찰랑'에 대한 이야기다. 찰랑의 알코올 도수는 15도다.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를 비롯해 웬만한 레드와인과 맞먹는다. 회사는 '순한 소주'를 앞세운다. 소주 업계의 계산법을 들여다보면 이 순한 맛 뒤에는 꽤 쏠쏠한 숫자가 숨어 있다.

오비맥주가 만든 소주 '찰랑'. / 찰랑 인스타그램
오비맥주가 만든 소주 '찰랑'. / 찰랑 인스타그램

찰랑은 출시 한 달 만에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있다. 한국경제가 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찰랑은 전국 2848개 식당과 주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서울 강남 120여곳, 종로 80곳, 홍대 약 60곳, 제주 134곳 등이다. 부산에서 찰랑을 파는 매장은 1곳이다.

찰랑은 지난달 28일 공식 출시된 제로슈거 소주다. 제주 동부 화산암반수에 용암해수소금을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5도는 참이슬 후레쉬, 처음처럼, 새로 등 시중 주요 소주의 15.7도보다 0.7도 낮다. 대전·충남 지역 소주업체 맥키스컴퍼니의 '선양'이 14.9도로 더 낮지만 전국 시장을 놓고 겨루는 대형 업체 제품 가운데서는 찰랑이 가장 순하다.

소주의 역사는 곧 도수를 깎아 온 역사다. 1924년 처음 나온 진로 소주는 35도였다. 1965년 30도, 1973년 25도로 내려간 뒤 '소주는 25도'라는 공식이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 공식은 1998년 23도 참이슬이 나오면서 깨졌다. 이후 21도, 19도대, 17도대, 16도를 거쳐 15도대까지 왔다. 100년 사이 도수가 20도 넘게 빠진 셈이다.

15도라는 숫자는 소주보다 와인에 더 가깝다. 일반 와인의 도수는 12~14도 안팎이고 15도 안팎의 와인도 드물지 않다. 찰랑 한 병(360㎖)에 든 순수 알코올은 54㎖다. 14도짜리 와인 한 병(750㎖)에 든 알코올 105㎖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찰랑 한 병을 비우면 와인 반 병 남짓을 마신 셈이다. 오비맥주의 주력 상품인 4.5도짜리 카스 프레시와 비교하면 도수는 3배를 조금 넘는다. 소주 대신 찾는 술로 꼽히는 청하와 견줘도 될 정도다. 롯데칠성음료 청하이 도수는 13도. 찰랑보다 고작 2도 낮다.

도수가 내려가면 소비자의 취기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주류업체의 원가도 함께 줄어든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어 도수를 맞춰 만든다. 주정을 덜 넣을수록 도수가 낮아지고 원재료비도 덜 든다.

오비맥주가 만든 소주 '찰랑'. / 찰랑 인스타그램
오비맥주가 만든 소주 '찰랑'. / 찰랑 인스타그램

알코올은 덜 들었지만 소비자가 내는 값은 그대로다. 오비맥주는 찰랑의 공급가를 다른 소주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찰랑을 처음 선보인 서울 용산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한 병에 5500원을 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내고 알코올은 덜 마시는 셈이다.

오비맥주는 저도주 트렌드를 내세운다.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술을 덜 마시는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9~29세 가운데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시는 비율은 56.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순한 술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해서 15도 소주가 곧바로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소주다운 맛과 존재감을 기대하는 소비자도 많다. 도수를 낮출수록 소주 특유의 맛이 옅어진다는 점은 15도대 제품의 한계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와인 수준까지 내려간 도수로 소주 애주가의 입맛을 잡을 수 있을지가 찰랑의 숙제다.

외형 확장도 아직 갈 길이 멀다. 3000곳에 육박한다는 취급 매장 수는 지도에 표시된 매장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오비맥주는 출시 당시 식당과 주점 8000~9000곳 입점을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취급 매장은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초기 물량의 약 90%를 수도권에 집중한 탓에 지방 판로는 사실상 비어 있다.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 채널 진출 여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었다. 국세청 통계 기준으로 2019년 91만5596㎘였던 출고량은 2024년 81만5712㎘로 5년 새 10만㎘ 가까이 빠졌다. 오비맥주의 본업인 맥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 163만7000㎘보다 7% 넘게 줄었다. 지난해 판매량 기준 소주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66.2%, 롯데칠성음료가 17.6%로 두 회사가 8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줄어드는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파고들 틈이 넓지 않다. 오비맥주 앞에 놓인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