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씨” 나문희가 빈소 찾아 건넨 마지막 인사, 다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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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 허리 수술 후 건강악화로 별세...향년 87세
67년 연기 인생 뒤로 하고 영면 든 '국민 아버지' 최불암

배우 나문희가 '국민 아버지' 최불암의 영정 앞에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최불암 빈소 찾은 나문희, 배우 고(故) 최불암 / 뉴스1
최불암 빈소 찾은 나문희, 배우 고(故) 최불암 / 뉴스1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고(故) 최불암(본명 최영한)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는 이날 오전 10시 마련됐다. 상주 명단에는 아내인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씨, 동비 씨 등 유족이 이름을 올렸다. 장례는 고인이 40년 넘게 후원회장으로 몸담았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다음 달 2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고인은 전날인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87세.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최불암 빈소 / 뉴스1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최불암 빈소 / 뉴스1

부축받으며 빈소 찾은 나문희...먹먹한 마지막 인사

나문희는 이날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빈소 안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린 그는 고인의 영정 앞에서 예를 갖추고 조문을 마쳤다.

빈소를 나와 취재진 앞에 선 나문희는 "최불암 씨, 먼저 가셨네 그래. 우리 자랑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가서 많이 섭섭하네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고인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해 주위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최불암 빈소 찾아 마지막 인사 건넨 나문희 / 유튜브 ' iMBC연예'
최불암 빈소 찾아 마지막 인사 건넨 나문희 / 유튜브 ' iMBC연예'

나문희는 이어 "(최불암과의) 추억이 너무 많다. 그 추억 잘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짧은 말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오랜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최불암과 나문희는 2014년 SBS 드라마 '기분 좋은 날'에서 부부로 출연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1941년생인 나문희는 올해 86세로 최불암과는 1살 차이가 난다. 나문희는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성우 시절에는 주로 외화 더빙을 맡아 마릴린 먼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이후 연기자로 활동 무대를 넓혀 수많은 드라마에서 어머니와 할머니 역을 소화했다. 1995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이북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로 주목받았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애교문희'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대를 가리지 않는 인기를 누렸다.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이어갔다. 영화 '수상한 그녀'(2014), '아이 캔 스피크'(2017), '오! 문희'(2020), '영웅'(2022), '소풍'(2024) 등에 출연했다. 특히 '아이 캔 스피크'로 2017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8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주연 배우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데뷔 65년 차인 지금도 현역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80대의 나이에도 현역 배우로 활동 중인 나문희 / 뉴스1
80대의 나이에도 현역 배우로 활동 중인 나문희 / 뉴스1

허리 수술 후 이어진 재활…끝내 지키지 못한 '막걸리 약속'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여파로 2011년부터 14년간 이끌어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진행석에서 물러났다. 후임 진행은 배우 최수종이 맡았다. 이후 재활 치료에 전념했지만 최근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서는 건강 이상설이 여러 차례 불거졌다. 지난 3월 고인의 아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버지는) 현재 입원 상태로 재활 치료를 하며 회복하고 계신다"며 "조만간 퇴원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5월에는 MBC 특집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방송됐다. 고인은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지만 재활에 집중하길 바라는 가족의 뜻에 따라 끝내 카메라 앞에 서지는 못했다.

6월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병실을 찾았다. 최 장관은 당시 SNS를 통해 고인이 특유의 '파하' 웃음으로 자신을 맞았다고 전하며 "머잖아 퇴원하면 막걸리 한잔하자고도 하셨습니다"라고 적었다. 병상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고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안심시켰지만, 약속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6월 공개된 최불암 근황. 병상에 누운 최불암과 부인 김민자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SNS
지난 6월 공개된 최불암 근황. 병상에 누운 최불암과 부인 김민자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SNS

대통령부터 후배 배우까지 추모 물결…"모든 국민의 영원한 아버지"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정계부터 연예계까지 각계의 추모가 잇따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국민배우 최불암 선생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정의를 지키는 형사로, 정겨운 아버지로 우리 곁에 함께해 주신 선생님의 모습은 오래도록 국민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전원일기'에서 오랜 기간 고인과 부자(父子) 관계로 출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소를 찾았다. 유 전 장관은 1974년 데뷔작 '강남가족'으로 고인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드라마가 종영한 지 오래됐는데도 평소에 '아버지'라고 부르곤 했다"며 "사실적인 연기의 롤모델 같은 분"이라고 회고했다.

배우 신구는 "너무 귀한 사람을 잃었다"며 슬픔을 전했다. 그는 "나도 요즘 몸이 좋지 않아서 최근에는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꽃보다 할배' 촬영 때 배웅을 나와 줬던 기억이 난다"며 "부디 편안한 곳에서 쉬시길 빈다"고 말했다.

1997년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 고인의 아들로 출연했던 배우 차인표는 "까마득한 후배인 나를 존중하시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요즘 말로 '꼰대'와는 거리가 먼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어른이었다"고 돌아봤다.

'한국인의 밥상' 진행 바통을 이어받은 최수종은 SNS에 "한 평생 배우라는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 이웃들의 땀방울과 밥상 위의 삶을 가장 깊이 경외하고 아껴주셨던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커다란 그늘 아래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시 낭독하는 배우 최불암 / 뉴스1
시 낭독하는 배우 최불암 / 뉴스1

'수사반장'에서 '한국인의 밥상'까지…최불암, 67년 연기 인생 뒤로 하고 영면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탤런트 6기로 선발돼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안방극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MBC로 무대를 옮겨 두 편의 장수 드라마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다.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은 원칙을 지키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형사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아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묵묵히 챙기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두 작품에서 30~40대 나이에 훨씬 연배가 높은 인물을 소화하며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수사반장' 출연 당시 최불암 / MBC
'수사반장' 출연 당시 최불암 / MBC

선행도 이어졌다. 고인은 1981년 '전원일기' 극 중 막내 금동이를 입양하는 이야기를 계기로 어린이재단(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후원회장을 맡아 아동 후원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번 장례가 재단장으로 치러지는 것도 이 같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방송인으로서의 발자취도 뚜렷하다. 2011년부터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각지를 누볐다. 지역의 먹거리와 그 음식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며 프로그램의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영화 '최후의 증인'으로 제1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2014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4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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