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만 좋다"는 '카카오택시 블랙' 탑승기

2015-11-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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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카카오가 서울시에서 국내 최초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이하 블

지난 3일 카카오가 서울시에서 국내 최초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이하 블랙)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랙에 '벤츠 E클래스' 등 3000cc급 고급 차량이 투입된다는 소식에 관심이 집중됐다.

'비싸지만 좋다'는 고급 카카오택시 블랙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오전 카카오택시 블랙을 타봤다.

카카오택시 앱에서 블랙을 호출하기 전 자동결제를 위해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했다. 카카오택시 블랙 택시비는 카카오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며 '꼭 카카오페이를 써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카카오택시 앱 / 이하 위키트리

호출한 지 약 5분 만에 출발지로 정한 서울 잠원동 고속터미널역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맞은편에 택시가 도착했다.

'카카오 블랙'이라는 이름과 달리, 차종은 '흰색' 벤츠 E300였다. 언뜻 보기엔 일반 자가용 같았다. 블랙에는 택시 표시등이나 '빈차 표시' 등이 따로 없다. 노란색 번호판으로 일반 차량과 구분할 수 있다.

출발지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한 카카오택시 블랙

블랙은 예약 완료 후 취소하면 취소 수수료 8000원을 내야 한다. 단 호출한 뒤 5분 안에 예약을 취소하면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카카오 택시 앱

카카오 택시 관계자는 "현재는 100대만 운영 중이라 (호출한 장소로부터)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취소 수수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거니까 한 번? 이런 마음으로 호출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기사 박춘호 씨는 길가에 택시를 잠시 세운 뒤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뒷문을 열었다. 푸른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기사를 '승무원(Professional driver)'이라고 부른다.

기사가 도착지에서 뒷문을 열어주고 있다

"출발하겠습니다. 안전벨트 착용해주십시오"

박 씨는 안내부터 운전까지 세심하게 승객을 배려했다. 택시는 부드럽게 달리기 시작했고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ㅇㅇ까지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등 그간 일상 생활에서 타던 택시와 다르게 활용하는 택시라는 점이 와닿았다. 다만 일반 택시와 비교했을 때, 큰 승차감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차량 뒷자석에는 생수병 2종류가 준비돼 있었다. 또한 휴대폰 충전선이 뒷좌석까지 길게 연결돼 있어 휴대폰을 꽂으면 바로 충전이 가능했다.

일반 택시에서 보는 요금 미터기와 결제기는 없었다. 대신 휴대폰 카카오택시 앱에서 기본 금액 8000원부터 금액이 올라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뒷좌석에서 휴대폰 충전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생수 2병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블랙 내부에는 요금 미터기와 결제기가 따로 없다

"처음 타 본 손님들은 어떤 반응이었냐"는 질문에 박 씨는 "택시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는 게 낯설다보니 신기해 하더라. 예술의 전당 가시는 분 등등 여러 분 타셨는데 대부분 좋아하셨다"며 웃었다.

그는 "고급택시 전문 기사 교육을 받아야 카카오 블랙을 운전할 수 있다"며 "동료 모두가 택시 기사를 하던 분들은 아니다. 대기업 퇴직한 사람 등 다양하다"고 했다. 이어 "(나는) 카카오택시 기사로 일했었다"고 덧붙였다.

도착지인 서울 명동 눈스퀘어 바로 옆 도로에서 멈춘 뒤 기사 박 씨가 처음과 같이 뒷문을 열어 주었다. 택시에서 내려 길을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직 택시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블랙은 적어도 방금 내린 승객이 택시에서 완전히 시선을 떼기 전까진 출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카카오택시 앱에는 고속터미널 역부터 명동 눈스퀘어까지 '최종 요금 1만 8700원'이 찍혔다. 요금은 앱에 등록해놓은 신용카드로 자동결제됐다.

카카오 택시 측에 따르면 이 요금 수준은 중형택시의 2.5배, 모범택시의 1.5배 정도다. 특별히 막히지 않을 경우 고속터미널역에서 명동까지 일반 택시를 타면 요금이 약 7000~8000원, 모범 택시는 약 12000~13000원 정도가 나오는 셈이다. 심야 할증이 없는 단일 요금제다.

카카오택시 앱

'카카오택시 블랙 요금은 중형택시의 2.5배가 될 만 할까'라는 물음에는 '그 정도 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서비스가 승객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탈건가'에는 선뜻 결정하기 힘들었다. '꼭' 블랙이 필요한 상황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은 출퇴근, 비즈니스 의전, 교통 약자(노인, 환자 등), 하교 어린이 픽업, 호텔·공항 픽업 등을 카카오택시 블랙 수요층으로 꼽았다. 기념일을 맞이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특별한 날 또는 중요한 행사에 카카오택시 블랙을 활용하기 위해선 특정 날짜와 시간을 따로 예약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은 차량들이 특정 구역에서 대기하다가 호출을 받고 이동한다. 이날은 호출한 지 5분 만에 탑승할 수 있었지만 서울 외곽 지역에서 호출했을 경우엔 승객이 10분~30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블랙도 기존 카카오택시와 같은 방식으로만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 앱에서 '호출하기'를 누르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택시가 배정되고, 택시가 승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카카오는 앞으로 택시 수요의 30%가 고급 차량에 대한 수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예상한 수요층이 블랙을 꾸준히 애용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카카오택시 블랙이 궁금하다면 30일까지 탑승 선착순 3만 명에게 주는 1만 원 할인 쿠폰도 유용하다. 3만 명까지는 카카오택시 앱에서 할인 쿠폰이 자동 적용되며, 할인된 이용 요금으로 결제된다. 이날 택시 요금에서도 쿠폰이 적용돼 8700원만 자동 결제됐다.

세계적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도 기아자동차 K9 차량을 투입해 고급택시 '우버 블랙' 서비스를 올해 안에 시작할 것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모범 택시, 우버 블랙 등과 고급택시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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