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짓 확실" 미국 FBI·비밀경호국, 공식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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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경호국 “24시간 내내 자금 동결·추적·회수 중”
CFTC 위원장 "규제 안 받는 역외 거래소가 문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USSS)이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 수사에 나섰다.
FBI는 3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FBI는 "활동 범위를 파악하고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며 적절한 수사 조치를 조율하기 위해 관련 공공·민간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톰 린치 비밀경호국 워싱턴지부 대변인은 “요원들이 파트너들과 함께 24시간 내내 탈취 자금을 파악하고 동결하고 추적하고 회수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 있는 사이버범죄자를 찾아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 위해 연방 검찰과도 공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미국 동부시간 29일 오후 4시5분(한국시각 30일 오전 5시5분)쯤 시작됐다. 해커들은 바이낸스 개발·운영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해킹했다. 이를 발판으로 무단 출금 거래를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에 접근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공격자가 10개 블록체인의 바이낸스 지갑에서 약 63억6000만 달러(약 8조4000억원)를 빼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은 약 20분 만에 빠져나갔다.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범행 최소 36시간 전부터 준비했다. 해커 소유 지갑 사이에서 자금을 옮기며 여러 차례 시험도 거쳤다. 인출은 XRP 2억3346만개로 시작됐다. 이어 솔라나·옵티미즘 지갑, 비트코인 1만8270개, 트론 지갑의 테더(USDT) 6억1270만개가 차례로 넘어갔다. 해커들은 미리 확보한 서명 승인 50건으로 이더리움 핫월렛도 통째로 비웠다. 이더리움 16만7464개와 테더 16억1500만개가 이때 빠져나갔다.
해커들은 동결을 피하려 서둘렀다. 테더 약 3억2500만개를 이더리움 약 12만2300개로 바꿨다. 시세보다 10% 넘게 불리한 가격이었다. 테더 6000만개를 담보로 대출 프로토콜 에이브에서 이더리움 약 1만9760개를 빌리기도 했다.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동결이 불가능하다.
바이낸스는 "복잡한 공격이었다"며 "사법당국과 협력해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엔지니어 한 명의 권한만 쓴 공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지갑 개인키가 유출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마크 카펠레스 전 마운트곡스 최고경영자는 공격자들이 최소 두 개 지갑의 개인키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방 수사기관의 수사 착수는 민간 분석업체들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가운데 이뤄졌다. TRM랩스는 북한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의 소행이라며 "높은 확신을 갖고 내린 판단"이라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도 같은 결론을 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지난해 2월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약 15억 달러를 탈취한 사건 때도 FBI가 배후로 지목한 조직이다.
업계의 동결 공조도 빠르게 이뤄졌다. 테더는 약 15억7000만 달러, 서클은 8억 달러 이상을 동결했다. 서클은 법집행기관과 조율해 공격자 지갑의 USDC를 묶었다. 트럼프 일가가 후원하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도 2700만 달러를 동결했다. 탈취 자산의 약 절반이 신속히 동결됐다. 그러나 30억 달러 이상은 이미 동결이 불가능한 자산으로 바뀐 것으로 분석업체들은 보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역외 거래소의 허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마이클 셀리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이번 해킹이 CFTC가 최근 제안한 가상화폐 시장 규칙의 필요성을 "정확히 입증한다"고 말했다.
셀리그 위원장은 "진짜 문제는 이들이 규제받지 않는 역외 거래소이며 미국 금융시장이 갖춘 것과 같은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외 거래소가 CFTC에 등록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선택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강제 규정이 아니라 거래소가 자발적으로 택하는 방식이다.
셀리그 위원장은 블록체인이나 스마트 계약 자체에는 결함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누군가의 노트북에서 비롯된 취약점이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기술로 거래를 숨기려 해도 온체인에서 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규제당국이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준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회사 자금으로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중단된 출금은 45시간 안에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