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팔면, 화요일 입금" 드디어 바뀌는 주식 결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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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의 변화, 주식 판 돈 하루 빨리 받는다
미국 따라가는 한국, T+1 결제제도 2028년 도입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이틀 뒤에 받던 매도대금을 앞으로는 다음 거래일에 받을 수 있도록 결제제도를 바꾸는 작업이 추진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 등 4개 증권 유관기관은 2일 주식 결제주기를 현행 'T+2'에서 'T+1'로 단축하기 위한 공동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르면 2028년 중 새로운 결제제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과 업무 절차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면 실제 결제는 매매가 이뤄진 날로부터 2거래일 뒤에 완료된다. 앞으로는 이 기간을 하루 줄여 다음 거래일에 결제가 이뤄지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투자자가 주식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번 개편이 실제로 이뤄지면 1972년 T+2 결제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55년 만에 국내 주식시장의 결제 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주식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에도 새로운 결제주기가 적용될 예정이다.

월요일 주식 팔면 수요일 입금…앞으로는 화요일에 받는다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할 변화는 매도대금을 받을 수 있는 날짜다. 현재는 월요일에 주식을 팔면 수요일에 결제가 완료된다. 그러나 T+1 제도가 도입되면 화요일에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여기서 T는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가 체결된 날을 뜻한다. 영어로 거래일을 의미하는 'Trade Date'에서 따온 표현이다. T+2는 거래일로부터 2거래일 뒤, T+1은 거래일로부터 1거래일 뒤에 결제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삼성전자 주식 100만원어치를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제도에서는 특별한 휴장일이 없다면 수요일에 결제가 완료돼 매도대금을 출금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화요일에 결제가 완료돼 하루 더 빨리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금요일에 주식을 팔았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는 주말을 제외하고 다음 주 화요일에 결제가 완료된다. T+1 제도에서는 다음 주 월요일에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중요한 점은 결제주기를 계산할 때 토요일과 일요일, 증시 휴장일을 제외한다는 사실이다. T+1은 무조건 다음 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거래일을 의미한다. 금요일에 주식을 팔았다고 해서 토요일에 결제대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주식을 팔았을 때 증권계좌에 매도금액이 표시되는 시점과 실제로 돈을 출금할 수 있는 시점은 다르다. 현재도 주식을 매도하면 증권사 계좌에 매도대금이 표시되고 이를 다른 주식 매수에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은행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하려면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현금 출금 가능 시점을 하루 앞당기는 데 핵심이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뒤 다른 주식을 사는 방식 자체가 처음으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왜 주식 판 돈은 바로 들어오지 않을까
주식 거래는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끝난다. 투자자가 매도 버튼을 누르고 거래가 체결되면 주식을 판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주식의 소유권과 매매대금이 최종적으로 오가는 절차는 별도로 진행된다.
이를 '결제'라고 부른다. 매수자가 지급해야 할 돈과 매도자가 넘겨야 할 주식을 확인한 뒤 실제로 교환하는 과정이다. 주식 매매가 체결되는 것과 결제가 완료되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예를 들어 A 씨가 주식을 팔고 B 씨가 해당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거래소에서는 두 사람의 매매 주문이 체결된다. 이후 결제기관은 거래 내용을 확인하고 주식과 대금이 정확하게 이전되도록 처리한다.
이 과정에는 증권회사와 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다. 하루 동안 수많은 주식 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 정보를 확인하고 실제 주식과 대금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결제주기가 운영돼 왔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매매일로부터 2거래일 뒤 결제가 완료되는 T+2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주식을 팔자마자 모든 현금이 즉시 인출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결제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 개편은 거래 이후 처리하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결제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증권회사와 관련 기관의 전산시스템을 함께 바꿔야 한다.

2028년 도입 추진…내년 10월까지 시스템 구축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코스콤은 2027년 10월까지 결제주기 단축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개편을 마칠 계획이다. 이후 최소 6개월 동안 통합 테스트를 실시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통합 테스트는 실제 주식 거래와 유사한 환경에서 여러 기관의 전산시스템이 문제없이 연결되는지 점검하는 절차다. 주식 매매가 체결된 이후 거래 정보가 전달되고 결제대금과 주식이 정확하게 처리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이번 개편에는 모두 8개 분야, 22개 과제가 추진된다. 주식 거래 이후 결제까지 이어지는 업무 절차를 정비하고 거래·결제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국거래소 등은 관련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8년 중 T+1 결제제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일이 2028년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결제제도를 도입하려면 국내 증권회사뿐 아니라 해외 금융회사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준비도 필요하다. 해외에서 한국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도 거래 정보 전달과 자금 결제 절차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 유관기관들은 금융회사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2028년 1분기까지 전산 개발과 업무체계 개편을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12월 업권별 업무 표준안과 이행 점검표를 제공한다.
내년 1분기에는 결제주기 단축을 담당하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와 사업관리조직(PMO)도 출범할 예정이다. 이들 조직은 기관별 시스템 개편 상황을 점검하고 일정에 맞춰 준비가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식뿐 아니라 ETF·ETN도 적용…투자자에게 달라지는 점
새로운 결제제도는 일반적인 상장주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거래소 등은 주권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결제주기를 함께 T+1로 전환할 계획이다.
ETF는 여러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특정 주가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ETF를 매수하면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TN은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상품으로 특정 지수나 자산의 수익률에 연동되도록 설계된다. ETF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지만 상품의 법적 구조와 발행 주체에는 차이가 있다.
이번 개편이 시행되면 이러한 상품을 매도한 뒤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도 앞당겨질 예정이다. 주식이나 ETF 등을 팔아 확보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는 투자자에게는 자금 운용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변화다.

예를 들어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투자자가 월요일에 주식을 매도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는 수요일 결제 이후 출금할 수 있지만 T+1 제도에서는 화요일에 출금할 수 있게 된다. 주식 매도부터 현금 확보까지 기다리는 기간이 하루 줄어드는 것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팔았을 때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식 매매에 따른 세금이나 수수료가 이번 결제주기 단축만으로 변경되는 것도 아니다. 변화의 핵심은 매도대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
미국은 이미 하루 만에 결제…한국도 국제 기준 맞춘다
한국이 결제주기 단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해외 주요 증권시장의 변화가 있다. 미국은 2024년 5월부터 주식 결제주기를 T+2에서 T+1로 단축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거래가 체결된 다음 영업일에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도 T+1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역시 결제주기 단축을 검토하는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 거래 이후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마다 결제주기가 다르면 여러 나라의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관리하는 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는 국가별 결제 일정에 맞춰 거래대금과 주식을 준비해야 한다. 결제주기가 짧아지면 자금이 묶이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제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결제위험은 주식 거래가 체결된 뒤 실제 결제가 완료되기 전까지 거래 상대방이 돈이나 주식을 제때 넘기지 못할 가능성을 뜻한다.
예를 들어 주식 매매가 체결됐지만 결제가 끝나기 전에 거래 상대방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결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거래일과 결제일 사이의 기간이 짧아지면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도 줄어든다.
한국거래소 등은 결제주기 단축을 통해 국내 증권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자의 자금 활용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와 결제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확대해 금융회사들의 업무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1972년부터 이어져 온 국내 주식시장의 T+2 결제제도가 2028년 T+1로 전환되면 약 55년 만의 변화가 된다. 시행 시점은 금융당국과 국내외 금융회사, 외국인 투자자 등과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