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해도 돼?'라고 물어보는 남자"

2015-04-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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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1. 사랑하는 연인사이다. 남성이 여성을 사랑스러운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1. 사랑하는 연인사이다. 남성이 여성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키스해도 돼? 라고 물어본다. ”그런 걸 왜 물어봐. 그냥 하면 되지?“ 라며 부끄러운 듯 핀잔을 준다.

[드라마 '연애의발견']

작년에 종영된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 나온 대사다. ‘남자답지 못하다’, ‘무슨 키스를 할 때 물어보고 하느냐’며 사람들은 핀잔을 주기도 한다.

#2. 아버지가 서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려고 울고불고 다툰 아이둘을 세워놓고 훈육을 한다. “싸우면 둘 다 못가지고 놀아”. 그리고는 벽에 세우고 서로 뽀뽀하고 포응을 하라고 한다. 형이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동생의 뽀뽀를 거부하자, 다시 아버지가 형의 몸을 잡고 동생과 뽀뽀를 하라고 한다. 동생도 썩 하고 싶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해야 빨리 정리가 될 거라는 걸 아는 눈치다.

TV 모 육아리얼 프로그램에서 아버지가 아이들을 훈육하는 장면이다. 일관된 양육태도를 가진 멋진 아빠로 칭송을 받고 있다.

두 장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눈빛과 느낌으로 알 수 있으니 묻지도 말고 키스를 해야 멋진 남성(여성)인걸까. 아이 양육 과정에서 다툼을 하고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뽀뽀를 하고 포옹을 하면 화해가 되는 걸까.

드라마 등을 통해 사랑하는 사이, 잘 아는 사이에서는 친밀감의 표현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일방적으로 접촉해도 괜찮다는, 아니 오히려 상대방에게 물어보면 찌질하고 상황파악 못하는 못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친밀하면 마음대로 스킨십을 하고, 스킨십을 강요해도 되는 걸까.

절대 아니다. 친밀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체를 접촉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의 사적인 경계(private boundary)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성폭력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의 신체적인 경계를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것만 (성)폭력이 아니라 정서적 경계, 언어적 경계, 물리적 경계를 침해하는 것도 (성)폭력이다.

경계를 침해한다? 무슨 뜻일까.

경계란(boundary)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사적인 물리적․신체적․언어적․정서적인 영역을 의미한다. 국가마다 국경선이 있고,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되어 있는 것처럼 개인 간에도 사적인 경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적인 경계를 동의 없이 마음대로 침범․침해하는 것이 (성)폭력이다.

이러한 일은 우리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 간에도 힘이 있는 아이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친구의 물건을 함부로 쓰거나 빼앗고, 신체를 놀리는 것도 경계를 침해하는 행위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 등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은 신체적 경계를 침해하는 (성)폭력만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정서적 경계’다. #장면 2를 보자. 형과 동생의 기분이 어땠을까. 장난감을 뺏긴 아이, 빼앗은 아이 모두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듯 경계존중교육은 인권, 존중과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외국에서는 가족경계(family boundary), 신체 허용선(körpergrenze), 경계(boundary)라는 개념으로 어릴 때부터 가정, 학교, 지역사회, 대중매체를 통해 경계존중교육을 가르치고,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경계존중교육은 자신의 경계를 존중받고 다른 사람의 경계도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스킨십 등 상대방의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를 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하며, 상대방이 "No"라고 하면 상대방의 의견이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상호동의만 OK). 아무리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이일지라도....

“키스해도 돼?”

“뽀뽀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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