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로 남아 있는 국내 '실종사건' 5건

2015-10-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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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실종 아동 및

실종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경찰청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실종 아동 및 기타 이유로 가출한 성인은 총 9만 6446명이다. 하루 약 264명이 가출한 셈이다. 이 가운데 5343명(약 18%)은 '미귀가자'로 처리됐다. 10명 가운데 2명(1.8명)이 집에 돌아오지 않거나, 혹은 돌아오지 못했다.

실종 사건은 통계를 내기 힘들다. 자발적 가출인지, 납치 등 범죄 사건인지 판단하기 힘들어서다. 또 장기화 할수록 해결이 어렵다. 범죄 피해를 의심하게 되지만, 증거가 부족하니 수사 당국도 속수무책이다.

실종 사건은 그래서 '시간' 싸움이다. 국내 '장기 미제 실종사건' 5가지를 소개한다. 혹시나 이들의 소재나 상태를 알고 있다면 가까운 경찰서로 연락바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1. 천안 여고생 실종 사건(2004)

이하 Pixabay

2004년 10월 9일 오후 12시 30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황동 A 여고에 재학 중이던 1학년 박수진 양이 수업을 마친 후 홀연히 사라졌다.

이날은 토요일로 오전 수업만 있는 날이었다. 박 양은 사라진 후 세 곳에서 목격됐다. 첫 번째는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학교 교문과 인근 백화점에서였다. 두 번째는 오후 2시쯤 학교 골목 앞 버스 정류장에서였다. 마지막은 오후 2시 30분쯤 학교 앞 서점과 학교에서였다.

실종 당일 박 양 행적엔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박 양은 수업이 끝난 뒤 담임교사 유 모 씨를 찾아 "수업 용지에 이름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모 씨는 "이름과 번호를 적어 교무실로 오라"고 했지만, 박 양은 무슨 이유에선지 교무실에 가지 않았다.

이어 백화점, 서점 등을 방문한 박 양은 오후 2시 30분쯤 학교로 돌아왔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 경비원 김 모 씨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박 양의 마지막 모습이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다음날인 10일 오후 1시 반쯤, 동남구 성정동 한 주택가 골목에서 박 양의 교복 재킷, 와이셔츠, 치마, 가방, 구두, 브래지어 등을 발견했다. 이 곳은 평소 유흥업소가 즐비한 곳이다.

시력이 나쁜(0.3) 박 양이 안경까지 벗고 사라진 점 등 미뤄 범죄 피해를 추정한 경찰은 현상금을 걸고 용의자를 수배했다. 하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2. 구미 여대생 실종 사건(2002)

2002년 8월 8일 오후 2시쯤, 경북 구미시 구포동에서 대학교 1학년 장윤정 양이 실종됐다.

이날 오후 2시 8분쯤, 장 양은 남자친구를 만나려 버스정류장에 갔다. 장 양은 남자친구에게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출발하겠다"고 문자를 했다. 그리고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다음 날인 9일, 장 양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주변 인물을 수소문하다 사건 해결에 열쇠가 될 증언을 확보했다. 실종 며칠 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 중인 장 양에게 남성 두 명이 접근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실종된 지 1주일 뒤인 15일 오후 7시 30분쯤, 장 양 아버지에게 온 전화도 수상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 양 아버지의 애타는 목소리만 수화기를 맴돌았다. 경찰은 발신 추적을 통해 경북 김천시 한 대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 전화가 장 양 실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발신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당시 경찰은 '부실수사' 논란에 시달렸다. 장 양 부모가 실종 당일인 8일 오후 10시쯤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으나 "혹시 돌아올지 모르니 기다려보라"고 말한 뒤 다음날 오전 9시쯤 지연 신고한 것이다.

장 양의 가족은 "경찰이 뚜렷한 가출동기도 없는 윤정이의 실종 신고를 접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실종 50일이 지나고 수배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다"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3. 우정선 양 실종 사건(2004)

2004년 9월 19일, 경기도 광주 한 아파트 공터에서 우정선(당시 6세) 양이 실종됐다.

우 양은 맞벌이하는 부모님 사정상 큰어머니 집에서 생활했다. 우 양은 큰어머니가 운영하는 아파트 식당 앞 공터에서 자주 놀았다. 실종 당일, 공터 옆에서는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이날 오후 12시 40분쯤, 막걸리병을 따던 한 아저씨 얼굴에 막걸리가 튀었다. 이를 눈물로 착각한 우 양은 식당에 돌아와 "어느 아저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 닦아줘야한다"며 휴지를 갖고 나갔다.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경찰은 실종 다음날(20일) 수사 본부를 설치하고 우 양 행적에 대해 제보받았다. 몇 가지 신빙성 있는 증언이 들어왔다.

첫 번째는 실종 당일 오후 1시 15분쯤 우 양이 광주 한 버스정류장에서 신원 미상 남성과 함께 있었다는 제보였다. 두 번째는 같은 날 오후 8시쯤 우 양이 한 음식점에서 울고 있었다는 제보였다. 정류장과 음식점은 차로 20분 거리였다고 한다.

우 양으로 추정되는 소녀는 광주 한 마을에서 30대 추정 남성과 과자 봉투를 들고 있었다는 제보를 끝으로 목격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의심한 인물이 있다. 일부 목격자는 그가 우 양과 마지막까지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 양 집 인근에 살던 박 모 씨다.

박 씨는 절도 등 전과 7범으로 평소 우 양과 평소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경찰은 박 씨를 집중 수사했지만, 특별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우 양은 12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4. 전주 여대생 실종 사건(2002)

2006년 6월 6일, 전북 전주시 한 대학 수의학과 4학년생 이윤희 씨가 행방불명됐다.

이 씨는 실종 전날인 5일, 자취방(원룸)과 약 1.5km 떨어진 호프집에서 새벽 1시까지 학과 교수, 학생 40여 명과 종강총회를 했다. 이 씨는 새벽 1시 50분쯤에 집에 귀가했다. 그리고는 행방을 감췄다.

평소 이 씨는 결석 한 번 없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실종 뒤 3일 내내 결석하자, 이 씨를 걱정한 친구들이 그의 집을 찾았다.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친구들은 경찰과 119를 불렀다. 잠금장치를 뜯어내 집안에 들어가자, 이 씨가 키우던 애완견 2마리만 보였다. 방안은 심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실종 사건으로 판단한 경찰은 이 씨 집안을 수색하던 중 이상한 흔적을 찾았다. 이 씨가 실종 당일 새벽 2시 59분부터 3분 가량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것이다.

이 씨가 검색한 내용이 문제였다. 이 씨는 '어떤 남학생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내용', '어떤 아저씨가 따라와 자신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내용', '이런 것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느냐' 등을 검색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성추행 피해를 의심했지만, 추가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 씨 집 창틀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친구들은 이 씨가 스트레스 받으면 담배를 폈다고 추후 진술했다). 또 방에 늘 있던 찻상과 공구함 속 망치도 안 보였다.

찻상은 실종 5일 뒤인 13일 이 씨 집 근처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발견됐다. 이외에도 수상한 증거 몇 개가 더 포착됐지만, 이 증거들이 실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밝히지 못 했다. 이 씨는 아직도 소재가 불분명하다.

5. 남해 고속도로 실종사건(2013)

2013년 5월 27일 오후 8시 5분쯤, 경남 진주시 문산읍 남해고속도로 24번 나들목에서 강임숙 씨가 실종됐다.

이날 강 씨가 실종된 현장 근처에서는 연쇄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오후 8시쯤, 서 모 씨 부부가 24번 나들목 부근에서 우측 가드레일을 받는 사고를 냈다. 5분 뒤 강 씨는 서 씨 부부 사고 현장 맞은편 중앙분리대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사고 현장으로 출동한 고속도로 순찰대는 차량 수색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강 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더 이상한 점은, 강 씨 차량 앞유리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이었다. DNA 검사결과 머리카락 주인은 강 씨보다 5분 먼저 사고 낸 서 씨 부인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강 씨 실종과 서 씨 부부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서 씨 부부는 강 씨와 관계를 완강히 부정했다.

하지만 서 씨 부부도, 당시 차량 견인을 위해 출동한 견인차 운전자도 한 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증언이 일치했다. 바로 서 씨 차 조수석에 탑승 중이던 여자, 즉 서 씨 부인이 강 씨의 충돌사고 전 도로에 누워있는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강 씨가 서 씨 부인을 피하려다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뒤, 자신이 뺑소니 사고를 낸 것으로 착각하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너무 감쪽 같이 사라져 범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강 씨 실종이 보험금과 연관됐다는 추측도 있다. 강 씨는 실종된 지 5년만 지나면, 즉 2018년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으면 사망 처리돼 보험금 7억 3000여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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