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故최불암 비보에 행사 진행하던 박경림이 보여준 ‘행동’…가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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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문화예술계의 큰 별이 졌다”

방송인 박경림이 영화 '폭설' 제작보고회 진행에 앞서 배우 故 최불암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 시작 전 모자를 벗고 묵념하는 모습에 현장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故 최불암 애도힌 후배 박경림. / 뉴스1
故 최불암 애도힌 후배 박경림. / 뉴스1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폭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홍의정 감독과 배우 김윤석, 구교환이 참석했고 진행은 박경림이 맡았다. 영화 홍보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하루 전 전해진 국민배우의 별세 소식이 행사 첫머리를 바꿔놓았다.

행사 시작 전 모자 벗은 박경림, 짧은 묵념으로 고인 애도

박경림은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젯밤 문화예술계의 큰 별이 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깊이 있는 연기로 큰 울림을 줬던 최불암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고 전한 뒤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잠시 묵념했다. 길지 않은 추모였지만 진행자가 행사 시작 전에 직접 고인을 언급하고 예를 갖춘 장면이어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과 참석자들도 함께 숙연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최불암은 연극과 드라마, 영화, 교양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67년간 활동한 배우다. 방송과 영화계 선후배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을 보며 성장한 만큼, 같은 업계에 몸담은 진행자의 짧은 묵념에는 개인적 애도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

추모 이후 제작보고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폭설'은 폭설로 고립된 시골 기차역에서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와 새로 온 후임 현택 앞에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영화 '폭설' 제작발표회 진행한 박경림. / 뉴스1
영화 '폭설' 제작발표회 진행한 박경림. / 뉴스1
'큰 별이 졌다'며 故 최불암 애도의 시간 특별히 가진 박경림. / 뉴스1
"큰 별이 졌다"며 故 최불암 애도의 시간 특별히 가진 박경림. / 뉴스1

29일 밤 10시 서울 강서구 병원서 별세…향년 87세

유족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하는 '국민 아버지'로 불려온 배우의 별세 소식에 방송계 전반이 충격에 빠졌다.

고인은 30일 0시 20분쯤 빈소가 마련될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내인 배우 김민자와 자녀, 관계자가 응급요원 두 명과 동행했고, 김민자는 큰 슬픔에 연신 눈물을 흘리며 뒤를 따랐다. 병원 로비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최불암은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해온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썼지만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5월 공개된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됐다. 60여 년 연기 인생을 2부작으로 담은 작품으로, 당초 최불암의 출연이 알려졌으나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으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해당 다큐는 고인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조명된 대형 회고 프로그램이 됐다.

인천 출생,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연출가 지망생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인 최불암은 인천 제물포구(당시 동구)에서 태어났다. 서울 중앙고를 졸업하고 서라벌예대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거쳤다. 처음 꿈은 배우가 아니라 연출가였다.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고, 1965년 국립극단 단원이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 / 뉴스1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 / 뉴스1

브라운관 진출은 1967년이다.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힌 그는 20대의 나이에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아 얼굴을 알렸다. 젊은 배우가 노인 역을 맡는 일은 이후 그의 연기 이력을 관통하는 특징이 됐다.

18년 '수사반장', 22년 '전원일기'…국민 배우의 대표작

최불암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작품은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로 꼽히는 MBC '수사반장'이다. 1971년부터 1984년,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총 18년간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그는 박영한 반장을 연기했다. 이어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돼 국내 최장수 드라마로 기록된 MBC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역도 대표 배역으로 남아 있다.

그는 조연이든 노역이든 가리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를 우선시했다. 서른 살이던 1969년 MBC 개국 드라마 '역풍'에서 노인 역을 소화했고, 40대에는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여명의 눈동자', '미망', '영웅시대', '궁', '식객' 등 굵직한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을 남겼다.

스크린 이력도 두껍다. '빛과 그림자'(1967)를 시작으로 '영자의 전성시대'(1975), '바람불어 좋은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 수십 편에 출연했다. 2018년 4월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25년 만에 무대에 올랐고, 같은 해 OCN '라이프 온 마스'에 이어 2024년에는 '수사반장'의 프리퀄인 MBC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하며 '영원한 수사반장'의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김혜자와 22년 부부 호흡…국회의원 거쳐 본업 복귀

배우 인생의 동반자로는 김혜자가 꼽힌다. 1969년 '개구리 남편'을 시작으로 2006년 '궁'까지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원일기'에서 22년간 보여준 부부 연기는 실제 부부로 착각하는 시청자가 많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배우 최불암. / 뉴스1
배우 최불암. / 뉴스1

연기 외 행보도 눈길을 끈다. 최불암은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로 제14대 국회의원(1992~1996)을 지냈다. 제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1996년 '전원일기'를 통해 본업으로 돌아왔다. 정계 진출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가 계기였다. 정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서 의원직을 맡았고, 드라마 '야망의 25시'(1983)에서는 청년 정주영을, '영웅시대'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천태산 역을 연기했다.

진행자로서도 활약…’파하' 웃음소리는 세대를 잇는 상징

최불암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래 활동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시사 고발 프로그램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었다. 장수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시청자와 만나며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쌓았다.

고개를 젖히고 "파하~" 하며 웃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1990년대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유머집 '최불암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고, 수많은 배우와 방송인이 그의 웃음소리를 성대모사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친근함 덕에 방송계뿐 아니라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과도 폭넓게 교류했다.

4년 교제 끝에 1970년 결혼…아내 사랑 지극했던 부부

사생활에서는 아내 사랑이 유난히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불암은 KBS 드라마 '정동마님'에 출연하던 김민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이를 계기로 KBS로 이적해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연극 '환절기'(1968) 등을 함께하며 사랑을 키웠다. 4년간의 교제 끝에 1970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유족은 아내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다.

하늘의 별이 된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 / 뉴스1
하늘의 별이 된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 / 뉴스1

백상예술대상부터 은관문화훈장까지…수상 이력

연기력은 상과 훈장으로 확인된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74·1978)과 연극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69·1971),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1978)과 남우주연상(1979)을 받았다.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4년 은관문화훈장도 받았다.

'수사반장'으로 경찰 이미지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처음 명예 경찰에 위촉됐고,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에 올랐다.

어린이·청소년 위한 사회공헌…장례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최불암은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출연했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과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지내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활동에 힘썼다.

이런 이력에 따라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헌신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장례위원회가 꾸려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위원 명단과 역할은 최종 확정 후 발표된다. 최불암 측은 "장례는 대한민국 방송과 공연예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국민배우를 추모하는 자리이자, 오랜 세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사회공헌가의 삶을 기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