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성소수자 총학생회장 김보미 인터뷰

2015-12-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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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을 축하 받는 김보미 씨(가운데) / 김보미 씨 제공 서울대에서 국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을 축하 받는 김보미 씨(가운데) / 김보미 씨 제공

서울대에서 국내 최초 성소수자 총학생회장이 나왔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에 재학 중인 김보미(23)씨는 "커밍아웃의 가장 큰 이유는 떳떳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김 씨는 선거 직전인 지난달 5일 교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커밍아웃했다. 당시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가진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저는 레즈비언이다"

김 씨의 '고백'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김 씨는 "(커밍아웃은) '굳이' 드러내지 말라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소소한 저항이었고, '굳이' 드러냄으로써 제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하고팠던 게 컸다"고 전했다.

그의 용기있는 행동 때문이었을까? 이번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제58대 총학생회 선거에 단독 출마한 김 씨는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선거에서 투표율 53.5%, 찬성 의견 86.8%로 당선됐다. 반대는 11.2%, 기권 0.1%, 무효 1.9%였다.

그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50%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되거나 연장투표를 거쳤었다. 연장투표 없이 본투표에서 선거가 마무리 된 건 18년 만이다.

김 씨는 이례적인 투표율에 "57대 총학생회에서 부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었는데 올해 서울대 내에서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책임있게 해결하고자 한 모습들과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커밍아웃으로 많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김 씨. 특별할 것 같지만 그도 평범한 대학생이다.

중학교 때는 '사고뭉치', 고교때는 '열공'하는 모범생, 대학생인 현재는 '인권'에 관심이 많다는 그런 '평범한' 김 씨의 이야기다.

1. 총학생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은요?

- 학내외적으로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서울대에서 11월 선거(본투표)에 당선되어 1년 활동을 하게 된 총학생회장으로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2. 86.8%의 높은 찬성률로 당선됐는데요. 학생들이 폭넓은 지지를 보인 이유가 있을까요?

- 57대 총학생회에서 부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2015년, 서울대 내에서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책임있게 해결하고자 한 모습들과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큰 호응을 받았던 점이 선거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 같습니다. 더불어 중선관위체제라고 해서, 단과대학과 총학생회 선거를 같이 진행했는데 효과적으로 선거 일정이 진행된 점과 온라인 투표소가 잘 정착된 것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저의 커밍아웃 등으로 이번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켰지만 서울대학교 학우분들이 '이슈'만으로 남기지 않고 공약과 정책, 그리고 저와 지난 총학이 해왔던 일들로 평가를 해주셔서 높은 찬성율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3. 총학생회장 선거 직전 커밍아웃한 건 왜죠?

-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떳떳하고 싶어서였어요. '굳이' 드러내지 말라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소소한 저항이었고, '굳이' 드러냄으로써 제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하고팠던게 컸습니다.

다른 소수자분들께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고, 내 주변엔 없겠지, 성소수자들이 허공에 존재한다고 믿는 분들에게는 실제로 성소수자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고요.

그리고 밝히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는 투표 이후에 밝히는 것보다도 투표 이전에 학우분들께 말씀을 드리는 게 학우들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이 사실을 전제할지라도 당선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저와 많은 소수자들에겐 큰 용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4. 보미 씨가 인터뷰 중인 '위키트리'는 SNS 매체인데요. 평소 SNS 많이 하나요?

- 굉장히 많이 하는 편입니다. 업무 상에서도,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사용합니다.

주변에 어떤 소식이 있는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특히 제 주변 또래들과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제가 알아야할 것들을 찾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아, 그리고 위키트리 뉴스도 많이 보는 편입니다.

5. 중고교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 사고뭉치였어요. 공부는 고등학교 가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고, 중학교 때까지는 엉뚱한 면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어요. 혼도 많이 났었고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1년 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홀로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책임감도 많이 생기고, 장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바탕으로 돌아와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자 공부와 대외활동, 봉사활동 등을 열심히 하면서 좀 더 성숙한 '김보미'를 만들 수 있었고 지금의 모습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6. 지인들은 커밍아웃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셨어요. 걱정도 많이 해주셨지만 진심으로 저를 생각해서 해주신 말씀일 거예요.

7. 불편한 시선은 없나요?

- 서울대학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신 분도 있었고, (일부러 많이 보진 않지만) 관련 뉴스나 인터뷰에 달린 몇 댓글도 눈에 들어와요.

중요한 건 그 시선을 수용하는 저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개의치 않아요.

'한국 사회니까'로 추론되는, 예상했던 반응들이라 크게 상처받진 않지만, 유쾌하진 않죠.

불편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성소수자인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8. 우리나라에서 '성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게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나름의 힘듦을 이겨내는 명언이나 책, 영화 등이 있나요?

- 제가 가슴과 머리에 새긴 명언들이 있는데. 출처는 제가 다녔던 학교 계단과 거울입니다. (ㅎㅎ)

'언젠가 해야할 일이면 지금하고, 누군가 해야할 일이면 내가 하자', '세상은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실천하는 1%에 의해서 바뀐다'. 이고 감명깊게 봤던 영화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는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말로만 '그들이 불행할거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어서오세요 305호에'라는 웹툰도 처음 접하기에 어렵지 않아 재밌게 봤었고요. 소수자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 소수자로서 소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거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9. 소비자아동학부에서 공부 중인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 저의 세부 전공은 아동가족학이에요. 그 중에서 가족학에 관심이 많고 사회학을 복수전공하고 있고요.

처음 입학할 땐, 여성의 일 가정 양립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공부하면서 조금씩 방향성이 바뀌고 있어요.

작년에 학부 심포지엄에서 '성소수자 자녀의 부모자녀 관계와 부모 지지도가 자녀의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쓰고 발표했어요.

생태학적 관점에서 가족을 바라보고 가족체제와 사회의 문화, 정책, 법이 어떤 관계를 갖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고, 더불어 이혼가족에 대해서도 관심이 조금 있어요.

사람마다 삶에서 중요한 가치관이 있고 목적이 있을텐데,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제 인생의 목적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 명확히 정하진 않고 여러 방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10.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쪽의 문제인가요?

- '인권'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고등학교 때 당시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대한민국 청소년 인권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관련 활동을 대학에 와서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학생회 활동에도 이런 지점이 다수 반영되어 있고, 이번 선거 정책자료집에도 관련 공약이 담겨져 있고요.

11. '커밍아웃' 했다는 이유로 보미 씨 관련 기사에 악성댓글이 종종 달리는데요. '악플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악플을 다는 것에 대해 저는 개의치 않아 하는 편입니다.

다만,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있고 여러분 주변 친한 친구, 지인, 형제, 친척, 가족 중에도 성소수자가 분명 있을 거예요.

댓글란에 별 생각없이 남겼던 댓글들처럼 일상 생활 와중에 아무렇지 않게 뱉는 혐오와 폭력 발언이 그들에게는 어떤 상처가 될지, 그런 발언으로 그 분들은 여러분과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주실 부탁드립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