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녹는다” 응급실 의사가 경고한 '준비 없는' 러닝의 결말
선호 출처로 추가
선호 출처로 추가하면 Google 주요 뉴스에 위키트리 기사가 더 자주 표시됩니다.
기록 단축 욕심이 부르는 위험, 마라톤 중 열사병·심정지의 실체
건강을 위한 달리기가 생명을 위협하는 이유
건강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도 기록을 단축하려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달리면 열사병이나 심정지 등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러닝 열풍으로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발언이 관심을 받고 있다.
남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썰닥'에 출연해 마라톤 대회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최근 응급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벤트는 마라톤 대회"라며 "대체로 열사병으로 응급실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마다 병원에 의료진 대기를 요청하는 공문이 전달된다고 밝혔다. 이어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병원에 공문이 와서 대기하는데 환자가 무조건 발생한다"고 말했다.
마라톤은 많은 사람이 동시에 장거리를 달리는 운동이다. 참가자마다 체력과 건강 상태, 훈련 경험이 다른 데다 같은 코스를 달리더라도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다르다.
특히 대회에서는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목표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 참가자들의 속도에 맞추려다가 자신의 적정 운동 강도를 넘어설 수도 있다.
남 교수는 성실하게 운동하는 사람일수록 기록 단축에 몰두하다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성실하고 정신력도 뛰어나서 기록 단축을 해가며 열심히 뛰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젊은 여성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장거리 달리기의 안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열사병은 뇌가 익는 것"…의식 잃고 심정지까지
남 교수가 마라톤의 위험 요인으로 강조한 것은 열사병이다.
열사병은 몸의 체온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 손상이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
사람은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열이 발생한다. 평소에는 땀을 흘리고 피부를 통해 열을 방출하면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장시간 격렬하게 달리거나 덥고 습한 환경에서 운동하면 몸에서 만들어지는 열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습도가 높은 날에는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체온을 낮추는 기능이 떨어진다. 기온이 아주 높지 않은 봄이나 가을에도 장시간 달리면 운동성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열사병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열사병의 정의는 '뇌가 익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고열이 뇌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비유다. 의학적으로 열사병은 심부체온 상승과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혼란이나 이상행동, 의식 저하, 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열사병 환자가 반드시 의식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멍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다가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도 있다.
열사병이 심해지면 신장과 간 등 주요 장기가 손상되고 혈액응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심정지나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달리는 도중 갑자기 비틀거리거나 방향 감각을 잃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 의식이 흐리거나 정상적으로 삼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5~10㎞는 좋지만 40~50㎞는…" 장거리 달리기 경고
남 교수는 달리기 자체가 건강에 나쁜 운동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달리기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근육과 뼈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규칙적으로 달리면 심폐지구력이 좋아지고 혈압과 혈당 관리,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운동 강도와 거리다.
남 교수는 "단기 유산소 5~10㎞를 뛰는 것은 건강에 좋지만 40~50㎞ 뛰는 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장거리 달리기의 부담에 관한 남 교수의 견해다. 모든 사람에게 5~10㎞가 안전하고 40㎞ 이상이 해롭다는 의학적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의 위험성은 달리는 거리뿐 아니라 개인의 체력, 건강 상태, 훈련 수준, 달리는 속도, 기온과 습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평소 3㎞ 정도만 달리던 사람이 준비 없이 10㎞ 대회에 참가하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장기간 체계적으로 훈련한 사람은 더 긴 거리를 소화할 수 있다.
마라톤 풀코스는 42.195㎞다. 초보자가 충분한 준비 없이 도전하기에는 상당한 거리다.
장시간 달리면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고 근육에 저장된 에너지도 소모된다.
수분이 지나치게 부족해지면 탈수가 발생하고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갑자기 힘이 빠지고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무리한 장거리 달리기는 근육 손상과 관절 통증, 피로골절 등 근골격계 부상의 위험도 높인다.
드물게 심한 근육 손상으로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손상된 근육 성분이 혈액으로 방출되면서 신장 기능까지 해칠 수 있는 상태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몸의 신호…안전하게 달리는 방법
남 교수는 마라톤을 안전하게 즐기려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록을 단축하려는 욕심으로 평소보다 무리하게 달리는 행동을 경계했다.
그는 "휴식과 적절한 페이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며 준비운동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라톤에 참가하기 전에는 평소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조금씩 늘리며 몸을 적응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장거리에 도전하기보다 짧은 거리부터 시작해 운동 시간과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대회 당일에는 출발 전 가벼운 걷기와 동적인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출발 직후부터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수분 섭취 역시 중요하지만 무조건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장시간 달리는 동안 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하되,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이 심해지면 두통과 구토, 혼란,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회에서는 날씨와 자신의 발한량, 운동 시간 등을 고려해 수분을 보충하고 장시간 달릴 경우 전해질과 에너지 섭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달리는 중 가슴 통증이나 심한 어지럼증, 의식 혼란, 비정상적인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즉시 멈추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 수면 부족, 몸살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평소 소화할 수 있는 거리라도 무리해서 달리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남 교수는 "무리하게 한계를 넘는 것은 자칫 생명을 위협하는 욕심이 될 수 있다"며 "기록이나 경쟁에 집착하기보단 자신의 신체 능력에 맞춰 규칙적이고 안전하게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