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과자'... 무게는 그대로 가격은 여섯 배

2014-06-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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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상 과자 입친구'라는 제목으로 'SLR클럽'에 소개된 사진들 / 사진=커뮤니티

['농심 신상 과자 입친구'라는 제목으로 'SLR클럽'에 소개된 사진들 / 사진=커뮤니티 'SLR클럽']

[경제산업팀 이동훈·김승일·임재랑] 지난달 5일 커뮤니티 사이트 'SLR 클럽' 자유게시판에 '농심 신상 과자 입친구'라는 제목으로 몇 컷의 사진이 올라왔다. '입친구'는 농심이 지난 4월에 새로 출시한 스낵이다.

이 게시물에는 '포장에 비해 들어있는 과자의 양이 너무 적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친구끼리 장난하냐", "사 먹지 말라는 뜻", "포장에 있는 그림만큼 있으니 괜찮다"라는 등 비아냥에 가까운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국산 과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한계에 이르렀다.

국내 제과업체들은 최근 4개월 간 줄줄이 과자값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롯데제과가 과자값 인상을 발표한 후 12월 해태제과와 오리온이, 지난 2월에는 농심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품목에 따라 최대 20%나 올렸다. 밀가루와 우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이 과자값 인상의 원인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롯데제과 빼빼로 52g / 이하 사진=위키트리]

롯데제과는 최근 '빼빼로' 가격 인상 때 용량도 20%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997년 40g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빼빼로 용량은 12g 늘어난 52g이 됐다. 그러나 빼빼로가 처음 출시됐던 1983년 당시 중량이 50g이었다. 결과적으로 중량을 뺐다가 다시 채운 셈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가격은 6배나 뛰었다.

[개봉 전 질소가 가득 찬 오리온 ‘포카칩’(왼쪽)과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내용물]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다. 과자 시장에서 이른바 '질소과자' 논란은 과자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과자 포장에 잔뜩 채운 질소를 빗댄 네티즌들의 비아냥이다. 오죽하면 '질소를 사면 과자를 끼워 드립니다'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과자 포장에서 내용물보다 훨씬 큰 부피를 차지하는 건 질소다. 제과업계는 이에 대해 "과자의 파손을 막고 모양 유지를 위해 완충 공간을 준 것"이라 해명한다. 하지만 그대로 믿는 소비자는 드물다. 빈속을 감추기 위한 그야말로 '뻥'이라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

[편의점 판매가격이 3000원인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80g)'(왼쪽)과 속포장지를 벗겨낸 실제 내용물과 오른편에 보이는 완충제]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에 따르면 롯데제과, 오리온,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4개 제과업체의 포장 대비 내용물 부피는 1/2에도 못 미쳤다. 특히 포장이 가장 크게 뻥튀기 된 제품은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로 실제 내용물의 부피(171.8c㎥)는 박스 부피(1021.2c㎥)의 16.8%에 불과했다.

한편 시장 불만이 한계를 넘었다는 인식에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시행했다. 봉지 과자의 경우 들어가는 질소 부피가 35%를, 상자 과자의 경우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개정안을 지키지 않는 제조 수입·판매자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개정안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자 상자 포장 비율을 측정할 때 실제 내용물 기준이 아니라 1차 포장(속포장지)와 최종 상자 포장(겉 포장지) 사이의 비율만 따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봉지로 된 속포장지 안에 과자 부스러짐을 막기 위해 완충재 등을 넣으면 빈 공간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속 봉지를 크게 부풀리면 겉 상자와의 틈새가 줄어들어 법 규정을 피해 갈 수 있는 셈이다. '질소과자'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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