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 고깝다
2010-09-0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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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빼앗겼습니다. 아내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한테 말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
아내를 빼앗겼습니다. 아내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한테 말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누가 더 그 일을 잘하나 겨루기를 하곤 하지요? 아내 일터에서도 그런 겨루기가 있는데 겨루기에 나가는 사람을 돕는 모듬이 되어 아침에 일찍 나가서 밤이 늦어서야 들어 오니 얼굴 보기가 힘이 듭니다. 아이들 먹이고 챙기는 일을 제가 하다보니 제대로 못해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고 언제 오는지 묻는 게 일입니다.
아내가 없는 빈자리가 싫기도 하지만 아내가 돕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 마음은 더 좋지 않습니다. 아내가 고깝게 여길지 모르지만 저는 아내가 그 사람을 힘껏 도와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겨루기에 나가기 앞서 아내에게 도움말을 해 달라고 해서 만난 적이 있는데 겨루기를 보는 눈이 아주 삐뚤어져 있는 사람이더라구요. 누군가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으뜸자리에 오를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자리에 오를 수 없다면서 스스로 겨루기에 나가더라도 뒤를 봐 줄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거라는 말을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왜 그런 데 나오는 지 알 수 없다고 말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잘 되면 제가 잘나서 잘 된 것이고 못 되면 남 탓을 할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밉든 곱든 겨루기에 나갔고 돕는 일을 맡았으니 힘껏 돕겠다며 쉬는 날 아침도 거르고 나간 아내 마음이 넓다 싶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돕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겨루기의 참뜻을 바로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 우리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삐뚤어진 모습의 잘못된 겨루기 모습이 있긴 하지만 이 나라 모든 겨루기가 그렇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죠?
‘고깝다’는 ‘섭섭하거나 서운하고 아쉬워 마음이 언짢다’는 뜻입니다. 어제 그제 말밥에 오른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까운 기별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고까워하기보다 그런 일을 바로 잡았다는 것에 더 큰 뜻을 두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살아갈 힘이 더 나지 않겠습니까?
4343. 9. 5.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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