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핸즈’ 장규리, 비올라 2달 맹훈련 몇 컷뿐이었다…“예쁘게 울 수는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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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핸즈’ 홍재인 역 장규리가 종영 후 인터뷰에서 비올라 레슨과 10부 오열 장면 등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송강·이준영·정진영과의 호흡, 차기작 ‘완벽한 집’ 계획도 밝혔다.

드라마 '포핸즈' 포스터와 장규리 (사진=tvN·뉴스1)
드라마 '포핸즈' 포스터와 장규리 (사진=tvN·뉴스1)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에서 비올리스트 홍재인 역을 맡은 배우 장규리가 종영 후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활동을 거쳐 연기 경력 7년 차에 접어든 그는 서울 강남구 나무엑터스 사옥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대본에 다 담기지 않은 재인의 빈틈을 내 상상과 호흡으로 채워 넣는 과정이 무척 행복했다”고 말했다.

‘포핸즈’는 신이원 작가가 극본을, 박현석 감독이 연출을 맡고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한 클래식 음악 드라마다. 음악 천재들만 모인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경쟁과 성장을 그렸으며,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종회 전국 평균 시청률 9.4%로 자체 최고 기록을 쓰며 막을 내렸다.

20년 순애보에도 무너지지 않는 재인의 단단함

‘포핸즈’는 피아노 천재 강비오(송강 분)와 최정요(이준영 분), 비올라 전공자 홍재인이 한국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열일곱 시절부터 10년을 건너 스물일곱 청년으로 다시 마주하기까지를 그린다. 장규리가 연기한 홍재인은 비오를 향한 순애보를 20년 가까이 간직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방치하지 않는 인물이다. 장규리에게 작품은 한 인물의 10여 년을 촘촘히 들여다보게 한 분기점이 됐다.

그는 재인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팠다고 돌아봤다. “20년 동안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라니, 쉬운 감정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한 장규리는 재인이 멋있었던 이유로 사랑이 삶의 큰 축을 차지하는데도 본인의 일과 일상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짝사랑에 아파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아티스트를 끝까지 지켜내고 매니징하는 책임감이 근사했다는 설명이다.

장규리 (사진=뉴스1)
장규리 (사진=뉴스1)

신이원 작가 찾아가 얻은 ‘숨은 전사’

장규리는 재인의 행동과 대사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신이원 작가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대본 행간에 숨은 인물의 뿌리를 파고드는 과정이 캐릭터를 단순히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게 한 힘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재인이는 비오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을까” 하는 점이 궁금했다고 밝혔다. 작가가 설정해 둔 숨은 전사는 재인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세상이 무너질 것 같던 때 비오가 묵묵히 쳐준 피아노 연주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장규리는 재인에게 비오가 단순한 이성을 넘어 영혼의 안식처이자 예술가로서 지켜주고 싶은 대상이었다고 해석했다. 실제 자신이었어도 비오 곁에서 매니저로서 책임을 다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10부 차 안 오열, “예쁘게 울 수는 없었죠”

장규리가 꼽은 대표 장면은 10부에서 재인이 비오를 향한 오랜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으며 차 안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대목이다. 미간을 찌푸리고 아이처럼 소리 내어 흐느끼는 연기는 화면에 예쁘게 담기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았기에 가능했다.

장규리는 “차 안에서 ‘뿌앵’ 하고 소리 내어 운 건 오롯이 저의 선택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재인도 결국 스물일곱 살의 평범한 청춘이고, 20년 동안 억눌러온 응어리가 터지는 순간이라 예쁘게 울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방송을 보며 어릴 때 떼쓰며 울던 모습이 그대로 나온 것 같아 쑥스러웠지만 재인의 속마음을 날것 그대로 보여줬다고 느껴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포핸즈'의 한 장면 (사진=tvN)
드라마 '포핸즈'의 한 장면 (사진=tvN)

송강의 눈빛, 이준영의 한마디, 정진영의 지휘

같은 소속사 선배인 송강,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입지를 다진 이준영과의 호흡은 부담이자 자극제였다. 장규리는 부담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위축되기보다 준비한 몫을 해내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송강에 대해서는 평소 장난기가 넘치다가도 카메라에 불이 켜지면 돌변한다며 “눈빛 하나로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힘이 있죠”라고 표현했다. 직접 “오빠 눈은 정말 보물이야”라고 말했을 정도이며, 그 깊은 눈을 보면 극 중 감정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이준영의 말도 힘이 됐다. 장규리에 따르면 이준영은 어느 날 “규리야, 너는 진짜 꼭 연기 계속 더 해라”라고 툭 건넸고, 그 짧은 한마디가 위로와 용기가 됐다.

정진영과의 만남도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줬다. 장규리는 정진영이 지휘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는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선배님, 아직도 연기가 재미있으세요?”라고 묻자 정진영이 망설임 없이 “그럼, 지금도 너무 재미있지”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저런 배우로 나이 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고 했다.

비올라 두 달 레슨, 방송엔 짧게 스친 시간

장규리는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흉내에 머물고 싶지 않아 촬영 전부터 직접 악기를 구하고 2달 넘게 레슨을 받았다. 제작진이 손 대역을 쓰겠다고 배려했지만 연주자의 호흡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는 이유다.

그는 두 달 동안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연습한 뒤 감독에게 직접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클래식 연주는 아이돌 시절 무대 경험과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고, 방송에는 짧게 스쳐 지나갔지만 재인의 음악적 예민함과 탁월한 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프로미스나인에 대한 자긍심, 차기작 ‘완벽한 집’

그룹 활동을 묻는 질문에 장규리는 “프로미스나인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자랑거리에요”라고 답했다. 쏟아부을 수 있는 열정을 모두 바쳐 후회가 없고, 그때의 치열함과 무대 경험이 혼자 서는 순간을 견디는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다. 그룹 시절 아홉 명이 서로의 빈틈을 채워줬다면 이제는 온전히 제 몫을 혼자 감당해야 하지만, 그만큼 스스로 해나가는 재미와 성장의 기회도 많다고 했다. 팬들과 버블로 소통하는 이야기를 전할 때는 팬덤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차기작은 오컬트 스릴러 ‘완벽한 집’으로, 선배 배종옥과 호흡을 맞춘다.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장르로는 사극, 전문직 변호사, 서늘한 악역을 언급했다. 장규리는 “쉽게 반짝이고 사라지는 별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흐를수록 깊은 향기를 머금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