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식품괴담의 진실 “초콜릿 먹으면 여드름 난다”

2015-01-0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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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com] [경제산업팀 이동훈-이아리따-김나경] =연재 기획 ‘식품괴담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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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팀 이동훈-이아리따-김나경] =연재 기획 ‘식품괴담의 진실’은 아래 다섯 가지 이유 때문에 기획됐다.

1. 먹는 걸로 장난치는 사람, 먹는 것에 대한 찝찝한 루머, 정말 싫다.

2. 그럼에도 음식에 대한 루머가 정말 많다.

3. 특히 요즘에는 SNS를 통해 더 빠르게, 더 무섭게 퍼진다.

4. SNS 뉴스 매체로서 이러한 루머의 진상을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파악하고자 한다.

5.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독자와의 소통 통로를 넓히려 한다.

첫 회는 ‘초콜릿’과 관련한 루머를 다룬다. 식품 관련 교수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실이 궁금한 식품 괴담이 있다면 댓글도 좋고 쪽지도 좋다. 마음껏 제보하시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연속 기획 - 식품괴담의 진실①]

1. “초콜릿 먹으면 여드름 난다” 루머는 이렇다

초콜릿과 여드름의 의심스런 관계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SNS가 의심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상적으로 자신의 근황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SNS는 조용할 틈이 없다. 금세 ‘리트윗’되고, ‘링크’되는 SNS의 특성상 "초콜릿 먹었더니 여드름 났다”는 누군가의 말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출처도, 근거도 확실하지 않았지만 의심은 확신이 되어갔다. "그럴지도 몰라"는 "그러니까 먹지마"가 됐다.

단, 시중에서 파는 초콜릿 중에는 초콜릿의 주 성분 중 하나인 카카오버터 대신 각 종 다른 지방제를 쓰는 것들이 있다. 카카오버터는 화장품 재료로 쓰일 만큼 좋은 질의 지방이다. 카카오버터 함량을 낮추고, 각 종 다른 지방 성분을 높일수록 그 초콜릿은 '초콜릿'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밝혀둔다.

전문가들과 언론 매체는 루머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고, 물을 붓기도 했다.

2009년 2월 6일 SBS는 밸런타인을 앞두고 초콜릿의 양면성을 다뤘다. 뾰족한 답을 내놓은 건 아니었다. 이 매체는 “여드름 같은 피부 트러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하지만 잘 이용하면 피부 미용에 도움된다”고 정리했다. 초콜릿이 피부에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좋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한 의학전문 매체에서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이 든 초콜릿이 여드름에 좋지 않다”며 루머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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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한 채 루머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사람들은 초콜릿을 포기하는 것과 깨끗한 피부를 포기하는 것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분노한다. 여드름은 심한 경우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초콜릿은 씁쓸한 인생을 달래는 몇 안 되는 달콤함이다. 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속상하다.

2. 루머의 진실은 무엇?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 루머는 사실일까. 자문위원 이화여자대학 식품영양학과 권오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초콜릿은 달고, 지방 함량이 많아 여드름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초콜릿이 여드름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여드름때문에 초콜릿 못 먹는다”고 말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최대한 쉽게 정리해보았다.

[이화여자대학교 권오란 교수 / 위키트리]

연구진들이 세운 가설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 지수가 높은 식품 → 인슐린 분비 증가 → 호르몬 분비 증가 → 여드름’

두 번째는 ‘탄수화물, 지방 함량 높은 식품 → 세붐(sebum) 분비 증가 → 여드름’.

고 당질 식품은 빠르게 혈당을 높인다. 과일과 채소 중에서는 파인애플과 바나나가 고당질 식품이다. 감자와 옥수수, 흰 쌀밥과 식빵, 아이스크림 그리고 초콜릿도 해당된다.

초콜릿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 고 당질 식품이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혈액의 당도가 높아지면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촉진된다. 인슐린이 당을 간, 근육, 지방 세포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옮겨진 당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에너지로 산화되기도 하고, 몸 속에 글리코겐, 중성지질 등의 형태로 저장된다.

하지만 초콜릿으로 촉진된 인슐린이 호르몬 분비 그리고 여드름으로 연결된다는 건 밝혀진 바가 없다.

두 번째 가설도 마찬가지다. 고 당질 식품인 초콜릿이 세붐이라는 성분을 촉진시켜 여드름이 나게 한다는 건데, 이 관계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피부에는 아주 작은 분비샘이 있다. 이곳에서 분비되는 기름이 세붐이다. 세붐은 피부를 보호하고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붐이 과하게 분비되면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존의 가설이었고,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지 못했다.

추가로, 이런 가설도 있다. 초콜릿의 우유 성분이 여드름을 나게 한다는 가설이다. 이것 역시 연구로 증명되지 않았다. 초콜릿에 들어간 코코아와 여드름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도 있었지만 "관련 없다"는 결과만 내놓았다.

3. 루머의 진실 : 초콜릿, 여드름의 원인이라 말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연구는 루머를 ‘루머였다’고 말해줬다. 이들 연구진의 권위를 빌려, ‘위키트리’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초콜릿이 여드름의 원인이라 단정지을 수 없으니, 초콜릿을 먹는 동안 “나는 자기 관리도 못하는 구제불능이야”라고 자책하지 말자고 말이다. 초콜릿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씁쓸한 이러저러한 것들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연구 결과가 아직 그들의 의심스런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루머’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말 그대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뿐이다. 그러므로 초콜릿을 먹으면 여드름이 난다는 경험적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적어도 당신은 어떤 순간만이라도 초콜릿을 줄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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