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섬뜩한 씬스틸러 조우진 인터뷰

2015-12-07 17:40

add remove print link

*해당 기사에는 영화 '내부자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여

*해당 기사에는 영화 '내부자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여 하나 썰고. 거 말고, 여 썰라고"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영화 '내부자들'의 살벌한 씬스틸러 '조상무'를 만나러 갔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우진 씨는 미래자동차 오 회장 등 권력자들의 숨은 해결사 조상무 역을 맡았다. 새햐얀 조명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그는 업무 처리 하듯 안상구(이병헌 분)의 손목을 직접 잘라버린다. "상구씨 이제부터 바보로 삽시다"

시종일관 권태로운 표정까지 지어 더욱 소름끼쳤던 악역 조상무.

지난 4일 저녁, 영화 '내부자들' 조상무 역을 맡았던 조우진 씨를 압구정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속 모습보다 훨씬 호리호리하고 젊어보이는 그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하 위키트리

자연스레 튀어나온 첫 질문은 "어떻게 조상무 역을 맡게 됐나"였다. 그는 원고지로 된 메모장에 펜을 든 채 진지하고 느리게 답했다.

"윤태호 작가님 작품을 평소에 굉장히 좋아했는데 웹툰 '내부자들'은 안 읽은 상태였어요. 사전 지식 없이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애초엔 '조상무 수하'역으로 오디션을 봤던 그는 최종 오디션을 거쳐 '조상무'로 뽑혔다.

조우진 씨는 "감독님이 (내가 오디션 지정 대사를 할 때) '생 날연기' 같았다고 하시더라"며 "평범하고 낯선 자여서 뽑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길 가다 보면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안상구에게 악행을 저질렀을 때 섬뜩함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우민호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정갈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차가운 무테 안경을 쓴, 말쑥한 '회사원' 조상무의 악행은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조상무는 다음 악행을 저지르러 가면서 조용히 하품을 한다.

-조상무가 첫 등장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서 있을 땐 이런 캐릭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후 반전을 노린건가

"노린 건 아니었다. 다만 감독님이 계속 물음표였다가 느낌표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조상무의 악행이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조상무 라는 캐릭터가 처음에 어떻게 다가왔나

"물음표 투성이.

조상무라는 캐릭터의 색깔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평범하고 낯선 자'(를 생각했다). 또 감독님이 (조상무는) 살짝 모르겠는,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대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듯 모를 듯, 표정도 있는 듯 없는 듯한 인물을 그리기로 했다"

-평소 모습과 극중 모습이 너무 다르다. '조상무'로 변신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한데

"감독님이 날 조상무로 뽑은 뒤 '살 좀 찌우자'고 하셨다. 대기업 상무가 되기 위해 살을 찌워서 무게감 있어 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마구 먹어댔다. 라면도 먹고, 고기도 먹고. 3일째 되니까 배가 나오고 살이 찌는 게 보이더라.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10kg을 찌웠다"

-단순히 살이 찐 것 뿐만 아니라 풍기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외모, 걸음걸이, 말투 등) 신경 쓴 디테일이 있다면

"참고한 인물은 공장 다녔을 때 만났던 품질보증부 부장님. 굉장히 큰 일을 차분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던 분이다. 톤 변화도 없고, 툭툭 말하는 (스타일이셨다). 웃는지 안 웃는지도 모르겠는.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그걸 조상무 캐릭터에 가져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무테 안경을 써서 분위기가 차가워 보였다.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모습이 더 소름돋았던 것 같다 (조상무, 이런 인간이 결혼을 했다니)

"처음엔 안경을 쓰지 않았다. 피팅 때 감독님이 안경을 딱 들고 계시더라. 그때 써봤고, 촬영장 갔더니 안경을 건네주시더라.

결혼 반지는 내가 끼고 가본거다. 가정있는 사람이면 더 섬뜩하겠다 싶어서.

사촌형네 금은방에 가서 대기업 상무 되는 사람들이 낄만한 시계랑 반지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사촌형이 센스가 있었다. 누가봐도 명품인데 티가 안 나는, 그런 명품 시계와 반지를 주셨다.

감독님께 여쭤본 다음 (반지 끼고) 촬영했는데 별 말씀 없으셨다. 별로였으면 빼라고 하셨을 거다"

-"여 하나 썰고", "복사뼈 위를 썰어야 안 되겠나", "왜요, 뭐 할 말 있어요?" 등 명대사를 남겼다. 기존 대사에서 어떻게 변형시킨건지

"감독님이 계속 드라이하게, 천편일률적으로 하라고 했다. 돈 세듯이. (전체적으로) '빨리 일 끝내고 가야 돼. 야근이니까' 이런 정서를 담으려고 했다. "

-애드리브로 나온 대사도 있었나

없다. 지문 자체가 간결했다. 딱 하나, 두 번째 창고 신에서 "여 하나 썰고, 어?"에서 "어?"였다. 이게 애드리브라고 할 순 없는건가 (웃음)

-이병헌 씨가 조우진 씨 연기를 여러 번 칭찬했다. (밀폐 공간에서 펼친) 이병헌 씨와의 맞연기는 어땠나

"부담과 긴장감이 대단했다. 게다가 첫 번째 테이크에선 이병헌 선배 감상하다가 놓쳤다. 직접 보면 더 매력 있으시고 몰입도가 엄청나다. 또 잘생기셨다.

하지만 그 다음부턴 이병헌 선배가 (진짜) 안상구로 보이더라. 그분은 이미 나를 보며 벌벌 떨고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 뒤부턴 툭툭 나오더라. 몇 분이었지만 길게 느껴진, 마법같은 시간이었다"

조우진 씨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 "안상구 사장, 사장 사장 케주니까 다 똑같은 사장으로 비요?" 등 극중 대사를 섞어가면서 답변을 했다. 자연스럽게 미간에 힘이 들어갔고 조상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던 얼굴에서 서늘한 조상무 모습이 순간순간 스쳤다.

그러나 이내 그는 들뜬 표정으로 '내부자들' 촬영 현장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첫 촬영 끝나고 야식 먹는데, 이병헌 선배는 선망의 대상이니까... 그 분 앞에서 소심했던 것도 있었다. 야식 먹는 자리에서 '같이 앉아도 될까요'라고 했더니 이병헌 선배가 '어~ 앉아 앉아'하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오징어 볶음을 먹는데 오징어가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웃음)"

-'조상무'에 대한 질문이 길었다. 배우 조우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포털 사이트에는 나이 검색도 안되던데.

"'내부자들'로 사실상 대중들께 처음 선보이는 단계다. 캐릭터를 열어 놓고 하고 싶어서 나이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숨기는 건 아니다. 38살이다"

-극중 모습과 실제 모습이 꽤 다르다. 길 가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

"알아봐 주시는 분이 한 분도 없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안 나가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인터뷰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아직도 얼떨떨하다. 좋은지도 모르겠고 실감이 안 난다. 요즘 계속 그러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했다. 연기 인생을 간략하게 들려 달라.

"어느 한순간에 배우를 꿈꾼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동경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 영화 주인공을 따라하는 걸 좋아했다. 똑같다고 칭찬해주면 더하고... 그런 걸 즐겼다. 그러다보니 20살 때 배우에 대한 동경이 많이 커져 있었다"

"무슨 공부를 할까 하다가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하게 됐다. 이후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2007년부터는 드라마나 영화 문을 두드렸다.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자하는 의지도 있었고 연극만 하기에는 사실 배도 고팠다. 무작정 오디션 있으면 지원하고 광고 에어전시·영화 제작사 찾아가고 한 것이 인연이 돼 여기까지 오게 됐다"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나. 끝으로 향후 계획을 들려달라.

조우진 씨는 롤모델 언급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

"부족한 저를 보고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롤모델은 감히 없다. 스스로 아직 판단할 만큼 내공이 안되는 것 같다. 아직 많이 얼떨떨하고 해서 시간이 좀 지나서 내공이 쌓아진 뒤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향후 작품 계획 역시 마찬가지 였다. '반짝 인기'에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옅보였다.

"어디서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 이러한 현상들에 마음의 파도를 만들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다음에 어떤 작품을 맡아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조상무'라는 강렬한 역 다음에 조우진 씨는 어떤 역할은 맡게 될까. 물음표를 간직한 채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상도 사투리로 수줍은 인사를 전했다. "내부자들 많이 봐주이소~"

유튜브, wikitree4you

*글=강혜민, 조형애 기자 공동 취재, 사진·영상 = 전성규 기자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