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위] 불길에 휩싸인 경찰... 내무장관 "살인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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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명 투입에도 화염병 투척 사태 발생
고등학생들이 교육 환경을 바꿔 달라며 시작한 프랑스 시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세 번째 주말을 맞아 다시 전국으로 번졌다. 당국이 경찰 7만명을 풀고 도심 행진을 막았다. 그러나 해 질 무렵부터 복면을 쓴 시위대가 보도블록과 화염병을 던지며 곳곳에서 진압 경찰과 맞붙었다.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에서 32만명, 파리에서 7만명이 거리로 나온 것으로 집계했다. 첫 대규모 소요가 벌어진 지난 17일 55만명, 24일 41만명보다 줄었다. 시위를 주도한 청년 단체들은 전국에서 50만명, 파리에서 2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집계로는 릴에 2만명, 리옹에 1만9000명, 렌에 1만3500명, 보르도에 1만1000명이 모였다.
행진 경로를 두고는 막판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파리경찰청은 전날 오전 노동계가 신고한 바스티유 광장~나시옹 광장 도심 행진을 공공질서를 이유로 금지했다.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힘(FO) 등 노조와 학생 단체들이 긴급 가처분을 신청했다. 파리 행정법원은 전날 저녁 금지 조치를 풀었다. 최고행정법원(콩세유데타)이 이날 아침 이 결정을 다시 뒤집으면서 행진은 결국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점 보호를 이유로 들며 시위 행진을 도심 밖에서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 행렬은 오후 2시 동쪽 외곽 포르트 드 바뇰레를 출발했다. 외곽 순환대로를 따라 남동쪽 포르트 드 샤랑통까지 걸었다. 하늘에는 경찰 헬기가 맴돌았다.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선 후보는 행렬 맨 앞에 섰다. 핼러윈 분장을 한 참가자도 많았다. 시위대는 '핼러윈을 맞아 성난 시민으로 분장했다', '우리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 데 최루탄은 필요 없다', '검열, 탄압, 굴종'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고등학생은 대입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노리고 경찰 범죄진압대(BAC)는 학생 머리를 노린다는 뜻의 말장난 팻말도 등장했다.
몇 시간 동안 평화롭던 행진은 오후 5시쯤 종착지인 파리 동부에서 충돌로 번졌다. 검은 옷에 복면을 쓴 수십명이 망치로 보도블록을 깨 뜯어낸 뒤 경찰에게 던졌다. 해가 지자 포르트 드 샤랑통 일대에서는 유리병과 폭죽이 경찰을 향해 날아들었다.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가스로 맞섰다. 평화 행진에 나섰던 시민들은 기침을 하며 흩어졌다. 일부는 인근 뱅센 숲으로 몸을 피했다. 파리경찰청은 수백명 규모의 폭도가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경찰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화염병 1개가 진압 경찰 대열에 떨어졌다. 경찰관 1명이 불길에 휩싸였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이를 살인미수라고 말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전 대표는 경찰관이 불길에 휩싸인 장면이 "참을 수 없다"며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도시에서도 충돌이 잇따랐다. 리옹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자 최루가스가 발사됐다. 툴루즈에서는 대부분 청년인 수천명이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들에게 물대포를 쐈다. 마르세유에서는 허가 경로를 벗어나 행진한 약 1만명 가운데 일부가 경찰과 부딪쳤다. 밤이 되자 여러 도시에서 복면 무리가 행렬에 섞였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섬광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내무부는 보르도와 툴루즈, 렌, 릴, 낭트, 마르세유, 리옹, 몽펠리에에서 기물 파손과 약탈을 노린 급진 세력이 도심에 들어가려다 저지됐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은 오후 9시 5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시위에서는 오후 7시까지 약 1000명이 체포됐다. 뉘녜즈 장관은 충돌에도 불구하고 전국 행진이 대체로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시위일을 앞두고 극도의 경계태세를 보였다. 뉘녜즈 장관은 "매우 높은 위험"이 있는 날로 꼽았다. 특히 핼러윈 밤을 우려했다. 정예 부대를 포함한 경찰과 헌병 7만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폭죽 등 위험물 반입을 막으려고 전국에서 약 4만명을 검문했다. 2주 전 폭동이 벌어진 레퓌블리크 광장과 레알 일대에는 주말 이틀 밤 동안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샹젤리제 일대에는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에게 오후 9시 통금이 적용됐다. 뉘녜즈 장관은 "핼러윈 밤이라는 핑계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릴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시위 현장에서 얼굴을 가리면 벌금 150유로가 부과된다.
이번 시위는 교사 부족과 낡은 학교 건물, 저소득층 학생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을 받는 온라인 대입 시스템 파르쿠르쉬프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항의에서 시작됐다. 여름에는 교실 온도가 40도까지 오른다는 불만도 나왔다. 노조와 '노란 조끼' 등이 합류하면서 시위는 고물가와 불평등, 마크롱 정부를 겨냥한 전국 시위로 커졌다. 17일에는 리모주 시청이 불에 타고 파리에서 차량 방화와 상점 약탈이 벌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최악의 소요였다. 이후 강경 진압으로 중상자가 나오자 시위대는 집회의 자유와 시민 권리 보장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대체 교사 3000명을 학교에 보내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가 침체 문턱에 있어 재정 양보 여지는 크지 않다. 학생 단체들은 3일과 5일 고등학교와 대학을 봉쇄하겠다고 예고했다. 사브린 카르바흐 위니옹에튀디앙트 대변인은 5일 노동계 시위에도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웃 나라 독일에서도 이날 청년 단체 '젠지 레겔트(Z세대가 해결한다)'가 여러 도시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온라인으로 18만명 넘게 참가 신청을 했지만 실제 거리에 나온 인원은 수천명 수준이었다. 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거리 상점들은 전날부터 창문을 판자로 막았다. 쾰른에서는 경찰이 물대포를 쐈다. 베를린에서는 최루가스가 발사됐다. 함부르크에서는 바리케이드에 불이 붙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행진이 한때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