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면…" 끝내 지켜지지 못한 故 최불암 '마지막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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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하면 막걸리 한잔하자”… 병상서 남긴 마지막 약속
대한민국 방송사를 대표하는 거목이자 온 국민의 따뜻한 안식처였던 원로배우 최불암이 영면에 들었다. 향년 84세. 한평생 서민의 애환을 달래며 안방극장을 지켜온 대배우의 비보가 전해지자 문화예술계는 물론 대중의 깊은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이어오던 중 전날인 29일 오후 10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오랜 투병 생활 속에서도 회복을 향한 의지를 다져왔던 고인의 별세 소식에 수많은 이들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비보가 전해지면서 지난 6월 병상에서 전해졌던 마지막 근황이 다시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당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입원 치료 중이던 최불암을 직접 찾아가 병문안했던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최 장관은 "건강이 불편해 입원 중인 우리의 '국민 아버지' 최불암 선생님을 찾아뵙고 정중히 문안 인사를 드렸다"며 병상에 누워 있는 최불암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병문안은 지난 6월 11일 진행됐으며 당시 병실에는 최불암의 든든한 반려자인 배우 김민자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최 장관은 "최불암 선생님께서는 요즘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예술, 종교까지 많은 말씀들을 들려주시며 저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다"며 "특유의 '파하'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셔서 무척 많이 안심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대중의 심금을 울렸던 대목은 퇴원 후의 만남을 약속했던 일화였다. 최 장관은 "최불암 선생님이 머잖아 퇴원하면 술 한잔하자고도 하셨다. 저는 주저 없이 막걸리를 사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선생님 모친께서 운영하셨던 주점 '은성' 이야기를 꺼내니 무척 환하게 웃으셨다"며 "'은성'은 오래전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라 불리던 곳"이라고 회고했다. 병마와 싸우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잃지 않고 퇴원 후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자던 약속은 쾌유를 염원하던 이들에게 큰 희망을 안겼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마지막 약속으로 남게 됐다.

고인은 앞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장기간 이끌어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무려 14년이라는 세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향토 음식의 숨은 가치와 서민들의 고된 삶, 따스한 정을 소개해왔던 그였기에 방송 하차 소식은 당시에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하차 이후 최불암은 병원에 입원해 꾸준히 재활 치료에 전념해왔고 6월에 전해진 병상 사진과 근황은 건강을 염려하던 대중에게 닿은 마지막 소식이 됐다.
1969년 라디오 방송 중심이던 MBC가 TV 개국을 맞이하자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전성기를 연 최불암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흥행을 기록하며 배우 김혜자와 더불어 한국의 20세기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특히 18년간 전파를 타며 수사물의 전설이 된 '수사반장'의 박 반장 역과 22년 동안 방영되며 농촌의 일상을 따뜻하게 그려낸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 역은 그를 대체 불가능한 국민적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들 작품에서 보여준 신뢰감과 무게감은 훗날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정계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독보적인 활약 덕분에 최불암은 2000년대 초반까지 사실상 MBC의 전속 배우나 다름없는 입지를 지켰다. MBC의 빠른 전국화와 궤를 같이하며 1970년대 산업화 시기부터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이웃이자 듬직한 사나이로서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고 오랜 세월 시청자들과 호흡하며 푸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자연스레 '국민 아버지'라는 칭호가 따라붙었으며 당대 브라운관을 지배하던 '드라마 왕국' MBC와 최불암은 서로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상부상조의 관계를 구축했다. 1980년대 들어 제도적인 전속 계약 개념이 사라진 뒤에도 고인은 각별한 의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계약을 맺으며 MBC 작품에 매진했다. 그가 방송사 MBC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존재였던 탓에 당시 유행하던 '최불암 시리즈' 중 터미네이터가 방송국에 난입하자 경비원이 "여긴 KBS야, MBC 가서 찾아봐"라고 맞받아쳤다는 일화가 생겨났을 정도로 대중문화 전반에 짙은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