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메이커로 배우는 ‘유명세 탄 갑질’ 인턴 8선

2015-09-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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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턴, 아픈 현실...우리 시대, 청년들이 소외 받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겉돌고 청년

청년 인턴, 아픈 현실...

우리 시대, 청년들이 소외 받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겉돌고 청년들이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입니다.

위키트리는 이번에 새로 입사한 수습기자들에게 스스로 팀을 이뤄 자유로운 기획과 토론으로 청년 인턴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보도록 했습니다.

이들 생생한 청년들이 결정한 시리즈 제목은 '인간이 인간을 터는 인턴시대'였습니다.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 목소리를 들어야할 때입니다. <편집자 주>

프린세스 메이커로 배우는 ‘유명세 탄 갑질’ 인턴 8선

이하 '프린세스 메이커2'

'프린세스 메이커'는 아버지가 딸을 육성하여 공주로 만드는 유명한 고전 게임이다. 아버지는 8년 동안 딸에게 아르바이트와 교육을 통해 그녀를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 게임에서 딸의 능력치를 올려주고 충분한 봉급을 주는 일자리도 있지만, 딸의 능력치를 떨어뜨리고 돈도 얼마 안 되는 일도 있다. 딸을 좋은 직업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쁜 일자리를 피해야 한다.

현실에서 대한민국 청년이 만나는 인턴직은 나쁜 일자리가 더 많은 것 같다. 봉급도 충분히 주지 않고 배울 것도 없는 일자리가 대다수다.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에서라면 딸의 능력치를 떨어트릴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현실 속에선 특히 주의해야 할 미디어의 유명세를 탄 ‘갑질 인턴’ 8가지를 모았다.

1. 커피와 카피 그리고 코피의 나날

"설거지한 뒤에는 명함과 영수증 정리, 풀칠, 복사, 팩스 좀 보내줘. 아. 시간 나면 화분에 물도 주고.”

대다수 인턴은 인터넷 검색, 커피 타기, 복사, 청소와 같은 잡일을 한다.

그렇게 유명세를 얻지는 못했지만, 보통 인턴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인턴을 하면서 업무 방법이나 직무 역량 향상 같은 ‘고급적인’ 일을 배운다는 것은 아마 ‘낙하산 프로젝트’일 경우가 틀림없다!

기업에서 인턴 관리는 형식적이다. 당신이 6개월이든 1년이든 인턴 기간을 채우고 나면 대개 그 자리는 낙하산 타고 온 다른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2. 사무직인 줄 알았는데 영업사원이라고!

“여러분이 성과를 달성하고 충분히 노력하면 누구나 정규직이 될 수 있다. 팀별로 180명을 채워라. 회장님이 우리를 보고 계신다!”

2012년 12월 A 생명에서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이라는 업계 유일 정규직 전환 제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앞세운 인턴 채용의 실상은 보험을 파는 영업직이었다. 300명의 청년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친구나 친척에게 열심히 영업했지만, 정규직이 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심지어 한 인턴은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회사는 인턴들이 무능했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우겼다.

이처럼 금융이나 보험회사의 인턴은 주의해야 한다. 인턴을 영업사원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인턴을 설득시키기 위해 보험영업을 하는 것이 은행, 증권사 금융권 취업의 발판이 된다는 말은 과장이 섞여 있다. 지인에게 영업하다가 당신의 소중한 인맥마저 잃을 수 있다.

3. 최하의 대접이지만 최고의 인성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좀 시끄럽긴 하지만, 아이들 좋아하시니까 월 123만 원만 받아도 괜찮겠죠?”

어린이집 교사의 하루는 고되다. 아침 일찍 출근해 차를 타고 동네를 돌아 아이들을 태우고 어린이집에 도착한 뒤, 잠시 20여 명의 아이들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밥을 먹인 뒤 낮잠을 재우고 수업 자료를 만든 후 깬 아이들을 돌보다 차량으로 아이들 집으로 되돌려 보내면 밤이 되기 일쑤다.

2013년 어린이집교사 772명을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어린이집 교사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5.1시간이었다. 주 5일 근무라면 하루 평균 10~11시간이 넘는 노동 시간이다. 이 때문에 설문 참여자들은 '업무량이 많아 피로를 종종 느낀다' 항목에 5점 만점에 평균 4를 체크해 높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 교사의 월 평균 임금은 114만 원(보건복지부, 2009년)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교사는 시간 외 수당을 받기도 힘들고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인턴’ 신분이기 때문에 늘 원장과 학부모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어린이집은 부족하고 교사들은 늘 박봉에 시달리는데, 그런데도 국가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게 애국이라고 말한다. 육아 노동을 그렇게 무시하며 높은 출산율을 바라는 것은 기만 아닐까?

4. 종일 샴푸질만 해서 두 손이 마를 틈이 없네

“어서 일해라!!! 저 손님 머리 감겨드리고, 얼른 바닥 쓸어! 얼굴에 분무기 뿌리기 전에.”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미용실 스텝의 평균 시급은 2971원,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4.9시간이다. 최저 임금 위반율도 100%였다. 청년유니온은 6개월에 거쳐 유력 프렌차이즈를 포함한 198개 미용실을 조사했고, 이를 근거로 5개 유력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예상 체납임금액은 534억4천만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65시간에 달하는 주당 근무시간이 설명하듯 처음 일하는 미용실 스태프는 하루 12시간 이상씩 주 6일을 근무한다. 이 힘든 근무조건에 최저임금 절반가량의 저렴한 임금은 근무시간에 교육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합리화된다.

정작 스태프들은 교육보다 손님 외투 정리나 머리카락 청소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미용실 스태프는 온종일 서 있어서 몸도 많이 상한다. 무엇보다 미용실 스태프는 온종일 머리를 감기 때문에 생기는 습진과 파마에 사용되는 중화제의 독성에 시달린다. 이제 미용실에서 샴푸 받을 때 고생하는 미용실 스태프에게 물이 차다고 짜증 내지 말자.

5. 헬조선을 떠나면 괜찮을 줄 알았어?

“그 정도 받으면 고마운 줄 알아. 영어 못하는데, 네가 일할 곳이 어디 있어? 헬조선 벗어났다고 괜찮을 줄 알았지?”

당신이 청년 인턴을 착취하는 대한민국이 싫다고 미국 등지로 떠난다 하더라도 조심하자. 한인들이 운영하는 일부 가게에서 일할 경우 저임금과 지나친 노동량에 시달려야 한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듯이 뉴욕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네일숍 및 주유소, 레스토랑의 임금착취와 인종차별 문제는 익히 알려졌다. 당신이 뉴욕의 특정 한인 레스토랑에 일한다면 교회 예배를 강요받거나 근무 외 노동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뉴욕만이 아니라 호주의 일부 교민업주들도 워홀러(워킹 홀리데이 참가자)의 약점을 이용해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등 다양한 부당한 노동행위를 하고 있었다.

정의당이 지난 6월 워킹홀리데이 노동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의 58%가 부당 노동, 39%는 인종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66%를 차지해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특히 국가별 부당노동행위는 호주가 72.1%로 압도적이었다. 부디 워홀러와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보다 신중해지자.

6. 인턴을 서커스단 사자처럼 굴리는 곳!

“수습은 10만 원, 인턴은 30만 원, 정직원은 110만 원이다. 누구한테도 말하지는 마. 발설했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하니까.”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실도 도제식 노동이라는 명목 아래 열정페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B 씨가 운영하는 디자인실은 수습은 10만 원, 인턴은 30만 원, 정직원은 110만 원의 착취수준의 낮은 급여를 줬다. 그 소문이 지난 1월 SNS에서 퍼지면서 B 씨는 많은 비난을 받았고, 결국 그는 지난 1월 14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비극적인 건 B 씨의 디자인실이 다른 디자인실에 비해 그나마 처우가 좋았다는 점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업체일수록 도제 시스템을 악용한다.

패션계의 대부분 업계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패션 위크같은 행사가 있으면 무급으로 야근을 해야만 한다. 심지어 일부 디자인실은 디자이너를 뽑는 과정에서 모델 같은 신체 치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인턴을 서커스단 사자처럼 굴리는 유명 디자이너가 많다는 건 그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7. 네가 좋아하는 일인데, 공짜가 당연하지!

“우리의 시급은 344원이다. 닥치고 빨리 그리라고, 넌 그림 그리는 기계잖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게임 원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는 열정페이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한국 미술학원의 숫자만큼이나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들은 넘쳐난다. 인터넷 그림 커뮤니티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의 회원은 16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리니지2>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정준호나 <블레이드 & 소울>의 김형태 같은 스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경우는 소수이다. 무언가를 매우 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존잘님’이라 불리는 뛰어난 실력자는 많지만,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게임회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갓 사회로 나온 신입 일러스트레이터는 경력자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그래서 신인들은 주로 학원을 통한 인맥에 의지하게 된다. 일러스트 외주 제작사인 C사는 게임 그래픽 학원으로 세워졌고, 출판 및 외주회사로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한 회사다. 2013년 이 학원은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들에게 ‘배우면서 일 할 수 있다’고 제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그들의 작품을 도용했다.

또, 입사할 때 봉급을 100만 원 씩 주기로 했으나, “실력이 부족하다” “마감을 지키지 못한다”는 각종 이유를 내세워 봉급을 반 토막 내는 등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착취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C사의 시급이 344원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제작사 C의 이름을 딴 새로운 화폐 단위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8. 유엔(UN) 인턴이라고 열정 페이에 자유로울 줄 알아?

“우리 유엔은 처음부터 명확히 밝혔습니다. 급여도 수당도 교통비도 식비도 건강 관리비도 없다고 말이죠."

인류사상 최대의 국제기구인 유엔 또한 무급인턴 논란에 자유롭지 못하다. 유엔 공식홈페이지에는 인턴은 돈을 못 받으며 소요비용도 모두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위 ‘금수저’가 아니면 제네바에서 6개월 동안 유엔의 인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유엔과 같은 메이저 NGO 활동은 상류층 자녀들이 독점할 수밖에 없다.

만약 유엔에서 인턴에게 보수를 지급한다면 예산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부유층의 전유물로 만들 유엔 무급 인턴 시스템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나아가 유엔이 무급인턴 채용에 앞장선다면, 정부나 대학, 기업, NGO 단체 등 또한 인턴 착취를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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