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작심하고 올린 글... 사실상 이 대통령 겨냥 '파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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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도 부장판사, 여권 겨냥해 "내란 우두머리와 무엇이 다른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는 현직 부장판사가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여권을 향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직격했다. 그는 대법관 임명권을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욱도(사법연수원 31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전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여권과 대법원의 갈등이 시작된 지점으로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꼽았다. 대법원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 판결문에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점을 짚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들만 다수의견에 섰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여권이 대선 직전 이 판결을 받아 들었다며 "충격과 공포, 분노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대법원이 우리 숨통을 끊으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느끼셨을 것"이라고 썼다.
정 부장판사는 여권이 대선 승리 뒤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을 담은 사법개혁 3법을 밀어붙인 것도 이때의 감정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그는 여권이 "대법원의 힘을 빼고 새로 임명된 사람들로 거의 다 채우며 그 판단에 상위권력이라는 족쇄를 채워야 안심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개혁 3법에 반대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입법 과정은 온당하지 못했다. 특히 법왜곡죄는 위헌임이 분명하다고 본다"면서도 "대법원이 숙의를 건너뛰고 편파의 외관을 띤 초유의 판결로 불신을 산 업보이니 자업자득이라고 체념했다"고 썼다.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운영만 잘 되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여당과 사법부 사이의 긴장이 그 정도에서 해소되기만을 바랐다"고 적었다.
그러나 여권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게 정 부장판사의 주장이다. 그는 "아직 마음이 안 놓이셨나 보다. 새 대법관들을 전부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골라 앉혀야만 놓이실 모양"이라며 "임명가부만을 정할 수 있는 소극적 권한인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하신다는 게 저만의 오해일까요"라고 물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관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정 부장판사로선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을 대법관에 앉히려고 대법원장에게 특정인 제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사실상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은 지난 8월부터 이어졌다.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 절차를 진행하자 여권은 반발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고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도록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에도 코트넷에 '이 조문 어디에'라는 글을 올려 헌법 제104조 제2항을 거론했다. 그는 "제청 반려, 재제청 요구, 임명동의안 송부 거부에 이르러서는 초법적 발상에 아연해지기까지 한다"며 "헌법대로 임명권을 행사하거나 임명을 거부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6월에도 대법관 제청 문제를 두고 "제청·동의를 받은 후보자라도 임명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하면 될 일"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번 탄핵 논의와 국정조사도 이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시도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빌미로 지난 감정을 실어 대법원장을 쫓아내고자 시작하신 게 탄핵 논의이고 이번 국정조사 아닌가"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겁박의 효과로 장래의 불리한 판결에 장애를 심으려 한다고 추측하면 지나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사법부가 잘한 것 없다. 흠결 있는 절차로 불신을 자초했을뿐더러 제대로 책임진 사람도 없다"며 "그 판결 이후 대법원장은 사퇴하시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본인께서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하신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무리가 따르고 곧 권한남용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세력 복귀가능성을 핑계로 그 진압을 명분 삼아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썼다. 또 "개별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시도를 실질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시는 것은 명백히 사법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법관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부디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추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글 말미에서 자신이 사법부에 계엄에 대한 위헌선언을 요구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청했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동료 판사의 글이 과거의 침묵을 이유로 폄하되는 것을 보고 같은 취지의 말을 직접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부탁한다"며 글을 끝맺었다.
정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직후 "긴박했던 그 밤을 지난 오늘까지도 진정한 어른 노릇을 하지 않으려는 사법부에 '침묵의 이유'를 묻는다"며 사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정 부장판사가 언급한 동료 판사는 성찬용(사법연수원 44기)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다. 성 판사는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달 30일 코트넷에 올렸다. 그는 검찰 폐지,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원장 탄핵소추와 국정조사 시도를 열거하며 "결국엔 단 한 줄로 요약돼버린 동물 칠계명이 떠오른다"고 적었다. 이어 "그럼에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고 순응하는 것만큼 비겁한 일은 없다"고 썼다.
이 글에는 판사와 부장판사, 법원장 등이 동의하는 댓글을 20개 넘게 달았다. 조미연 청주지법원장은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 썼다. '사법부가 국민 신뢰를 잃은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성 판사의 글에 대해 "용기 있는 행동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검찰 정치'가 끝나자 '법원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며 "참으로 오만하고 독선적인 비방"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법권 침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사법부를 성역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비상계엄 당시 행적, 이 대통령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 업무추진비 등을 조사 대상으로 제시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5일 본회의에 보고하려 한다며 "탄핵 간보기용 국정조사"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평소 의견 표명을 삼가던 판사들이 잇따라 글을 올리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논의가 확산하면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관련 안건이 상정될 수 있다. 법원장회의가 소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욱도 부장판사가 올린 글>
안녕하십니까? 서울북부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하는 정욱도입니다. 다가온 대법원장 국정조사에 즈음하여 몇 자 올립니다.
우선 정치 무관 일반 국민으로서 위로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12·3 계엄으로 '수거'당해 이승과 하직할 뻔하셨습니다. 하늘과 시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막아낸 뒤에도 계엄의 정당성을 외치는 여당과 군중 때문에 불안하셨지요? 법원 청사에 대한 폭도의 공격, 전례 없는 논리로 석방되는 내란 우두머리를 보면서 기가 막히셨을 겁니다. 탄핵으로 열린 조기대선에서는 내란세력을 복귀시켜 언제든 다시 계엄 선포할지 모르는 상대 후보를 꺾어야 생명의 위협을 떨치실 수 있었겠습니다. 그런 와중인데 직전에 후보를 지워버릴지 모를 대법원 판결을 받으셨습니다. 판결에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반대정파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만이 다수의견에 가담했습니다. 전례 없이 빠른 사건결론, 후속절차도 빨랐습니다. 충격과 공포, 분노를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우리 숨통을 끊으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결국 대선에서 이겨 한시름 놓으셨습니다. 그래도 그때의 강렬한 감정들은 남았을 터입니다. 대법원장이 이쪽을 적대한다고, 언제든 선을 넘는 데 거리낌이 없을 거라고 느끼실 법합니다. 하여 대법원의 힘을 빼고 새로 임명된 사람들로 거의 다 채우며 그 판단에 상위권력이라는 족쇄를 채워야 안심되셨겠지요. 사법개혁 3법을 만드셨습니다. 입법과정은 온당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법왜곡죄는 위헌임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래도 대법원이 숙의를 건너뛰고 편파의 외관을 띤 초유의 판결로 불신을 산 업보이니 자업자득이라고 체념했습니다. 대법관 증원도 재판소원도 비록 도입은 마땅찮지만 운영만 잘 되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여당과 사법부 사이의 긴장이 그 정도에서 해소되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아직 마음이 안 놓이셨나 봅니다. 새 대법관들을 전부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골라 앉혀야만 놓이실 모양입니다. 임명가부만을 정할 수 있는 소극적 권한인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하신다는 게 저만의 오해일까요? 그 시도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빌미로 지난 감정을 실어 대법원장을 쫓아내고자 시작하신 게 탄핵 논의이고 이번 국정조사 아닌가요? 더불어 맘에 안 드는 판결들, 반대정파에 관대해 보이는 판단에 대한 불만을 한쪽으로 돌리고 궁극적으로는 겁박의 효과로 장래의 불리한 판결에 장애를 심으려 한다고 추측하면 지나칩니까?
사법부가 잘한 것 없습니다. 흠결 있는 절차로 불신을 자초했을뿐더러 제대로 책임진 사람도 없습니다. 독립을 말할 자격에 의문이 제기될 만도 합니다. 그 판결 이후 대법원장은 사퇴하시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겁니다. 그러나 본인께서 자리를 지키기로 결정하신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무리가 따르고 곧 권한남용이 됩니다. 더 이상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세력 복귀가능성을 핑계로 그 진압을 명분 삼아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모두 차치하고, 개별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시도를 실질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시는 것은 명백히 사법독립에 대한 침해입니다. 법관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습니다. 부디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추시기 바랍니다.
성찬용 판사님의 용기 담긴 글이 계엄 및 작년 판결에 대한 이전의 침묵을 이유로 폄하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법부에 계엄에 대한 위헌선언을 요구했고 위 판결의 문제점을 이유로 대법원장께 사퇴를 청했던 1인으로서 같은 취지의 말씀을 직접 드립니다. 바깥 사정 잘 모르는 일개 판사로서 외람된 말씀을 올려 죄송합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