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박사’ 안판석 감독, 배우 넘어지는 NG도 OK컷으로 살렸다…유작 촬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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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박사’ 제작진이 고 안판석 감독의 NG·리허설 OK컷 등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9회는 11월 2일 오후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올드팝이 등장한다.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배우가 미끄러져 넘어지고, 고드름이 떨어지고, 로봇이 쓰러지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멈추지 않았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제작진이 고(故) 안판석 감독의 생전 촬영 현장 비하인드를 전했다. 안 감독은 우연히 벌어진 상황과 배우들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을 실제 방송분에 담았고, 인물의 개연성과 리얼리티를 가장 중요한 연출 원칙으로 삼았다. ‘연애박사’ 9회는 2일 오후 10시 ENA에서 방송된다.

리허설부터 카메라를 돌린 연출자

제작진이 기억하는 안 감독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쉽게 컷을 외치지 않는 연출자다. 완벽하게 준비된 장면뿐 아니라 배우들이 상황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순간까지 중요하게 여겼다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감독님께서는 현장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순간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반응까지 리얼하게 포착해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안 감독은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스탠바이를 마치기 전, 리허설 단계부터 카메라를 돌리기도 했다. 제작진은 “실제로 리허설 촬영 장면이 그대로 OK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보통 리허설은 동선과 호흡을 확인하는 과정이지만, 안 감독의 현장에서는 이때부터 방송에 쓸 수 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NG가 났을 때도 방식은 같았다. 제작진은 “NG가 발생하더라도 바로 컷을 외치기보다 배우들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보시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촬영을 멈추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미끄러짐·고드름·로봇…우연이 OK컷이 됐다

제작진이 귀띔한 사례는 구체적이다. 배우가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고드름이 떨어지고, 로봇이 넘어지면서 배우들이 깜짝 놀라는 등 계획에 없던 상황에서 나온 반응이 그대로 방송에 쓰였다. 제작진은 이런 장면을 실제 OK컷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안 감독이 우연을 택한 이유도 전해졌다. 제작진은 “순간적인 감정과 자연스러운 반응에서 진짜 리얼리티가 나온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미끄러지는 순간부터 갑자기 떨어진 고드름, 쓰러진 로봇까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작품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런 촬영 방식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등에서 평범한 일상을 세밀하게 담아온 안 감독의 연출과 맞닿아 있다. 극적인 사건이나 대사보다 실제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듯한 호흡이 그의 특징이었다. ‘연애박사’에서 박민재(추영우 분)와 임유진(김소현 분)이 로봇 연구실에서 만나 호감을 느끼고 사소한 일로 부딪히며 가까워지는 과정도 일상적인 대화와 작은 행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메이킹 영상에 남은 의족 디테일과 키스신 리허설

앞서 스튜디오 지니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3~4회 메이킹 영상에서도 안 감독의 연출 과정이 확인된다. 안 감독은 추영우가 착용한 의족이 의상에 가려 잘 보이지 않자 직접 동작을 설명했다. “여기를 잡고 하니까 살지가 않아. 이렇게 대면 딱 산다”며 화면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지도했다.

추영우와 김소현의 키스신 리허설에서는 두 배우의 위치와 동선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안 감독이 “볼로 가지 말고 이리로 가야 된다”고 설명하자 추영우는 “갑자기 볼 뽀뽀가 돼”라며 웃음을 보였다.

작은 동작 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하면서도 예상 밖의 상황에서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살렸다. 꼼꼼한 준비와 돌발 상황을 포착하는 유연함이 한 현장에 공존했던 셈이다.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개연성과 리얼리티…문자 한 통 보낼까 말까의 긴장

제작진에 따르면 안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이야기의 개연성과 리얼리티다. 다만 현실의 세팅을 그대로 화면에 옮기는 일과는 달랐다. 제작진은 “감독님의 리얼리티는 현실의 세팅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은 ‘이 인물이라면 이 상황에 어떤 말을 하고, 이러한 행동을 왜 하는가’에 항상 집중했고, 모든 장면에서 인물의 말과 행동이 납득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대사보다 일상적인 대화 속 호흡과 행간이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지 말지 망설이는 사소한 순간이 긴장감 있는 장면으로 완성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제작진은 안 감독이 시청자가 TV 속 인물을 보며 ‘아! 나도 저런데’ 하고 공감하는 순간 몰입하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며, 그 원칙이 작품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사건보다 사람을, 결과보다 그 사람이 거기까지 가게 된 마음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작품 속 박민재와 임유진의 관계에도 이 원칙이 이어진다. 박민재는 임유진을 위해 컴퓨터를 마련하고도 그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임유진은 무심한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다. 두 사람은 사귀기 전 두 번 키스했고, 마음을 확인한 뒤에도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혔다. 한국일보 칼럼은 안 감독의 드라마에서 사랑이 모든 조건을 극복하는 전능한 가치가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으로 그려진다고 짚었다. 올해 8월 세상을 떠난 안 감독은 생전 인터뷰에서 “드라마는 문학의 본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드라마 '연애박사' 공식 스틸 (사진=ENA)

대본 단계부터 정해둔 음악, 9회부터 올드팝

음악도 안 감독이 세심하게 설계한 요소다. 제작진에 따르면 안 감독은 일부 장면에 쓸 곡을 대본 단계부터 정해놓았고, 음악의 길이에 맞춰 장면의 호흡과 편집까지 구상했다. 음악이 완성된 장면에 덧붙는 요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장면의 분위기와 흐름을 만드는 과정에 포함됐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특히 9부부터 등장하는 올드팝과 함께 장면의 여운을 즐겨보신다면, 안 감독님께서 담아내고자 한 정서와 섬세한 연출을 더욱 깊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드팝이 등장하는 9회는 2일 방송된다.

9회 선공개, 대사 없는 재회에 쏟아진 반응

ENA가 공개한 9회 선공개 영상에는 1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박민재와 임유진의 모습이 담겼다. 앞서 마음을 확인했던 두 사람은 헤어진 연인처럼 어색한 분위기를 풍긴다. 박민재는 임유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임유진은 애써 시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상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대사 하나 없는데 눈빛 연기 미쳤다”, “민재가 유진이한테서 눈을 못 떼네”, “대사 한마디 없어도 둘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아 민재 눈이 울잖아요. 유진이는 애써 외면하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8회 방송 이후에는 “서로 사랑한다면서 왜 소통을 안 하느냐”며 답답함을 드러내는 시청자와 “추영우가 미묘한 감정선을 잘 표현해서 연기가 아닌 것 같은 게 더 설렌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엇갈렸다.

‘연애박사’는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8회 시청률 2.7%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10월 4주 차 TV-OTT 통합 화제성 순위에서는 3위, 출연자 화제성에서는 추영우가 4위, 김소현이 5위에 올랐다. 안 감독은 지난 7월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았으나 8월 세상을 떠났고, ‘연애박사’는 생전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친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매주 월·화 오후 10시 방송되며 KT 지니 TV와 디즈니+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