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잔의 온기 릴레이… 함평 국화밭 홀린 '은난회'의 매혹적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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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 빛내는 공직자 부인 모임
수억 송이 꽃향기 압도하는 끈적한 '로컬 휴머니즘'으로 전국 관광객 저격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바야흐로 함평의 가을은 핏빛보다 붉고 황금보다 찬란한 국화의 독무대다. 하지만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전남광주 함평엑스포공원 현장에서는, 수억 송이의 화려한 꽃망울조차 압도해 버리는 따뜻한 매력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함평군 공직자 부인들로 구성된 자발적 봉사 모임 ‘은난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정영심 해보면장,장영철 함평부군수 부인,이수인 회장(이남오 함평군수 부인),심미숙 보건소 과장, 장지선 함평읍장, 서향수 팀장 부인)  / 노해섭 기자
함평군 공직자 부인들로 구성된 자발적 봉사 모임 ‘은난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정영심 해보면장,장영철 함평부군수 부인,이수인 회장(이남오 함평군수 부인),심미숙 보건소 과장, 장지선 함평읍장, 서향수 팀장 부인) / 노해섭 기자

낯선 여행객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단숨에 무장해제 시키는 국화차 한 잔. 그 뒤에는 묵묵히 함평의 넉넉한 인심을 끓여내는 숨은 주역, ‘은난회’의 매혹적인 땀방울이 자리하고 있다.

◆ 은난초의 고결함을 품다… 축제장의 판을 바꾸는 'VIP 호스트'

함평군 공직자 부인들로 구성된 자발적 봉사 모임 ‘은난회(회장 이수인)’. 이들의 이름은 총명함과 우아한 귀부인, 그리고 겸손한 마음을 뜻하는 은난초(銀蘭草)의 꽃말에서 따왔다. 축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메인 무대 뒤편에서, 50여 명의 은난회 회원들은 매일 아침 앞치마를 두르고 가장 헌신적인 VIP 호스트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단순히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광활한 엑스포공원에서 길을 헤매는 관광객에게는 친절한 내비게이터가 되어주고, 다리 아픈 어르신들에게는 편안한 쉼터를 내어준다. 이들의 우아하고 겸손한 미소는 차가운 가을바람을 뚫고 함평이라는 도시의 첫인상을 가장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있다.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 국화차 시음장에서 관광객들이 국화차를 마시고 있다./노해섭 기자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 국화차 시음장에서 관광객들이 국화차를 마시고 있다./노해섭 기자

◆ 주말 하루 1만 잔의 아찔한 기록… 혀끝에 닿는 진짜 '로컬 마케팅'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몰려드는 거대한 축제장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킬러 콘텐츠는 단연 은난회의 무료 국화차 시음 부스다. 특히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주말이면, 하루에 소비되는 국화차만 무려 1만 잔(소주잔 기준)에 달하는 아찔한 대기록이 작성된다.

물을 끓이고, 차를 우리고, 미소와 함께 건네는 이 쉴 틈 없는 노동 속에서도 회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없다. 가족과 함께 경기도에서 방문했다는 한 관람객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국화 정원에 한 번 놀라고, 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한 찻잔의 온기에 두 번 감동했다"며 "공직자 부인들이 직접 나서서 1만 잔의 차를 대접한다는 스토리가 이 축제를 더욱 힙(Hip)하고 특별하게 만든다"고 찬사를 보냈다.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 국화차 시음장에서 은난회 회원들이 관광객들에게 국화차를 건내고 있다./노해섭 기자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 국화차 시음장에서 은난회 회원들이 관광객들에게 국화차를 건내고 있다./노해섭 기자

◆ 새벽이슬 가르는 솔선수범… 꽃보다 먼저 피어나는 그녀들의 땀방울

은난회의 이 치명적인 나눔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그 시선이 단지 '손님'에게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남오 함평군수의 부인이자 은난회를 이끄는 이수인 회장은 관람객이 들이닥치기 전, 이른 새벽 공기를 가르며 가장 먼저 축제장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그녀의 첫 번째 임무는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줍고 시설을 점검하는 지역 주민들과 현장 스태프들의 언 손을 녹여주는 일이다. 차가운 새벽바람 속에서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나누는 따뜻한 국화차 한 잔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함평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끈끈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관광객들이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 노해섭 기자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관광객들이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 노해섭 기자

◆ 수억 송이 절경에 화룡점정을 찍다… '신화 속 정원'의 완벽한 피날레

오는 11월 8일까지 이어지는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의 올해 테마는 ‘신화 속 국화 정원’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대한 국화 조형물과 트렌디한 전시 콘텐츠가 관람객의 눈을 홀리고 있지만, 정작 이 축제를 완성하는 궁극의 피날레는 바로 '사람의 온기'다.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관광객들이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 노해섭 기자
2026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고 있는 함평엑스포공원에서 관광객들이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 노해섭 기자

이수인 회장(이남오 함평군수 부인)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우리 회원들의 작은 찻잔 하나가 나비와 국화의 고장 함평의 매력을 전국에 각인시키는 치명적인 무기가 되길 바란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정성으로 지역 축제의 품격을 한 차원 끌어올린 은난회. 1만 잔의 국화차 향기가 올가을 함평을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로컬 명소로 빚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