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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한 구멍에 담긴 '첨단 건축기술'

2015-09-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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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안에는 뭐가 있는 거야?”pixabay.com 어릴 적 우리는 가끔 운동장 곳

“도대체 이 안에는 뭐가 있는 거야?”

pixabay.com

어릴 적 우리는 가끔 운동장 곳곳에 있는 개미집을 나무꼬챙이로 들쑤셨다. 자그마한 구멍에 수많은 개미가 드나드는 것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땅속 개미집이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게 아이들이 하는 장난에 불과한 게 아니었나 보다. 미국의 한 아티스트는 개미집에 뜨거운 알루미늄 액체를 부어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작품은 ‘앤트힐 아트(Anthill Art)’로 불린다. 개미집 예술이라는 뜻이다.

The ground has been wet from rain for a while now, so I haven't been able to cast lately. Here's an older one I haven't posted yet that's awesome. anthillart.com/castings/070/

Posted by Anthillart.com on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호기심을 자극하는 개미집. 이제는 건축도 개미집에 눈길을 돌렸다.

1. “에어컨 달지 마세요” 흰개미 가르침

흰개미는 개미 가운데에서도 훌륭한 건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호주에서 주로 서식하는 흰개미는 사람 키에 육박하는 높이의 집을 짓고 산다. 때로는 아파트 4층 높이 개미집이 발견될 정도다. 흰개미의 건축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흰개미 집(Termite Hill) / pixabay.com

흰개미 집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건축 기술을 꼽자면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다. 일교차가 30도가량 되는 환경에 사는 흰개미에게는 적절한 온도 조절은 필수다.

흰개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미집 위 아래에 구멍을 뚫는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는 대류 현상을 이용한 것. 위쪽 구멍으로 뜨거운 공기가 배출되고 아래쪽 구멍으로는 시원한 공기가 유입된다. 개미집 내부는 대략 섭씨 27도, 습도 60%를 유지한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 이하 위키미디아

아프리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Harare)에 있는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바로 이 흰개미 집짓기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졌다.

“에어컨 시설이 없는 건물을 만들어 달라”

1996년 설계를 맡은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ierce)는 당시 이 같은 요청을 받고 건물 설계에 착수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믹 피어스는 흰개미 집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건물 옥상과 건물 아래 땅에 구멍을 뚫었다. 흰개미 집 원리처럼 옥상으로 뜨거운 공기가 배출되고 땅으로부터는 찬 공기가 유입돼 적절한 온도가 유지될 수 있게 했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내부

결과는 냉방 시설 없이도 실내온도 섭씨 24도를 유지하는 경이로운 건물이었다.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에너지 소비를 90% 이상 절약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건물로 꼽힌다.

2. ‘달콤한 벌집’은 튼튼한 건축 기술

개미만이 똑똑한 건축가로 꼽히는 곤충이 아니다. 건축 기술에 벌이 빠질 수 없다.

영화 '꿀벌 대소동' 공식 스틸컷

지난해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을 올려 먹는 게 유행하면서, 벌집은 구미를 당기는 간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실 우리가 먹은 그 벌집은 건축 기술의 집합체다.

A photo posted by SOFTREE korea (@softree_kor) on

육각형으로 이뤄진 벌집은 매우 효율적인 건축 구조다. ‘트러스(truss)’라고 불리는 육각형 구조는 최소한의 재료를 써서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또 건물에 균형 있게 힘을 배분해 안정감을 부여한다. 육각형 구조 벌집은 무게의 30배나 되는 꿀을 저장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어반하이브 / flickr.com, Damon Garrett

이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건물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교보타워 사거리에 있는 구멍이 뽕뽕 뚫린 건물, ‘어반하이브(UrbanHive)다.

이를 설계한 김인철 건축가는 벌집의 육각형 구조를 사용해 튼튼하고 독특한 건물을 만들어냈다.

'어반하이브'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구멍 난 콘크리트 벽은 단지 장식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구조를 책임지는 건물의 뼈대다. 이 노출 콘크리트 벽은 벌집처럼 육각형 철근을 엮어 만들어졌다. 중간 중간 1m 크기 구멍을 뚫어 하중을 줄이면서 건물은 더욱 튼튼해졌다.

벌집을 닮은 벽은 그 자체가 기둥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실내에는 별도의 기둥이 없다. 덕분에 주로 사무실로 사용되는 '어반하이브'는 단순하고 널찍한 실내가 조성돼 활용도 높은 공간을 자랑한다.

2008년 완공된 '어반하이브'는 이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어반하이브 1층 / flickr.com, 準建築人手札網站 Forgemind Arch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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