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책임 안 물었는데... 공정위, 삼성전자에 과징금 200억 부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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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 최적화 기능인 GOS(Game Optimizing Service)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내외 소송이 모두 끝나고 소비자 신고까지 취하된 사안을 4년여 만에 다시 문제 삼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뉴스1
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뉴스1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1·S22 시리즈와 태블릿 갤럭시 탭S8 시리즈를 광고하면서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GOS 개별정책이 작동해 기기의 최대 성능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표시광고법상 '기만적인 표시·광고'로 판단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 광고 기간은 2021년 1월 15일부터 2022년 3월 21일까지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GOS는 게임의 체감 성능을 향상하고 게임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기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소송이 모두 종결되고 소송 참여자들이 제기한 공정위 신고도 취하된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했다.

GOS는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기기의 발열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은 고사양 게임처럼 높은 연산이 계속 필요한 작업을 오래 하면 기기가 뜨거워진다. 발열이 심해지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배터리 소모가 빨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저마다 발열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GOS가 이런 문제를 막아 게임을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기능이었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GOS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2월 12일 GOS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조정 결정에서 GOS 개별정책이 발열 억제와 배터리 성능 유지, 안정적인 초당 프레임 수(FPS)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스마트기기의 성능은 클럭 속도뿐 아니라 발열과 배터리, 프레임 안정성 등을 함께 따져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소송은 갤럭시 S22 구매자 약 1800명이 2022년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광고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원고들이 낸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삼성전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는 서울고법 민사12-1부의 강제조정 결정을 원고와 조정참가인 1690명 가운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3월 18일 조정이 확정됐다. 같은 날 소비자들이 공정위에 냈던 신고와 민원도 모두 취하됐다.

해외 소송도 모두 마무리됐다.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 4건 가운데 3건은 원고가 스스로 소를 취하했다. 나머지 1건은 합의로 끝났다. 이스라엘 소송도 지난 9월 원고가 소를 취하하면서 종결됐다. 한국과 미국, 이스라엘에서 제기된 소송 8건이 모두 끝난 셈이다.

삼성전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발 빠르게 대응했다.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CPU·GPU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을 풀었다. 온도 제어를 완화한 '게임 퍼포먼스 관리 모드'도 이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요청을 받아들여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공정위도 과징금을 정하면서 이런 노력을 반영했다. 이순미 공정위 상임위원은 “(과징금을 결정할 때 삼성전자의) 자진 시정 노력을 많이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위반 기간 S21·S22·탭S8 판매 매출이 약 4조원인데 중대성이 약해서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0.5% 정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지평은 공정위 판단에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지평은 발열 관리와 성능 유지는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가 함께 안고 있는 과제이며 GOS는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최적화 기능의 세부 작동 방식을 광고에 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만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게임별 설정은 발열이 큰 일부 게임에 맞춘 통상적인 조정이었다는 게 지평 설명이다. 게임 업데이트와 소비자 의견에 따라 이 설정을 꾸준히 손봐 왔다고도 했다.

지평은 공정위가 AP 최대 클럭 대비 상한 비율만 제시했을 뿐 실제 FPS 등 게임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어느 법원이나 규제 기관도 삼성전자에 법적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평은 "의결서를 송달받아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한 뒤 소송 절차를 통해 이 사건 광고가 표시광고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의결서가 송달되면 삼성전자는 이를 검토해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은 서울고법이 1심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