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빈소 가장 먼저 달려간 배우…“늘 '아버지'라 불러, 결국 부고 받아 가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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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 빈소 조문 행렬
'전원일기'에서 22년 동안 부자(父子)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출신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故) 최불암의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아 고인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빈소가 차려졌다. 유 전 장관은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장례식장을 찾았고, 1시간가량 빈소에 머물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유 전 장관의 얼굴에는 침통함이 가득했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고인과 함께한 세월을 차분히 되짚으며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 "평소에도 늘 '아버지'라 불렀다"…22년 부자의 인연
유 전 장관과 최불암의 인연은 유 전 장관의 배우 데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제가 배우 생활을 시작할 때 첫 데뷔 작품에서도 아버지 역할을 하셨다"며 "또 '전원일기'에서 22년간 제 아버지로 사셨기 때문에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MBC 장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김 회장과 그의 둘째 아들 용식으로 호흡을 맞췄다. 브라운관 속 부자 관계는 카메라 밖에서도 이어졌다. 유 전 장관은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고 불렀다"며 "'전원일기' 출연진 모두가 가족 같은 마음인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너무 그렇다"고 말끝을 흐렸다.

◆ "9월쯤엔 볼 수 있을 거야"…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유 전 장관은 최근 몇 달 사이 고인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근래 두세 달 정도는 만나 뵐 수 없었다"며 "'조금 좋아지면 만나자, 9월쯤엔 볼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는데 결국에는 이렇게 부고를 받게 돼 많이 안타깝고, 아쉽고,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2011년부터 약 14년간 진행해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하차했다. 올해 초에는 후배 배우들이 방송에서 고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당시 고인의 아들은 "입원해 재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고 근황을 전해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고인의 삶과 연기 인생을 조명한 MBC 가정의 달 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방송됐다. 다만 고인은 재활에 전념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직접 서지는 않았고, MBC는 재활을 마치는 대로 고인이 시청자들에게 직접 인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다큐가 방송된 지 약 5개월 만에 비보가 전해지면서 시청자들과의 재회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유 전 장관은 "요즘은 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느냐"며 "더 계시면서 좋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선한 영향력을 많이 주실 수 있는 분이셨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이제 편히 가셔서 '우리 후배들 잘하고 있나' 늘 내려다보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등 뒤에 창문을 열어봐라, 행복이 거기 있다"…최불암이 후배 배우에게 남긴 한마디
고인이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유 전 장관은 "'국민 아버지'라는 말처럼 그렇게 기억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데뷔 시절 고인에게 들었던 한마디를 꺼냈다.
유 전 장관은 "물론 드라마에서 나눈 대사였지만, 제 데뷔 때 해주신 말씀이 있다"며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네 등 뒤에 있는 창문을 열어봐라, 행복이라는 놈이 거기 있을 거다'라는 얘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어 "돌아가셨어도 '창문을 열면 행복이 거기 있을 거다'라고 말하는 그 이미지로 계속 기억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수사반장'부터 '전원일기'까지…67년 연기 인생의 마침표
최불암은 건강 악화로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9일 오후 10시 30분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빈소는 유족의 뜻에 따라 내부가 공개되지 않았다. 빈소 바깥에 설치된 안내 스크린에는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흑백 영정과 함께 본명 '최영한'이 표기됐다. 상주로는 아내인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씨, 딸 동비 씨가 이름을 올렸다.

장례는 고인이 생전 오랫동안 애정을 쏟아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 5일장으로 치러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11월 2일 오전 7시이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을 위해 발인 후 여의도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열린다. 장지는 동화경모공원이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를 시작한 고인은 1967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선발돼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안방극장에 발을 들였다. 20대의 나이에 노년의 김종서를 연기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후 MBC로 활동 무대를 옮긴 그는 '수사반장'의 정의로운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으로 전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 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대 그리고 나', '여명의 눈동자', '영웅시대' 등 수많은 드라마와 '바람 불어 좋은 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영화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4년에는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해 반가움을 안기기도 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인연으로 통일국민당 소속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