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금으로 성매매업주들 먹고사는 걸 챙겨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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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성매매 업주 생계지원에 세금 2억" 주민 분노 폭발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토박이인 A씨는 초등학교(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날마다 옛 용주골 성매매집결지 옆을 지나 학교에 갔다. 옷을 벗고 앉아 있던 여성들과 정육점 조명 같은 불빛은 그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자식에게만큼은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A씨는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월세살이부터 시작해 운정신도시로 이사했다. 집결지 폐쇄 이후를 논의하는 파주시 시민공론장 설명회에 다녀온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한때 수원역 인근에 있었던 성매매집결지. / 뉴스1 자료사진
한때 수원역 인근에 있었던 성매매집결지. / 뉴스1 자료사진

A씨는 6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 자유게시판에 '아이 때문에 이사 왔는데... 용주골 성매매 업주 생계전환에 세금 2억 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말 많던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를 드디어 폐쇄하고 그 땅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공론장이 열린다기에 동네 사람을 위해 제대로 바뀌나 보다 싶어 반가운 마음에 지인과 함께 갔다"며 "설명을 듣는 순간 피가 솟구치고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고 했다. 이어 "시민을 위한 공론장이 아니라 불법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생계 전환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설명회에서 공개된 '시민공론장 추진 배경과 과제' 자료에는 공론장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네 갈래로 정리돼 있다. 성매매 영업 감소와 중단 선언에도 실제 중단 여부를 둘러싼 불신이 남아 있다는 점, 일부 종사자와 업주의 생계가 어렵고 주민들은 지역의 슬럼화와 낙후를 우려한다는 점, 파주시가 일부 부지 매입과 가족센터 조성을 추진하는 데 일부 주민이 이견을 제기했다는 점, 기존 공공시설 계획을 포함한 집결지 공간 활용 방향과 논의 범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업주들의 생계 문제가 공론장 의제에 오른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불법을 저질렀으면 행정 처벌을 받고 법적으로 감옥을 가든 벌금을 내든 처벌을 다 받은 뒤에 긴급 복지를 논해야 한다"며 "우리가 왜 불법 성매매 업주들이 먹고살 길까지 세금을 쥐여주며 챙겨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예산 집행 방식에 대한 불만도 밝히며 "지난 4년 동안 용주골을 폐쇄하려고 고생한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 목소리는 무시하고 전남광주에서 전문가라는 사람을 모셔다가 운영 회의 수당이니 자문 수당이니 챙겨주면서 세금을 2억원 넘게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억원이면 소방관들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줄 수 있고 방화복이든 뭐든 하나라도 더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영등포는 성매매 건물주들 재산을 몰수하던데 세금은 그런 데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명회 현장의 분위기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설명에 나선 교수가 전북 전주시의 옛 성매매집결지 선미촌 사례를 들자 한 시민이 "선미촌이 그럼 성공한 사례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교수는 "용주골과는 다른 케이스"라는 취지로 답했다. A씨는 "다른 케이스라고 스스로 인정할 거면서 왜 굳이 그 사례를 들고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완전 폐쇄도 안 됐는데 공간 활용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선미촌은 전주시가 건물을 사들여 문화·예술 공간 등으로 바꾸는 사업을 벌여온 곳이다.

파주시는 2023년부터 이 집결지 폐쇄를 본격 추진해 왔다. 시는 성매매 영업 공간을 차단하기 위해 집결지 안 핵심 건물 16개 동을 매입했다. 위반건축물 36개 동을 대상으로는 16차례에 걸쳐 철거 행정대집행을 벌였다. 2023년 4월부터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 9시부터 자정까지 공무원과 시민단체, 자원봉사자가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서는 이른바 '올빼미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7월까지 연인원 4899명이 220차례 참여했다.

공간 전환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파주시는 경기도의 '경기 생활SOC 환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도비 160억원을 확보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연풍리 일대에 가족센터를 포함해 문화·돌봄·교육 기능을 갖춘 복합시설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설명회 자료에 적힌 가족센터 조성 계획이 이 사업이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손배찬 파주시장은 용주골이라는 명칭 대신 주민들이 부르던 '대추벌'을 쓰기로 했다. 손 시장은 같은 달 9일 시정 업무보고에서 "대추벌 성매매 근절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불변의 원칙"이라며 "역대 어느 시장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집결지를 완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이 지나치게 깊이 개입하면서 정책의 본질보다 개발사업으로 비쳐졌던 부분이 있었다면 과감히 바로잡겠다"고도 했다.

시민공론장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파주시는 지난 8월 손 시장 주재로 공론장 준비회의를 열고 집결지 해체 원칙은 유지하되 종사자의 자립과 생계 전환, 주민 생활환경 개선, 지역경제 회복, 해체 부지 활용 방안을 시민과 이해관계자가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총괄은 의정부 소각장 입지 갈등 공론화 등을 맡았던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대표가 맡았다. 손 시장은 당시 "이번 시민공론장은 성매매집결지 해체라는 원칙 아래 당사자의 삶의 전환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업주와 종사자 20여명은 지난 9월 3일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을 기점으로 성매매를 중단하고 앞으로 다시는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법적인 생계 전환과 상권 회복을 위한 상생안을 시에 냈다. 다만 재산권과 개발 방식은 주민, 토지주, 건물주와 별도로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성매매를 스스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개별 협의나 우회적인 방식은 불가하다며 공론장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7일 시작한 시민참여단 모집은 오는 8일 마감한다. 파주시에 주민등록을 둔 18세 이상 시민이 대상이며 50명 이상 100명 이내를 뽑는다. 시는 지난달 27일과 29일 파주읍, 문산, 금촌, 운정 등 4개 권역에서 시민설명회를 열었다. 참여단은 자료집으로 사전 학습을 한 뒤 다음 달 5일과 12일 두 차례 시민토론회에서 생활 전환, 공간의 미래, 지역경제 회복을 놓고 토론한다. 권고안은 다음 달 말 파주시장에게 제출되며 시는 2027년 2월 말까지 이행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A씨의 글에 공감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성매매 업주 생계를 걱정해 주는 나라"라며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든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업주와 종사자 형사처벌은 당연하고 세무조사를 철저히 해서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징벌적 추징금까지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돈으로 전국 고아원 아이들을 지원한다면 세금을 더 내도 아깝지 않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자신도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라고 밝힌 A씨는 댓글로 "처벌이 먼저고 처벌을 다 받은 뒤에 복지나 생계 전환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결이 다른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어차피 없어질 직업도 아닌 것 같으니 차라리 나라에서 세금을 받고 관리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A씨는 "우리나라는 성매매가 불법이라 법부터 먼저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파주시는 오는 13일 시민참여단 선정 결과를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