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도 황영조도 아니었다…2026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은 바로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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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홀로 4승 거둔 '무쇠팔'의 투혼
선수·지도자로 한국 야구 발전 이끈 최동원

한국 스포츠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전설적인 선수들 가운데 2026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이 탄생했다.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주봉 감독과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최종 선정의 영예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에게 돌아갔다.

2020년 9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 앞서 故 최동원 선수 9주기 추모 영상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2020년 9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 앞서 故 최동원 선수 9주기 추모 영상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그 주인공은 바로 '무쇠팔'로 불렸던 고(故) 최동원(1958~2011)이다. 대한체육회는 4일 최동원을 2026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최종 후보에는 최동원과 박주봉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62),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56) 등 3명이 올랐으며, 심사를 거쳐 최동원이 최종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다음 달 중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을 열고 고인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남긴 업적과 공헌을 기릴 예정이다.

"마, 함 해 보입시더"…한국시리즈 홀로 4승 거둔 '무쇠팔'

최동원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투수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영웅으로 기억된다. 해마다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면 1984년 최동원의 투혼이 다시 회자될 정도로 그가 남긴 기록과 활약은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최동원의 이름을 한국 야구 역사에 각인시킨 무대는 1984년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우승을 놓고 맞붙었다. 최동원은 이 시리즈에서 무려 5차례 마운드에 올라 홀로 4승 1패를 기록하며 롯데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한 명의 투수가 단일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거둔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당시 강병철 롯데 감독은 최동원에게 1·3·5·7차전 선발 등판 일정을 통보했다. 이에 최동원은 “알겠심더. 마, 함 해 보입시더”라는 짧은 말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사투리가 담긴 이 한마디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다.

실제 최동원은 그해 한국시리즈 1·3·5·6·7차전에 모두 등판했다. 당초 예정된 선발 일정에 없었던 6차전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팀의 우승을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기록한 4승은 롯데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최동원의 활약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프로야구 통산 103승과 1019탈삼진, 평균자책점 2.46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통산 평균자책점은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의 1.20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뛰어난 구위와 투지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던 최동원의 선수 시절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가대표로도 한국 야구 발전에 힘을 보탰다. 최동원은 1977년 국제야구연맹(IBAF) 대륙간컵과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에 공헌했다. 프로 무대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하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은퇴 후에도 한국 야구 발전에 헌신…스포츠영웅으로 남다

2020년 9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 앞 최동원 동상앞에서 '최동원 선수 9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뉴스1, 롯데자이언츠 제공
2020년 9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 앞 최동원 동상앞에서 '최동원 선수 9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 뉴스1, 롯데자이언츠 제공

최동원은 선수 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야구와 인연을 이어갔다.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과 국가대표팀 전력분석원 등을 맡아 한국 야구 발전에 힘썼다. 선수로서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은퇴 이후에도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의 이름은 한국 프로야구의 권위 있는 투수상에도 남아 있다. 바로 '최동원상'이다. 최동원기념사업회가 2014년 주도해 제정한 이 상은 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투수를 선정해 시상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사이영상', 일본 프로야구의 '사와무라상'처럼 뛰어난 업적을 남긴 전설적인 투수를 기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체육회 역시 최동원의 불굴의 투지와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최동원 영웅은 불굴의 투지와 도전정신으로 한국 야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전설적인 선수”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스포츠영웅 선정을 통해 고인이 남긴 업적과 정신이 다시 한번 조명되고 미래세대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은 국위선양과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청소년과 현역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체육인을 선정하는 제도다. 대한체육회가 후보자 추천과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하면 스포츠영웅선정위원회가 업적 평가와 국민 지지도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헌액자를 결정한다.

올해는 배드민턴과 마라톤, 야구에서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빛낸 인물들이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봉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황영조는 같은 대회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스포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이들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최동원은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활약과 국가대표로서의 공헌, 은퇴 이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기울인 노력 등을 인정받아 2026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됐다.

1984년 롯데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무쇠팔' 최동원. 그가 남긴 투혼과 도전정신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번 스포츠영웅 선정으로 고인이 남긴 업적과 정신이 다시 한번 조명받게 됐다.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 국가대표팀 감독

박주봉 배드민턴 남자 대표팀 감독이 지난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복식 8강에서 서승재에게 얼음주머니를 대주고 있다 / 뉴스1
박주봉 배드민턴 남자 대표팀 감독이 지난 9월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복식 8강에서 서승재에게 얼음주머니를 대주고 있다 / 뉴스1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로 불리는 박주봉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김문수와 호흡을 맞춰 정상에 오르며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획득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로 변신한 박 감독은 영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을 오랫동안 이끌었다. 일본은 그의 지도 아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배드민턴 메달을 획득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박 감독은 지난 2025년 4월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안세영 등 대표 선수들을 지도하게 됐다. 계약 기간은 2026년 말까지다.

'몬주익의 영웅'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2014년 4월 6일 강원도 삼척 엑스포 광장에서 황영조 선수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제패를 기념하는 ‘2014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황영조 선수가 삼척 시민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 뉴스1
2014년 4월 6일 강원도 삼척 엑스포 광장에서 황영조 선수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제패를 기념하는 ‘2014 삼척 황영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황영조 선수가 삼척 시민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 뉴스1

황영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육상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당시 42.195㎞ 풀코스를 2시간 13분 23초에 완주하며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특히 경기 막판 몬주익 언덕에서 펼친 역주로 '몬주익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황영조의 우승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이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지 56년 만에 이뤄진 쾌거였다. 더욱이 손기정이 일제강점기 일본 국적으로 출전했던 것과 달리 황영조는 태극기를 달고 정상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그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도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정상에 섰다. 황영조의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은 지금까지도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