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갔어야 했는데…” 절친 故 최불암 빈소서 눈물 흘린 ‘원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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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먼저 가버렸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살아서”
배우 고(故) 최불암의 빈소를 찾은 한 원로 배우가 오랜 친구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에 끝내 눈물을 보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하며 수십 년간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이었기에 마지막 인사는 더욱 먹먹했다.

뉴스1 등에 따르면 오지명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불암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939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오랜 친구 사이로, 연극 무대와 방송계를 거쳐 영화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특히 오지명은 이날 조문을 마친 뒤 고인과 나눈 생전 대화를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을 거듭 전했다. 평소 서로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날지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허물없던 사이였지만, 막상 친구의 죽음을 마주한 그의 표정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
"내가 먼저 죽어야 되는데"…절친 떠나보낸 오지명의 눈물
오지명은 이날 빈소에서 고인과의 첫 인연부터 차분하게 회상했다. 그는 "중앙고등학교 다닐 때 나하고 친구였다. 아주 오랜 친구였다"라며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연극을 같이 하면서 처음으로 둘이 탤런트 시험을 쳐서 간 게 아니다. 특채로 PD가 우리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또 "KBS 7기 때 나하고 낙하산으로 데리고 갔다. 그래서 고생을 안 해봤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랜 친구와 함께 방송계에 발을 들였던 기억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쓸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를 떠올리자 이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오지명은 "최불암 선생하고는 나하고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내가 먼저 죽을 줄 알았는데 이 친구가 먼저"라며 "아주 내가 괜히 미안하다. 내가 먼저 죽어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발언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맨날 이 친구하고 '네가 먼저 죽냐? 내가 먼저 죽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가 먼저 가버렸다.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늦게 살아서"라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오지명에게 최불암은 단순히 연예계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가 아니었다. 학창 시절부터 서로의 청춘과 배우 인생을 지켜본 친구이자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두 사람은 연극 무대를 거쳐 2004년 개봉한 영화 '까불지마'에도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오랜 세월 당연하게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친구의 부재는 그만큼 크게 다가왔다. 특히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날지를 두고 나눴던 평범한 농담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오지명이 전한 미안함은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우리한텐 큰 산 같은 존재"…동료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

최불암의 빈소에는 오지명뿐 아니라 생전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연예계 동료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지난 10월 30일 일반 조문객을 맞기 시작한 이후 이틀째까지 선후배 배우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지난달 31일에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고인과 인연을 맺은 배우 남성진과 김지영 부부가 빈소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고인을 단순한 선배 배우가 아닌 인생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기억했다.
남성진은 "아내와 '전원일기'에 함께 캐스팅돼 (작품에) 들어갔을 때, 배우의 삶 이외에도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신 큰 스승 같은 분"이라며 "우리한텐 큰 산 같은 존재였다"라고 회상했다.
김지영 역시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늘 감사했고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다, 저희에겐 너무 소중하고 귀한 분이었는데 다시 뵐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배우 송승헌도 빈소를 찾았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최불암과 인연을 맺은 그는 신인 시절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송승헌은 "내겐 하늘 같은 분이었는데 '아빠처럼 대하라'라고 하시면서 부족함이 많던 나를 정말 편하게 대해 주셔서 당시의 기억이 너무나 따뜻하게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 이제 고통 없는 곳으로 가셔서 거기서는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날 배우 백일섭, 노주현, 정한용, 정준호, 이동준, 이정섭, 송일국을 비롯해 가수 김흥국과 성악가 임형주도 빈소를 찾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앞서 조문 첫날인 지난 10월 30일에는 '전원일기'에서 고인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김혜자, 임현식, 고두심, 유인촌, 이계인, 임호, 박은수 등이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배우 나문희, 윤여정, 김성환, 길용우, 유동근, 최수종, 차인표, 강석우와 가수 진성, 코미디언 이홍렬, 방송인 이상벽 등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87세로 세상 떠난 '국민 아버지'…11월 2일 발인

한편 최불암은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9년생인 고인은 오랜 연기 생활을 통해 한국 방송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MBC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 등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얼굴로 기억되고 있다.
'수사반장'에서는 박 반장으로 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전원일기'에서는 김 회장 역을 맡아 오랜 시간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 속에서 보여준 따뜻하고 묵직한 존재감은 그가 '국민 아버지'로 불리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1월 2일 엄수되며, 발인 후에는 여의도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평생을 함께한 친구 오지명부터 작품 속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동료 배우들까지,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수많은 이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먼저 죽어야 되는데"라며 오랜 친구를 향해 미안함을 전한 오지명의 마지막 인사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