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공감 로맨스 웹툰 '남과 여' 혀노 작가 인터뷰

2015-09-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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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남과 여' / 원작자 동의 하 게재"연애를 하다보면 헤어지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는

웹툰 '남과 여' / 원작자 동의 하 게재

"연애를 하다보면 헤어지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 여전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기곤 하는데, 웹툰을 보면서 그런 사람들을 추억해준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 (혀노 작가)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설레고,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상대에 대한 감정도 무뎌지고 처음에 느꼈던 설렘이 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땐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 때문에 만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러한 권태로움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는 것이 연애다. 이뿐인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친구가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던 이성친구에게 어느 순간부터 묘한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옛 연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방황하기도 한다.

연애를 시작한, 그리고 연애를 했던 모든 사람이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네이버 웹툰 '남과 여'는 '솔직한 20대의 흔한 사랑 이야기'를 콘셉트로 하는 연애 웹툰이다.

매주 토요일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됐던 이 작품은 20대 남녀의 연애를 현실감 있게 풀어내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대 남성 작가 혀노(정현호·24)가 전하는 연애 이야기를 들어봤다.

혀노 작가 제공

-스토리작가 시니(김신희·25)와 함께 한 데뷔작 '죽음에 관하여'와는 다른 느낌이다.

'죽음에 관하여' 같은 경우 스토리작가 친구와 함께 하다보니 그 친구의 철학이 많이 반영됐다. 그런데 사실 난 그런 철학적인 것보단 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 어떤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단 만화 본연의 재미나 공감대 형성을 더 추구하는 편이다.

-공동작업과 혼자 작업하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본인한테 맞나?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혼자 작업할 때 좋은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의도한 대로 할 수 있다는 점. 그런데 아이디어 부분에선 공동작업이 더 괜찮은 것 같다. 스토리작가와 상의하다 보면 혼자서 생각할 때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으니까.

-어린 독자 층도 많은 네이버에서 19금 웹툰이라 눈에 띄었다. 19금 웹툰으로 설정한 이유는?

일단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공감대 형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 성인들만 봤으면 했다. 미성년자들이 보면 괜히 오해할 것 같기도 했고.

-다양한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면 메인 여자 주인공인 성옥이다. 인기가 제일 많기도 하고, 그릴 때도 재밌게 그렸다.

웹툰 '남과 여' 여주인공 '성옥', 극중에서 우연한 실수를 계기로 남자친구 현성과 헤어진다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이 모든 생각들이 흩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가끔은 네가 문득 생각나기를.

가끔은 너도 날 추억해 주기를.

극중에서 현성과 성옥이 결국 헤어지면서 현성이 한 말이다. 직접 말하려니 좀 오그라들긴 하지만 이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극중에서 오래된 커플, 친구에서 연인이 된 커플 등 다양한 커플이 등장한다. 또한, 남녀가 연애하면서 겪게되는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직접 경험한 것들인가?

직접 다 경험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 연애 하는 것 보면서 “얘라면 그런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상상한 것도 도움이 됐다.

-독자평 중에 가장 많았던 것이 “남자 작가이면서도 여자 심리를 잘 묘사한다”는 것이었다. 그 비결은? 주변 여자 친구들의 도움을 받은 것인가?

내가 생긴 것과는 달리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 여자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도 절반은 실제로 내가 느꼈던 부분이었다. 오히려 주변 여자들에게 도움 받았던 것은 여자 캐릭터 의상이었다. 요즘 20대 여자애들이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고 좋아하는지 알아야 하니까 그런 거 물어보고, 작품에 반영했었다.

헤어진 후 다시 만난 현성과 성옥

-웹툰에 bgm이 삽입돼있는 점이 독특하다. 어떤 방식으로 bgm을 작업했는지?

‘죽음에 관하여’ 데뷔할 때부터 함께 작업했던 친구가 있다. 네이버 정식 연재 전에 준비 기간이 있었고, 어떤 느낌으로 만들어 달라고 말하거나 만화를 미리 그려서 보여주면 알아서 잘 만들어주더라.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고 만화 작업하면서 알게 됐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사랑과 우정사이' 등 노래 제목이 각 회 제목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

제목 중에 리쌍 노래가 제일 많다. 실제로 리쌍 노래를 듣다가 에피소드가 떠오른 경우도 많아서 아예 제목을 그렇게 설정해봤다. 그런데 그렇게 노래 제목으로 계속하니까 그게 하나의 규칙처럼 되더라. 나중에는 각 회당 에피소드에 맞는 노래 제목 찾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작품 작업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금 여자친구가 있는데 '남과 여'를 작업하다보니 약간 오해같은 게 생기기도 했다. 옛날에 뭐하고 다녔길래 이렇게 그렸냐 하는 식으로. 그래도 여자친구가 최대한 작품적으로는 터치하지 않아서 좋다. 물론 자극적인 소재가 나올 땐 여자친구 보기 민망한 부분은 있지만.

-작업 시 여자친구한테서 받은 도움이 있다면?

고백을 한다거나 헤어진다거나 그런 결정적인 장면에선 주인공 캐릭터가 예쁘게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때 캐릭터가 잘 나왔는지 물어보는데 객관적으로 대답해줘서 좋았다. 그리고 스토리 이상한 점 있는지도 물어보고.

-극중에서 '현성-성옥' 오래된 커플 에피소드에 공감간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본인 경험인가?

이 작품을 처음 생각했던 게 22살이었다. 그당시에도 여자친구와 오래 사귀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오래 사귀면 좀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그런거 보고 왜 그럴까 생각도 했고, 그부분을 웹툰에 담아보자고 생각했다.

오랜 연인 성옥과의 사이에서 권태기를 겪는 현성

-남자가 연애 웹툰을 그린다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 연애 웹툰은 여성 작가들이 많이 그리지 않나.

집에 누나가 있어서 어릴 때부터 순정만화를 많이 읽으면서 컸다. 그런데 보다보면 재밌긴 한데, 너무 판타지가 심하더라. 도대체 어디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내가 경험하기도 했던 에피소드를 잘 섞어서 그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그럼 연애가 제일 자신있는 장르인가.

자신있다기보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스토리를 잘 그릴 자신이 있다. 연애도 그중 하나고, 다음엔 학창시절을 소재로 한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패션왕'이나 '연애혁명'같은 웹툰을 좋아하는 편이다.

-만화 말고 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만화가 1순위고, 그다음에 하고 싶은 것은 음악이나 액티브한 것들이다. 만화가는 작업해도 멋이 없는게 손으로만 작업하니까. 데뷔하고 10키로 넘게 쪘다.

-작품이 드디어 완결됐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있다면?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단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어할 만한 만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을 보면서 그 캐릭터에 몰입되는 것도 좋지만, 웹툰을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을 추억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웹툰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림 실력,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결과물이 별로 좋지 않더라도 완성됐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한다. 보통 자기만 몰래 보는 경우가 많은데, 부끄럽다고 보여주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오히려 좀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남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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