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 고붙치다
2010-09-0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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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큰 아이 아홉 돌날이었습니다. 애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택시를 타고
어제는 큰 아이 아홉 돌날이었습니다. 애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택시를 타고 애들이 먹고 싶다는 오리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가 택시삯을 내겠다며 돈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에 고붙쳐 놓았었는지 꼬깃꼬깃한 돈을 주머니에서 꺼내며 헤~ 웃었습니다. 내고 싶다는 걸 말리지도 못하고 내는 걸 보면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르는 새 이렇게 컸나 싶어서 말입니다.
밥집에 가 밥상 앞에 세 사람이 앉고 보니 한 자리가 이 빠진 것처럼 허전했습니다. 애들 엄마는 일 때문에 같이 자리를 못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고기를 시켜서 먹었는데 고기가 남았습니다. 한 사람 입이 줄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요. 고기와 함께 혼자서 홀짝홀짝 마신 술 때문에 일찍 잠이 드는 바람에 이제야 토박이말 맛보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붙치다’는 ‘고부탕이가 지도록 접거나 꺾어 겹치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고부탕이’는 ‘피륙 따위의 필을 지을 때에, 꺾이어 겹쳐 넘어간 곳’을 이르는 말입니다. 제 생각에 이 두 말이 다 ‘곱치다(반으로 접어 한 데 합치다)’는 말과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 어디 꼬불쳐 놓은 돈 좀 없냐?”처럼 쓰는 ‘꼬불치다(몰래 감추다)’도 이 말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낱말들을 서로 이어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구름이 해를 가리고 바람까지 불어 주니 시원해서 일이 잘 될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보람 있는 하루가 되길 빌겠습니다.
4343. 9. 8.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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