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만 타고 간다

2015-08-24 17:00

add remove print link

위키피디아 시내버스만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하는 이른바 '시내버스 국토대장정'이 젊은이

위키피디아

시내버스만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하는 이른바 '시내버스 국토대장정'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속버스를 타지 않고 시내버스만 이용해 24시간 이내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내버스 여행은 2012년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에서 '시내버스만으로 서울에서 부산 가기' 편을 방영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후 청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한 번쯤 해볼 만한 이색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박지원(19) 씨도 지난 7월 부산에서 서울까지 시내버스로만 이동하는 여행을 했다. 약 25시간이 꼬박 걸린 대장정이었다.

박 씨는 20일 밤 11시 55분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서 출발해 21일 새벽 12시37분에 울산 신복 로터리에 도착했다. 잠은 찜질방에서 청했다. 이후 새벽 5시28분에 다시 로터리에서 출발해 아침 7시18분에 경주에 도착했다. 박 씨는 이렇게 버스를 20여 번 갈아탄 후에 22일 새벽 12시45분 서울 신논현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비용으로는 2만3650원이 들었다.

박지원 씨 제공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시내버스 여행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들어 네이버 블로그에는 수십 건의 여행 후기가 올라왔다. 한 블로거(logisc****)는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해 부산 해운대에 도착하는 데 버스를 23번 갈아탔다고 밝혔다. 그는 총 21시간이 소요됐으며 비용은 3만2000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블로거(milkz****)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버스를 28번 갈아탄 후 하루 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19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으며 2만3000원을 버스비로 냈다고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갈 경우 요금은 5만8800원이며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고속버스를 탈 경우 약 4시간이 걸리며 요금은 3만4000원 정도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쉽게 이동할 수 있음에도 이들이 시내버스 여행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얼까? 박 씨는 "버스로 이동하다 보면 1분 차이로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장시간 동안 시내버스 안에서 할 게 없다 보니 창밖을 보면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방황하는 이들에게 꼭 경험해보길 추천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시내버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실제 버스 운행 시간이 인터넷 정보와 다르거나 준비한 교통카드가 작은 소도시 버스에서는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행을 다녀온 이들은 블로그 글을 참고할 경우, 최신 글인지를 확인하고 버스 회사에도 전화로 실제 운행 시간을 문의해 볼 것을 권했다. 또 전국호환 교통카드가 5대 광역시에서만 호환되는 문제점이 있어 여러 개의 교통카드를 준비하거나 현금을 넉넉히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시내버스 여행의 경우 자칫 버스만 타다 여행이 끝날 수 있어 도중에 버스에서 과감하게 내려 여행을 즐겨볼 것을 권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홍보실은 시내버스 여행에 대해 "최근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색 여행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고 색다른 추억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내버스를 타고 느리게 여행을 하면서 각 지역의 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슬로시티의 장점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home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