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이제 '면(面)' 아닌 '구(球)'의 시대
2015-01-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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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STRANGERS’ 스틸컷 / felixandpaul.com]바닥 문양이 곡

[단편영화 ‘STRANGERS’ 스틸컷 / felixandpaul.com]
바닥 문양이 곡선으로 어지럽게 휘어져있다. 천장도, 창문도 타원형으로 휜 모양이 잘못 찍은 파노라마 사진 같기도 하다. 마치 2차원 배경을 '동그란 공'에 붙이고 여러 방향에서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사진은 '가상현실'을 지원하는 단편영화 '스트레인저스(Strangers)'의 스틸컷이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 온라인 커뮤니티 영화 리뷰에는 '최근 본 영화 캡처'라며 익숙한 2D 스틸컷 대신 이런 '3D 스틸컷'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가상현실 영상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할까?"
삼성전자는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5에서 가상현실 콘텐츠 서비스 '밀크VR(Milk VR)'을 처음 선보였다.
[한국어 자막 시청 가능합니다 / 유튜브 ‘SamsungTomorrow’]
'밀크VR'은 삼성전자의 가상현실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 '기어 VR'에 특화된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면'에 한정돼 있던 화면에서 탈피해 상하좌우를 전부 덮는 '360도 입체 화면'을 지원한다.

[이하 samsungtomorrow.com]
닉 디카를로(Nick Dicarlo) 삼성전자 북미법인 VR 비즈니스 담당은 자사 블로그 기고글에서 밀크VR이 "얼굴에 쓰는 하드웨어 개발"이 아닌 "'사람들이 가상현실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가상현실 서비스"라고 말했다.
사람의 시야 각도는 보통 180도~210도에 가깝다고 한다. 거기에 상하좌우, 전후를 더하기 때문에 360도를 전부 덮어야 실제와 같은 '100% 몰입감'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360도 구(球)형에서 조금만 모자라도 이용자가 보는 화면에는 제한이 생기게 된다. 같은 360도 시야를 지원해도 완전한 구형이 아닌 '바닥 없는 구형'일 때 화면 아랫부분에 영상 대신 까만 영역이 보인다.

현재 시장에 공개된 영상은 '180도 시야'까지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기가 아닌 영상 한계 때문에 까만 영역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360도를 모두 지원하는 '가상현실 특화 영상'을 제공하는 밀크 VR이다.
"진정한 가상현실은 180도가 아니라 360도에서 구현해야"
물론 360도 영상만으로 100% 몰입감을 재현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시간씩 이용해도 불편하지 않은 헤드셋,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담은 기기가 바로 기어 VR이라는 것이다.

[2013년 제작된 기어 VR 프로토타입. 이때만 해도 갤럭시 노트4 대신 갤럭시4를 사용했다]
세계 최초 '모바일 연동' 가상현실 헤드셋인 기어 VR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가볍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PC 대신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를 사용해 언제 어디서든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헤드셋에 따로 배터리를 넣는 대신 갤럭시 노트4 내장 배터리와 연동시켜 무게도 가볍게 만들었다.
이진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팀 수석은 "PC 역할을 갤럭시 노트4로 대체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부터 커널(운영체제 핵심 단위)까지 모두 새롭게 만들었다"며 "일반 스마트폰과 달리 갤럭시 노트4에는 고사양의 기어 VR용 콘텐츠를 소화하는 데 최적화된 소프트웨어가 적용돼 있다"고 밝혔다.
'갤럭시 노트4'만 있으면 '기어VR' 가상현실 즐길 수 있어
실제로 기어 VR과 갤럭시 노트4를 연결하면 스마트폰의 펌웨어가 업데이트되며 기어 VR 모드가 작동된다. 갤럭시 노트4 이용자라면 누구나 기어 VR을 사용해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다는 소리다.
또 3D화면만 보면 멀미가 나는 이들을 위해 기어 VR의 화면 전환 속도를 20ms(밀리 세컨드, 1000분의 1초)로 구현해 불편을 최소화했다. 사용자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모션 센서와 20ms로 전환되는 화면을 통해 누구나 '멀미 없이 편안한'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프로토타입이 제작됐다]
다양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착용감도 높였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 체형이 서로 다른 3000여 명의 신체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을 제작했다.
동양인과 서양인, 다양한 연령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 둘레와 얼굴의 입체감, 눈 사이 간격 등을 고려한 40여 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끝에 지금의 기어 VR이 만들어졌다.
기어 VR 개발진은 "기어 VR의 궁극적 목표는 가상현실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기기를 통해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세워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기어VR과 밀크VR, '기기를 쓴 듯 쓰지 않은 듯한' 편리함과 '360도' 구형 화면까지 갖춘 토털 가상현실 서비스가 이제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집에 앉아 이런 모습으로 바닷속을, 우주를 여행하고, 세계적 공연을 관람하며 '3D 스샷'을 찍을 날이 머지않았다.

[위키트리(유튜브 ‘SamsungTomorrow’ 이용해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