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마중물'

2013-10-0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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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배달말지기]덧나기 앞서 챙길 것을 하고 생각하는 것은 쓸모가 없는 것인 걸 알면서

[이미지=배달말지기]


덧나기 앞서 챙길 것을 하고 생각하는 것은 쓸모가 없는 것인 걸 알면서도 덧이 난 뒤에야 뉘우치게 됩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게 , 하고 싶은 말을 마음 껏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고마워 할 일인지 새삼 느끼며 지냅니다. 안 좋다 안 좋다 몸에서는 벌써부터 기별을 했는데 제가 그 기별을 받고도 챙기지 않은 탓이 큽니다.

참일 무엇이 그리 바쁘고 뭐가 그리 큰일인지 조금만 생각하면 아는 것을 제 몸 하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무얼 더 할 수 있다고 그리 터울거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잠들었다가 깨어나면서부터 제게 주어진 것,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고마워 하며 살고 있습니다. 덧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해 오던 일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못하는 것이야 어쩔 수가 하지만 살아서 몸을 챙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둘레 사람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오늘 맛보실 토박이말은 '마중물'입니다. 무자위, 물푸개, 물자새라고도 하는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려고 위에서 뭇는 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마중+물'로 '더 많은 물을 맞이하려고 붓는 물'이라는 뜻이니 우리 겨레의 남다른 생각이 깃든 말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의 짜임이나 말밑을 알고 나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제대로 말을 하기 앞서 가볍게 하는 말은 '마중말(말광에는 없지만 쓰는 사람이 있답니다)', 글을 쓸 때 처음에 쓰는 글은 '마중글'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마중말'은 새해 아침에 주고 받는 '덕담'의 뜻으로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배우기 앞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동기유발'을 '마중배움'이라고 하고, 덧(병)이 커지기 앞서 보이는 것들을 '마중덧'이라고 해도 되겠다 싶습니다.

'펌프'라는 말도 말광에는 '무자위'로 다듬어 쓰자고 되어 있는데 아무도 그러게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자위'라고 하면 그 뜻을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푸개(물을 푸는 기계)'나 '물자새(물+자새)'가 훨씬 알기 쉬운 말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잘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욱 가멸진(넉넉한) 말글살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말을 살피고 챙겨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마음과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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