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눈을 보면 편했다..." 백일섭, 지팡이 짚고 고 최불암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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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섭이 회상한 최불암과의 마지막 술자리
“예상치 못한 이별...90대까지 살 줄 알았다”

배우 백일섭이 고 최불암의 빈소를 찾아 생전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백일섭은 지난 10월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불암의 빈소를 방문했다. 지팡이를 짚고 조문에 나선 그는 고인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평소 김용건, 이계인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며 오랜 인연을 이어왔던 만큼 고인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백일섭은 최불암이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허리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자신이 비슷한 수술을 경험했기에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한 채 고인을 떠나보내게 됐다.

고 최불암 영정사진 / 뉴스1
고 최불암 영정사진 / 뉴스1

"한 달쯤 지나 아프다고 하더라"…마지막 술자리 회상

백일섭은 조문을 마친 뒤 최불암과 동료 배우들이 함께했던 생전의 술자리를 떠올렸다. 그는 김용건, 이계인, 최불암과 자주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들이었다.

백일섭은 "나, 김용건, 이계인, 불암이 형 이렇게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 저녁에 형수님도 같이 나왔는데 '술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날 저녁 식사를 함께한 뒤 약 한 달이 지나 최불암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건강 이상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백일섭은 상황이 심각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최불암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같은 수술을 경험했기 때문에 괜찮아질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후 입원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걱정이 커졌다.

그는 "허리 디스크 수술도 했다길래 나도 수술해 봤으니 괜찮겠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입원했다길래 '뭔 일인가' 싶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허리 수술을 받으며 다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돌아가실 줄 몰랐다"…87세 별세에 안타까움

백일섭은 최불암이 적어도 90세는 넘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인이 세상을 떠날 가능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가까이 지냈던 선배 배우의 부고가 그만큼 갑작스럽게 다가왔다는 말이었다.

그는 "이렇게 쉽게 안 돌아가실 줄 알았다. 전혀 생각도 안 했다. 90은 넘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살아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고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생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백일섭은 빈소를 한 차례 더 방문할 생각도 밝혔다. 그는 "할 얘기도 다 못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눴지만 여전히 고인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의미였다.

고인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회복한 뒤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백일섭이었다. 그러나 최불암은 지난 10월 29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백일섭은 생전의 만남과 미처 나누지 못한 대화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이 된 배우 최불암 / 뉴스1
고인이 된 배우 최불암 / 뉴스1

"불암이 형 눈을 보면 편했다"…오랜 동료 향한 그리움

백일섭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순간은 최불암과 동료 배우들이 함께 술을 마시던 시간이었다. 특별한 행사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평범한 저녁이었다. 그는 그런 시간이 오랜 배우 생활에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백일섭은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가까운 사람을 많이 사귀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배우들이 사람 사귀는 게 많지 않다. 선후배 몇 명 정도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관계를 이어온 몇몇 동료가 그만큼 각별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최불암은 백일섭에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배였다. 백일섭은 "불암이 형과 술 마실 때 형 눈을 보면 편했다"고 회상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친밀함과 신뢰가 담긴 말이었다.

백일섭과 최불암은 한국 방송계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 온 배우들이다. 서로 다른 작품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사적으로 만나 친분을 유지했다. 김용건, 이계인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한 술자리는 백일섭이 고인을 기억하는 대표적인 추억으로 남았다.

백일섭은 이날 고인의 빈소에서 과거 함께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부터 고인의 눈을 바라보며 느꼈던 편안함까지, 오랜 동료를 향한 기억을 전했다. 그는 아직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며 빈소를 다시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불암 29일 별세…11월 2일 발인 후 장례 미사

최불암은 건강 악화로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30분 별세했다. 향년 87세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에서는 지난 10월 30일 오전부터 조문객을 맞고 있다. 백일섭도 31일 직접 장례식장을 방문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생전 최불암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발인은 오는 11월 2일 엄수된다. 고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으며, 발인 후 서울 여의도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생전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장례 미사로 이어진다.

고 최불암 빈소 / 뉴스1
고 최불암 빈소 / 뉴스1

'수사반장'부터 '전원일기'까지…67년간 사랑받은 국민 배우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한국 방송사의 대표적인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뒤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67년 동안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기, 친근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정의로운 형사와 따뜻한 가장을 연기하며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최불암은 서울 중앙고등학교와 서라벌예술대학,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1967년 서울중앙방송 특채 탤런트로 선발되면서 본격적으로 TV 드라마에 진출했다. 당시 20대였지만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김종서 역을 맡아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중장년층과 노년 인물을 연기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를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작품은 1971년 시작된 MBC 드라마 '수사반장'이다. 최불암은 이 작품에서 박영한 반장으로 출연해 1989년까지 약 18년 동안 시청자들과 만났다.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잃지 않는 형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영한 반장은 이후 한국 수사 드라마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MBC '전원일기'도 최불암의 대표작이다. 그는 극 중 양촌리의 김 회장으로 출연해 가족과 이웃을 아우르는 농촌 마을의 어른을 연기했다. 배우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한국의 가족과 농촌 공동체가 겪는 변화를 오랜 시간 그려냈다. 이 작품을 통해 최불암은 여러 세대의 시청자에게 친숙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됐다.

그의 활동은 두 작품에만 머물지 않았다.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고, '그대 그리고 나', '여명의 눈동자', '궁', '식객' 등 다양한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길소뜸',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에서도 연기를 선보였다. 시대극부터 가족극, 현대극까지 폭넓은 작품에서 활동하며 오랜 경력을 쌓았다.

'한국인의 밥상' 14년 진행…마지막까지 이어진 방송 활동

최불암은 배우 활동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시청자들과 만났다. 2011년부터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각지의 음식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소개했다. 지역 주민들과 식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약 14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다가 지난해 건강 문제로 하차했다.

2024년에는 MBC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하며 오랜 팬들과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과거 '수사반장'의 주인공 박영한이 젊은 형사였던 시절을 다룬 드라마다. 최불암은 노년의 박영한으로 등장해 원작과 새로운 작품을 연결했다. 이 출연은 고인이 남긴 마지막 드라마 연기로 기록됐다.

연기와 방송에 기여한 공로로 여러 상도 받았다.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25년에는 MBC 연기대상 공로상을 수상하며 오랜 연기 인생을 인정받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참여하며 방송 밖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최불암은 한국 TV 드라마의 성장기를 함께하며 형사, 아버지, 마을 어른 등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다. '수사반장'의 박영한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은 지금도 그의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대표적인 배역이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대중과의 인연은 '한국인의 밥상'을 거쳐 60년 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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