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카, 9년 운영한 독립 L1 접고 이더리움 L2로 전환…“효과 없었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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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카가 9년 만에 독립 L1을 접고 기관 전용 이더리움 L2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ZIL 토큰은 유지되며 vLEI 연결 지갑만 거래하고,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질리카(Zilliqa)가 9년간 운영해 온 독립 레이어1(L1) 블록체인을 접고 이더리움 위에서 돌아가는 레이어2(L2)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프로젝트 측은 11월 5일(현지시각)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을 겨냥한 L2 전환 계획을 밝혔다. 새 네트워크의 이름은 질리카 인스티튜셔널 레이어(Zilliqa Institutional Layer)이고, ZIL 토큰은 그대로 유지된다.
전환의 핵심은 기업 신원 인증이다. 검증된 법인 자격증명(vLEI)과 연결된 지갑만 거래할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됐다. 다만 롤업 기술, 증명 방식, 이전 계획,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9년 만의 독립 체인 포기 선언
질리카 팀은 독립 네트워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토큰포스트(TokenPost)에 따르면 팀은 사용량·자금·유동성이 모두 부족했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보안 사고도 독립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직설적으로 입장을 냈다. “9년 동안 우리는 자체 레이어1을 만들고 운영했다. 효과가 없었다”는 문장에 이어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빅고 파이낸스는 이를 두고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내놓은 가장 솔직한 실패 인정 가운데 하나라고 평했다.
질리카는 2017년 싱가포르국립대와 연관된 연구진이 세웠다. 초기 자금으로 약 2,200만 달러를 모았고 투자자 가운데 폴리체인 캐피털이 있었다. 메인넷은 2019년 1월 가동됐다. 트랜잭션을 네트워크 조각별로 나눠 처리하는 샤딩(분할 처리) 구조로 처리량을 높이는 설계가 특징이었다.
빅고 파이낸스에 따르면 기술 설계는 주목받았지만 경제성은 따라오지 않았다. 팀은 독립 체인이 요구하는 수준에 못 미친 사용량, 소규모 L1에서 말라 가는 자금과 유동성, 네트워크를 혼자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이후 진행한 대대적 개편인 질리카 2.0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 이 매체의 설명이다.

기관 전용 L2, vLEI 없으면 거래 불가
새 네트워크는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정산하도록 설계됐다. 토큰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vLEI와 연결된 지갑만 거래할 수 있어 기업 자격증명이 네트워크 접근의 조건이 된다. vLEI는 법인식별코드를 암호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기업이 누구인지, 그 기업을 대신해 서명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다.
접근 순서도 정해졌다. 처음에는 기관만 들어올 수 있고 다른 이용자는 이후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약속이 있었다. 빅고 파이낸스는 검증된 기관끼리 거래하는 허가형 시장으로 출발한 뒤 개인과 자율 에이전트(자동으로 거래하는 프로그램)에 문을 여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로젝트는 이 틀을 정산 방식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로 설명한다. 신원 검증 기능이 특정 블록체인의 정산 과정에 묶여 있지 않다는 뜻이다. 첫 L2의 기반은 이더리움으로 잡혔다. 빅고 파이낸스는 이 구조가 승인과 정산을 분리한다고 해석했다. 신원·자격 확인은 거래 전 단계에서 이뤄지고 최종 확정은 기반 체인이 맡는다는 것이다.
ZIL 토큰은 새 네트워크의 유일한 토큰으로 남는다. 기관 참여를 위해 최소 ZIL 보유량을 요구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지만 도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리히텐슈타인 LTIN이 시퀀서 운영
시퀀서(L2에서 거래 순서를 정하고 묶어 처리하는 운영 주체)는 리히텐슈타인 트러스트 인티그리티 네트워크가 맡을 예정이다. LTIN은 vLEI도 배포한다. 토큰포스트에 따르면 LTIN은 공식 발행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빅고 파이낸스는 LTIN이 적격 vLEI 발행기관이 되는 과정에 있다고 적었다.
LTIN의 과반 지분은 국영 기업 텔레콤 리히텐슈타인이 갖고 있다. 빅고 파이낸스는 LTIN을 리히텐슈타인의 국가 지원 신뢰 네트워크로 소개했다. 시퀀서 운영자와 신원 자격증명 발급자가 같은 기관이라는 점이 이 설계의 특징이다.
규제 준수의 한계와 남은 숙제
빅고 파이낸스는 거래 전 신원 검증이 만능이 아니라고 짚었다. 신원·권한 문제 일부를 거래가 체인에 올라가기 전에 걸러낼 수는 있다. 그래도 거래 후 대사 작업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기관은 잔고, 정산 확정성, 거래 기록을 자체 시스템과 맞춰 봐야 한다.
vLEI 자격증명만으로 규제 준수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매체는 유럽연합의 암호자산시장법을 예로 들었다. 암호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대체로 인가를 받고 운영·행위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 신원 확인은 이 의무를 뒷받침할 수는 있어도 자금세탁방지 점검, 제재 대상 대조, 수탁 보호 장치, 거래 모니터링을 대신하지 못한다.
토큰이 금융상품에 해당하면 MiFID II 같은 증권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적격 토큰화 상품을 다루는 일부 시장 인프라에는 EU의 DLT 시범체제라는 별도 틀이 있다. 질리카의 인프라는 규제 대상 참여자가 자산과 서비스별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빅고 파이낸스의 평가다.
기존 ZIL 보유자가 당장 할 일은 없다. 토큰포스트에 따르면 팀은 기술 세부 사항을 사전에 공개할 계획이다. 교환이나 이전이 필요해지면 질리카 공식 웹사이트 공지만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