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000만 원 벌면, 세금 165만 원"…정부, 과세 시기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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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세금, 7년 연기 끝에 2029년 확정
해외 거래소 파악 못해…가상자산 과세 또 미뤘다
내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로 돈을 벌면 세금을 내도록 하려던 정부가 과세 시기를 2년 더 늦추기로 했다. 당초 2027년부터 세금을 걷을 예정이었지만, 2029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상자산 과세가 미뤄지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상자산 소득과세를 2년 더 미루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금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걷기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인터넷에서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말한다. 흔히 '암호화폐' 또는 '코인'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상자산 소득과세는 이러한 코인을 사고팔아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마련했던 과세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한 해 동안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과세 대상 이익에서 250만원을 빼고, 남은 금액에 소득세 20%를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실제 세율은 22%가 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1000만원에 사서 2000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거래나 비용이 없고 과세 대상 이익이 1000만원이라면 먼저 250만원을 공제한다. 남은 750만원에 22%를 적용하면 세금은 165만원이다.
반대로 한 해 동안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과세 대상 이익이 200만원이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연간 250만원까지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기본공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공제란 세금을 계산할 때 일정 금액을 먼저 빼주는 제도를 뜻한다.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에 산 비트코인의 가격이 2000만원으로 올랐더라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면 가격 상승만으로 거래 이익에 대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로 거래하거나 처분해 과세 대상 소득이 생겼을 때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발표는 이러한 세금 제도를 2029년부터 시행하도록 법을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아직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므로 정부 발표만으로 과세 연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2022년부터 걷으려던 세금…벌써 네 번째 연기
가상자산 과세는 원래 2022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을 개정해 가상자산 거래로 얻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을 앞두고 과세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과세 시기를 2023년으로 1년 늦췄다. 이후 다시 2025년으로 2년 연기했고, 세 번째 유예를 통해 2027년으로 미뤘다. 이번에 발표한 방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과세 시작 시점은 2029년이 된다.
처음 계획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7년이나 늦어지는 셈이다. 정부가 과세 시기를 여러 차례 바꾸면서 정책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시행을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연기를 추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부총리도 반복된 연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투자로 이익을 얻었다면 그 소득에 맞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자체를 없애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해외 거래소에서 번 돈은 어떻게 확인하나…정부가 연기하는 이유
정부가 과세를 다시 미루려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는 거래 내역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외국에 있는 거래소를 이용하면 국내 세무당국이 투자자의 거래 내역과 이익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A 씨는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고팔아 1000만원을 벌고, B 씨는 해외 거래소에서 같은 금액을 벌었다고 가정해 보자. 두 사람 모두 과세 대상이라면 같은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 자료만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의 소득을 똑같이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같은 소득을 얻은 사람에게 세금이 공정하게 부과돼야 한다는 원칙을 '과세 형평성'이라고 한다. 정부는 해외 거래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고려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는 국가끼리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주고받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다.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한 나라의 투자자가 다른 나라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하면 관련 거래 정보를 국가 간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교환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세무당국이 자국민의 해외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가상자산 정보교환이 2029년부터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때까지 국내외 거래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이익도 국내 거래소에서 발생한 이익처럼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올해 1000만원 잃고 내년 1500만원 벌었다면?…손실도 세금 계산에 반영
정부는 과세 시기를 늦추는 동안 세금 계산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로 손해를 본 금액을 이후 발생한 이익에서 빼주는 제도를 추진한다. 이를 '손실 이월공제'라고 부른다.
손실 이월공제는 특정 연도에 발생한 투자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세금을 계산할 때 반영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은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일이 많아 투자자가 한 해에는 손해를 보고 다른 해에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3년 동안 손실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2029년에 코인 투자로 1000만원을 잃고 2030년에 1500만원을 벌었다고 가정해 보자. 손실 이월공제가 도입되고 해당 손실이 공제 요건을 충족한다면 2030년 이익 1500만원에서 전년도 손실 1000만원을 빼는 방식으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손실을 반영한 이익은 500만원이 된다. 여기에 기본공제 250만원까지 적용된다면 남은 250만원에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실제 공제 순서와 세금 계산 방식은 앞으로 마련될 법률에 따라 정해진다.
이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가 돈을 잃었던 기간까지 고려해 세금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하지 못하면 여러 해에 걸친 투자 결과와 세금 계산에 반영되는 이익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투자 손실을 일정한 요건에 따라 공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가상자산 투자자의 손실을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디지털자산법은 무엇인가…코인 시장 규칙도 새로 정비
정부가 과세를 미루려는 또 다른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을 관리하는 법률 체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디지털자산법이 제정되면 거래소 운영과 투자자 보호 등에 관한 제도적 기반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자산법은 가상자산을 비롯한 디지털 형태의 자산을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감독할지 정하는 법률을 뜻한다.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거래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이용자 보호 장치 등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칙이 바뀌면 세금을 계산하는 기준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 어떤 거래에서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볼지, 여러 거래소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어떻게 합산할지, 투자자가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무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실무팀에서는 과세 기준을 정비하고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세금을 신고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논의한다.
정부는 2027년 상반기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어 2028년 상반기에는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발표해 거래소와 투자자들에게 안내하기로 했다. 2029년 과세 시행에 앞서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하는 방법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