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리 탔던 예비역들이 본 영화 '연평해전'

2015-07-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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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해군이었고 고속정 '참수리'를 탔었다. 영화 '연평해전'을 같이 보자는 핑계로 간

필자는 해군이었고 고속정 '참수리'를 탔었다. 영화 '연평해전'을 같이 보자는 핑계로 간간히 연락을 이어왔던 동기, 선임과 지난 9일 4년 만에 뭉쳤다.

왼쪽부터 이지민(27·통신병), 오른쪽 박태준(27·갑판병) / 이하 위키트리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마치 어제 만났다가 헤어진 느낌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빡빡 머리'가 자랐다는 점 정도였다. 회포는 나중에 풀자 말하며 우리는 서둘러 예매하고 영화관으로 입장했다.

영화는 서해 연평도 부근 NLL을 지키던 참수리 357호 정을 북한 경비정이 습격해 31분 교전으로 전사자 6명과 부상자 18명이 나온 '제 2연평해전'을 다룬다. 연평해전을 본 관객수는 약 469만(1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명이 넘었다.

영화관에 있는 영화 '연평해전'포스터를 찍었다

추억을 떠올려보겠단 생각으로 들떴던 것도 잠시, 고 박동혁 병장이 피 흘리는 장면은 영화 결말을 알고 있던 우리를 이내 숙연하게 만들었다.

지난 2009년 내가 해군 신병 교육대에 갔을 땐 연평해전 용사들 동상이 있었다. 해군 훈련병들은 이날 교전 당시 상황을 귀에 박히도록 교육받는다.

이때 들었던 내용 중 하나는 북측이 우리를 공격할 때 참수리호 정장이 있는 배의 꼭대기(함교)를 먼저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어 다른 배보다 속도가 빠른 참수리의 발을 묶기 위해 조타실과 기관실을 공격한다.

영화 '연평해전'에서는 군 시절 교육 들었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영화가 끝나자 주위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다. 그들까지 한 번에 생각이 났다.

영화 '연평해전' 스틸컷

자리를 옮겨 우리는 근처 술집으로 이동했다. 영화만 보고 헤어지기에는 아쉬웠고 영화를 본 후 과거 동료들의 생각도 듣고 싶었다.

위키트리

이지민(27·통신병), 박태준(27·갑판병), 이성현(28·병기병) 이처럼 우리는 당시 탔던 배에서도 각자의 임무가 있었다.

Q. 영화를 보고 좀 어색했던 장면이나 '이건 좀 이상한데?'라고 생각했던 장면들 있었어?

이지민: 전투가 벌어졌는데 왜 전투지역으로 바로 안 가? 우리 배 진짜 빠르잖아. 가서 다 박살내야지.

그리고 포 소리가 얼마나 큰데 뒤에서 교전이 일어나도 망원경으로 확인해서 그 사실을 알아.

박태준: 영화의 긴장감을 위함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적군이랑 눈이 마주치면서 지나가는 건 실제론 어렵지 않아?

이성현: 응 너가 말한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건 허구일거야.

이지민: 그때 왜, 우리도 한번 북한이랑 대치했잖아, 실탄 다 받고.

박태준: 그때 얼마나 오래 대치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때 당시에는 진짜 긴장해서 그런지 엄청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긴 시간이 아니었지.

이성현: 긴장 엄청 했었어. 나도 긴장한 상황이었는데 내 옆에 있던 XX(후임)는 토했잖아.

이지민: 아 한번 붙었어야 했는데... 박살을 내줘야했는데.

이성현: 말만 그렇게 하고 승조원 침실에 숨어있던 그 병장처럼 행동할거 같은데... 쫄보라서.

Q '참수리'를 타면서 힘들었던 점은?

박태준: 전투배치 연습이 제일 힘들었어. 영화에서는 '26초'안에 전투 배치를 끝내던데 우리는 겨우 '30'초 안팎 아니었나?

이지민: 밥 먹을때, 휴식시간 가지고 있을때, 샤워를 하다가도 북측 배가 움직여 '긴급출항' 걸리면 몸에 비누 다 묻힌 채로 뛰어가고 그랬잖아.

이성현: 나는 추운게 진짜 싫은데... 바닷바람, 파도 맞아가면서 견시 봤을때. (견시는 배의 눈이 되어 함교에서 전방, 후방, 양 옆에 장애물이 있는지 적은 없는지 실시간 보고를 하는 임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때같이 생활했던 다른 이들도 보고 싶어서 카카오톡을 했다. 연락을 받은 이들도 '연평해전'을 봤고 영화 덕분에 군생활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북이랑 대치했을 때 내 옆에서 토했던 후임도 말 꺼내자마자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카카오톡 캡처

사실 이 영화는 해군 출신이 아니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배와 배가 마주치면서 갈 때 예의 갖춰 경례를 하는 것이나 좁은 실내로 인해 도어에 머리 부딪히는 장면 등이 있다. 당시 '어리바리' 이병이었던 나도 배에 머리 부딪히는 행동은 자주 경험했었다.

그런 장면들은 안 넣어도 되지만 영화는 '해군다움'을 그리는 것에 열중한 듯 보였고, '참수리'란 배의 특수성을 잘 녹여낸 듯했다. 영화를 만든 김학순 감독은 이걸 그리고 싶었나 보다.

영화 속 내용을 이들과 말하며 들었던 생각은 내 옆에서 전우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 분노 때문에 전투 의지가 솟구칠 거란 거였다. 항상 밤에 잠을 잘 때도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내 눈앞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넓은 바다와 배 안에 있는 식구들 뿐이다. 내가 배를 탄 8개월 동안 전부 가족 그 이상의 존재였다.

'참수리' 탔던 당시 찍은 단체 사진 /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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