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인데 아내가 10대 때 성폭행으로 출산한 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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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출산 후 입양 보냈다는 사실 알게 된 남성 사연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10대 시절 성폭력 피해로 아이를 출산한 뒤 입양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성이 혼인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
남성은 아내가 겪은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결혼 전 알리지 않은 점에 서운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변호사는 출산 경력 미고지만으로 혼인 취소가 인정되기는 어렵지만 이혼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성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최근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된 뒤 혼란을 겪고 있다.
A 씨가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은 봉사활동 모임이었다. 말수가 적었지만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A 씨는 약 6개월 동안 아내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뒤 마음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에도 진심을 전했고, 1년쯤 지나서야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결혼을 결정하기까지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내가 원래 결혼할 생각이 없는 비혼주의자였기 때문이다.
A 씨는 아내의 마음을 얻어 결혼에 이르렀다. 청첩장을 돌렸을 당시 친구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했다.
A 씨는 “마침내 청첩장을 돌렸을 때 친구들이 인간 승리라며 축하해줬다”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아내가 과거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는 10대 시절 성폭력 피해를 겪었고, 그 일로 임신해 아이를 낳았다고 털어놨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였고 아이를 직접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아 입양을 보냈다는 설명이었다. 이후 아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며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A 씨는 아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결혼 전 자신에게 과거를 말하지 못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결혼 전에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당혹감과 서운함도 남아 있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면서도 “만약 결혼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도 아무 망설임 없이 결혼을 결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마음을 갖게 돼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며 “지금은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앞으로 결혼생활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A 씨는 인터넷에서 배우자가 결혼 전 출산 사실을 숨겼다면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접했다.
이에 법률 상담을 통해 실제로 해당 사유가 혼인 취소 요건에 해당하는지 질문했다.
그는 “정말 이런 이유로 혼인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냐”며 “아내가 성폭력 피해로 아이를 낳게 됐다는 사정도 법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박이찬 변호사는 혼인 취소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의 혼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기망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혼인 취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혼은 가능한 걸로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인 취소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의 혼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기망 행위가 있었을 경우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출산 경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연의 경우 상대방이 청소년 시절에 성폭행 피해로 출산했고 그 이후에 아이를 입양 보낸 거다. 그런 사정이 함께 고려된다면 단순히 과거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는 것만으로 혼인 취소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앞서 유사한 사안에서 출산 경력 미고지만으로 혼인 취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6년 2월 18일 선고된 판결에서 대법원은 아동 성폭력 피해로 임신·출산한 뒤 자녀와 장기간 관계가 단절된 경우, 출산 경위를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