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 유학생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12-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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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페이스북 페이지 '안녕들하십니까']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생 주현우 씨의 '안녕들

[이미지=페이스북 페이지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생 주현우 씨의 '안녕들 하십니까?' 벽보로 시작된 대학가 대자보 행렬에 해외 대학 유학생들도 동참했습니다.

미국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4학년생 신은재 씨와 박무영 씨는 캠퍼스내 'Free Speech Movement Cafe' 앞 게시판에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벽보를 붙였습니다.

이들은 "고대의 학우님처럼 누군가 물어 봐 주길 기다렸다. 금수저 물고태어나 유학까지 와 있는 제가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하기엔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며 "88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혹은 작은 돈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너무나 안녕했기에 안녕하지 못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미안하다. 그렇지만, 나, 안녕하지 못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파업을 이유로 고작 나흘 만에 무려 78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게 됐다. 부당하게 해고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수십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서초동 삼성본사 앞에선 배고픔을 호소하며 죽어간 노동자의 동료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며 "유학까지 와서 공부한 나 또한 노동자가 될 것이기에, 그들의 지금이 나의 미래이기에, 나는 결코 안녕하지 못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 나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The first step in solving any problem is recognizing there is one)라는 대사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다음은 UC버클리 4학년생 신은재 씨와 박무영 씨가 전한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벽보 전문입니다.

'저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고대의 학우님처럼 누군가 물어 봐 주길 기다렸습니다. 금수저 물고태어나 유학까지 와 있는 제가 "안녕하지 못합니다!" 라고 하기엔 가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88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혹은 작은 돈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너무나 안녕했기에 안녕하지 못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나, 안녕하지 못합니다.

파업을 이유로 고작 나흘 만에 무려 78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부당하게 해고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수십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서초동 삼성본사 앞에선 배고픔을 호소하며 죽어간 노동자의 동료들이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유학까지 와서 공부한 나 또한 노동자가 될 것이기에, 그들의 지금이 나의 미래이기에, 나는 결코 안녕하지 못합니다.

정부는 그들을 돕지 않습니다. 선거 전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과 맺었던 약속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대신 부정한 선거에 대한 부정만 남았습니다. '종북'이라는 말만 무성히 남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화려한 한복만 남았습니다. 그 중 국민에 대한 마음은 남지 않은 것 같아 안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분노하지 않습니다.

아니, 분노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스팩 전쟁과 취업 전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우리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가 두려운 것 아닐까요? 취업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까 스스로의 입을 막고, 스스로의 생각을 통제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버클리 학우 여러분,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유학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이는 결국 좋은 일자리를 얻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침묵으로 스팩 전쟁과 취업 전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국민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분명한 문제와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Peace and Conflict 전공, 4학년 신은재

Political Science 전공, 4학년 박무영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