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내일]부모는 끝내 못 만난 막내딸…남은 형제들이 43년 만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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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의 기적, 희미한 이름 하나가 가족을 다시 만나다
부모 없어도 이어지는 찾기, 형제자매가 남긴 유전자 단서
다섯 살에 사라진 막내가 돌아왔을 때,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대신 동생을 꼭 찾아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기억하는 언니와 오빠가 있었다. 1980년 가족과 헤어진 조묘진 씨는 2023년 3월 10일, 43년 만에 형제자매와 다시 만났다.
부모가 남긴 부탁…동생 찾기를 이어간 형제들

아동권리보장원이 2023년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 씨는 1980년경 서울 동작구에서 실종됐다. 당시 만 다섯 살이었던 막내는 가족과 헤어진 뒤 다른 이름으로 살아갔다. 어린아이가 성인이 되고도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가족은 서로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부모는 끝내 딸과 재회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생을 찾아달라는 부탁은 남은 자녀들에게 이어졌다. 당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 씨의 언니들은 부모의 뜻에 따라 2019년 유전자를 등록해 놓았다.
언니들이 남겨둔 정보는 동생을 찾았을 때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얼굴이나 기억만으로 서로를 알아보기 어려워졌더라도, 실제 가족인지를 확인할 방법을 준비한 것이다.
이 가족의 사연은 실종아동 찾기의 주체가 부모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종이 길어지면 아이를 찾던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날 수 있다. 그때 남은 형제자매에게는 함께 자라지 못한 가족을 찾는 일이 이어진다. 부모가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남은 가족의 찾기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조 씨가 형제자매를 다시 만난 데에는 그렇게 남겨둔 기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유전자 등록만으로 곧바로 가족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가던 가족을 연결하려면, 등록된 정보와 대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가 필요했다.
그 실마리는 막내에게 희미하게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이름이었다.
잊히지 않은 이름 하나가 연결한 가족

조 씨는 가족과 헤어진 뒤 새로운 가족을 만나 다른 이름으로 살아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자신이 조묘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기억만큼은 희미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조 씨는 기억 속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그 과정에서 덕신하우징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종아동 찾기 전단을 발견했다. 전단 속 아이는 어린 시절 자신과 닮아 있었다.
덕신하우징은 2017년부터 홈페이지에 실종아동 찾기 메뉴를 마련하고, 아동권리보장원이 제공한 사진과 정보를 게시해왔다. 가족이 찾고 있던 아이의 정보가 온라인에 남아 있었고, 수십 년간 다른 이름으로 살아온 당사자가 그 기록을 발견한 것이다.
조 씨는 회사에 연락해 자신이 사진 속 인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보장원이 조 씨와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제보 내용을 서울경찰청 실종팀에 전달하면서 확인 절차가 시작됐다.
자신과 닮은 사진을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가족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기억 속 이름과 전단의 사진은 찾기의 출발점이었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은 별도로 필요했다.
조 씨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가 진행됐다. 국과수는 조 씨와 앞서 여동생을 찾기 위해 유전자를 등록한 두 사람의 정보를 일대일로 대조했다. 그 결과 세 사람이 자매라는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단서는 서로 다른 역할을 했다. 조 씨에게 남아 있던 이름은 실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했고,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은 제보로 이어졌다. 언니들이 등록해둔 유전자는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이 실제 가족인지를 확인하는 근거가 됐다.
실종아동 정보를 계속 알리는 일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단을 보는 사람이 당시의 목격자나 주변인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진 당사자가 성장한 뒤 자신의 기록을 발견할 수도 있다. 조 씨의 사례에서는 오래전 이름을 기억하던 사람이 직접 검색하면서 끊겼던 연결이 다시 이어졌다.
43년 만의 상봉 자리에는 조 씨와 형제자매 세 명이 참석했다. 다섯 살 막내의 실종으로 헤어졌던 네 남매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보장원이 전한 소감에서 조 씨는 상봉을 도운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언니는 앞으로 동생을 많이 챙기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부모가 없어도 이어지는 찾기…상봉 이후의 지원까지

조 씨의 상봉은 2023년 개별 유전자 대조를 통해 이뤄졌다. 이후에는 형제자매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전정보 검색 기능도 확대됐다.
경찰청은 유전정보 검색시스템 고도화를 마치고 2024년 1월부터 형제·자매 등 2촌 이상 관계의 유전자 등록과 고속검색이 가능해졌다고 안내했다. 기존 부모·자녀 관계 중심의 검색에서 형제자매 관계까지 검색 범위를 넓힌 것이다.
조 씨 사례의 일대일 대조와 이후 확대된 시스템 검색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조 씨는 자신이 사진 속 인물일 수 있다는 제보를 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등록된 가족의 유전자와 비교해 관계를 확인했다. 시스템 고도화는 등록된 유전정보를 검색해 가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찾는 범위를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모가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형제자매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은 형제자매의 정보가 가족을 찾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전자를 등록했다고 곧바로 상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할 수 있는 정보와 제보, 확인 절차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가족을 찾은 뒤에도 지원은 이어져야 한다. 조 씨의 상봉 당시 보장원은 개명과 가족관계 정리 등 행정절차를 돕고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발표한 지원 계획으로, 실제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보장원은 실종아동 가족 지원 사업으로 찾기 물품과 활동비, 의료비와 심리상담 등을 안내하고 있다. 가족 상봉뿐 아니라 개명, 가족관계 정리, 심리치료 등 사후관리도 지원 범위에 포함한다.
오랫동안 헤어져 지낸 가족에게 상봉은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서로 다른 이름과 생활 속에서 살아온 시간을 한 번에 되돌릴 수는 없다. 신원을 확인한 뒤 필요한 기록을 정리하고, 가족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도 함께 필요하다.
조 씨의 가족은 부모가 생전에 딸을 되찾는 결말을 맞지는 못했다. 대신 남은 형제자매가 동생을 찾기 위한 정보를 남겼고, 막내는 기억 속 이름을 따라 자신의 기록에 도달했다. 그렇게 이어진 단서 끝에서 네 남매는 다시 만났다. 부모가 남긴 부탁은, 남은 자녀들이 서로를 확인하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위키트리도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다. 연재 기사인 다시 만날 내일을 통해 실종아동의 사진과 이름, 실종 장소와 신체적 특징 등을 알리며 독자들의 관심과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정보를 꾸준히 전하고, 가족들이 겪는 기다림과 필요한 지원도 함께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