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선배는 이해해 주실 것" 조문 불참한 김용건, 미신 '상문살'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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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아들 하정우 결혼식 앞둔 김용건

배우 김용건(80)이 '전원일기'에서 22년간 아버지로 모신 고(故) 최불암의 빈소를 끝내 찾지 않았다. 다음 달 장남 하정우의 결혼식을 앞두고 주변에서 조문을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초상집의 나쁜 기운이 따라붙는다는 오래된 속설, '상문살'이 있다.

배우 고(故) 최불암 영정을 든 송일국, 김용건 / 뉴스1
배우 고(故) 최불암 영정을 든 송일국, 김용건 / 뉴스1

최불암은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거동이 불편해져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고, 재활에 매진했으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1939년생인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MBC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등으로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5일장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60년 넘게 무대와 안방극장을 지킨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발인은 지난 2일 오전 7시 40분 엄수됐고, 서울 여의도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 집전으로 장례 미사가 열렸다. 장지는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이다.

22년 '양촌리 부자'로 호흡 맞춘 최불암-김용건…장남 자리는 비어 있었다

김용건과 최불암의 인연을 상징하는 작품은 MBC '전원일기'(1980~2002)다. 최불암이 양촌리 김 회장을, 김용건이 그의 큰아들 김용진을 맡아 22년 동안 한 가족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로 꼽히는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은 브라운관 밖에서도 각별한 사이로 지냈다.

빈소에는 닷새 동안 '전원일기' 식구들과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극 중 둘째 아들 용식 역을 맡았던 배우 유인촌은 "전원일기 가족 전체가 다 그런 가족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살았는데"라며 고인을 기렸다. 배우 김혜수는 사흘간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고, 유동근은 촬영을 마친 뒤 작업복 차림 그대로 빈소를 찾았다.

고(故) 최불암 빈소 / 뉴스1
고(故) 최불암 빈소 / 뉴스1

그러나 맏아들 역의 김용건은 끝까지 빈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사실은 '전원일기' 동료 백일섭의 입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백일섭은 지난달 31일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에게 아들의 결혼을 앞둔 김용건이 자신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고, 자신이 빈소에 오지 말라고 말렸다고 전했다. 백일섭은 발인 전에 김용건이 조용히 다녀갈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김용건은 발인 날까지 빈소를 찾지 않았다.

'전원일기' 출연 배우들 / 임호 SNS
'전원일기' 출연 배우들 / 임호 SNS

김용건 아들인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는 다음 달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배우 차정원과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다. 1978년생 하정우와 1989년생 차정원은 11살 차이로, 2020년 동료로 만나 연인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은 올해 2월 열애를 공식 인정하면서도 결혼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으나, 8개월 만인 지난달 14일 양측 소속사를 통해 결혼 날짜를 발표했다. 김용건에게는 2022년 배우 황보라와 결혼한 차남 차현우에 이어 두 번째 며느리를 맞는 경사다. 결혼 발표 당일 김용건은 축하 인사를 받자 "결혼 날짜가 떴어요? 아버지래도 저는 잘 몰라요"라고 되물으며, 날짜를 기사로 먼저 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비 며느리 차정원에 대해서는 "예쁘고 귀엽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저도 곧 따라가니까 형님 편히 쉬십시오"…조문 대신 기도

김용건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접 심경을 밝혔다. 그는 "다음 달에 (아들) 결혼식이 있는데, 비보를 듣고 준비하던 중 여러 사람에게 조문을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를 꼭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착잡했다"고 덧붙였다. 속설을 전적으로 믿어서가 아니라, 혼사를 앞둔 상황에서 주변의 권유를 따랐다는 취지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슬픈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하루하루 마음이 힘들다"라며 괴로운 심정을 털어놨다. 빈소에 가는 대신 기도로 고인을 보냈다고도 했다. 김용건은 "가서 뵙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기도했다"며 "어젯밤에도 '편한 데 가셔서 잘 쉬시고, 먼 훗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저도 곧 따라가니까 형님 편히 쉬십시오' 하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고인에 대해서는 "22년이라는 세월도 길지만 정말 형님이자 선배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생전 마지막 만남도 떠올렸다. 최불암이 입원해 있을 때 병문안을 갔던 일을 돌아보며 그는 "형님이 '내가 지금 재활하고 있으니까 곧 보자, 몇 사람 모여서 소주나 한잔하자'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그럼요 형님. 하여튼 일어나셔야죠'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느 날부터 연락이 안 되더라"며 끝내 지켜지지 못한 약속을 아쉬워했다.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용건은 3일 채널A와의 통화에서 그래도 조문을 갔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고, 어떤 질책도 다 애정어린 말씀"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불암 선배는 아마 서운해하시지 않고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하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고인이 생전 "친아들처럼 대해주셔서 따뜻한 마음을 다 알고 있다"며, 정작 자신은 조문을 가지 못해 "마음이 불편하고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아들 하정우와 나눈 통화 내용도 전했다. 하정우가 전화로 "괜찮으냐"고 묻자, 김용건은 "마음에 걸려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배우 하정우 / 뉴스1
배우 하정우 / 뉴스1

상문살이 뭐길래…초상집 '독한 기운'이 따라온다는 속설

김용건의 조문을 막은 속설은 흔히 '상문살(喪門煞)'로 불린다. 죽을 상(喪), 문 문(門), 그리고 사람을 해치는 독한 기운을 뜻하는 살(煞)이 합쳐진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상문살을 민속 용어로 분류하고 '사람이 죽은 방위로부터 퍼진다는 살', '사람이 죽은 일로 일어난 살'이라고 풀이한다. 쉽게 말해 초상이 난 곳의 부정한 기운이나 떠도는 잡귀가 조문객에게 옮겨붙는다는 미신이다.

민간에서는 상가에 다녀온 뒤 이유 없이 앓아눕거나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상문살이 들었다고 여겼다. 심하면 갑작스러운 병이나 죽음까지 부른다고 믿었다. 상문살을 쫓아내기 위해 치르는 굿도 따로 있는데, 이를 '상문부정' 또는 '상문풀이'라고 부른다. 사주명리에서도 '상문살'은 띠를 기준으로 따지는 흉살의 이름으로 쓰인다.

이런 미신 때문에 혼례나 출산처럼 집안의 큰 경사를 앞둔 사람은 문상을 피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부득이 상가에 가야 할 때를 대비한 방법도 전해 내려온다. 붉은 팥을 주머니에 넣어 갔다가 뿌리거나, 집에 들어가기 전 문 앞에서 몸에 소금을 뿌리는 식이다. 짚을 태운 불을 뛰어넘고 들어가는 풍습도 있었다. 팥과 소금은 예로부터 액을 막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다만 상갓집 출입을 꺼리는 문화가 유교 예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논어'는 공자가 괴이한 현상이나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 선비 사회에서는 직접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는 일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도리로 봤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 이미지 / AI 생성 이미지

2026년에도 '현재진행형'…"그냥 미신" vs "자식 큰 일 앞둔 부모 마음"

상문살 논쟁은 옛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결혼 시즌마다 예비부부 커뮤니티에 결혼 전 장례식에 가도 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는 등 이 속설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같은 달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결혼을 약 4개월 앞두고 가장 친한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왔다가 예비 신부, 어머니와 크게 다퉜다는 남성의 사연이 올라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다수 누리꾼은 친구의 마지막 길을 지킨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봤지만, 예민한 문제인 만큼 미리 상대와 충분히 상의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용건을 향한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 누리꾼은 "그냥 미신 아닌가", "결혼식까지 한 달 넘게 남았는데도 안 가는구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자식의 인륜지대사를 앞둔 부모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선배인 백일섭이 먼저 만류한 만큼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며 김용건을 감싸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건은 다음 달 하정우의 결혼식을 마친 뒤 고(故) 최불암의 묘소를 찾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