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래?" 자취-하숙 대신 인기 '쉐어하우스'

2016-01-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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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혼자 사는 외로움,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 자취를 해봤거나 할 예정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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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외로움,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 자취를 해봤거나 할 예정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애로사항이다. 대학교육연구소와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 연구(2014년)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생 52.6%는 혼자 산다. 이들의 평균 월세 비용은 66만 원 수준이다.

외로움과 월세 부담, 두 가지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바로 쉐어하우스다. 미국드라마 '프렌즈', 예능 프로그램 '룸메이트'로 알려진 이 주거형태는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쉐어하우스는 주택 내 부엌과 화장실, 거실 등을 함께 쓰는 집을 말한다. 집주인 눈치를 봐야 하는 하숙과 달리 한 쉐어하우스에 사는 입주자들끼리 독특한 규율과 문화를 만들어 생활할 수 있다.

연세대 인근 쉐어하우스 A / 이하 위키트리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쉐어하우스 A를 찾았다. 4명이 함께 사는 곳이다. 각자 혼자 쓰는 방을 갖고 있지만, 거실, 화장실, 주방은 함께 쓴다.

안으로 들어가니 5인용 나무 식탁과 42인치 벽걸이 TV가 먼저 눈에 띄었다. 거실 겸 식당이다. 한쪽 벽 전체가 유리창문이어서 낮에는 조명을 켠 것처럼 환했다. 거실 왼쪽에 2인용 개수대와 조리 공간, 수납 공간이 마련된 주방이 있다. 양쪽 구석에는 음식물과 일반쓰레기, 재활용품을 담은 통이 있어서 당번이 돌아가면서 비운다고 한다. 월세는 55만 원, 보증금은 두 달치 월세(110만 원)다.

3월 개강을 맞아 서울 여의도동 쉐어하우스 B를 살 집으로 택한 대학생 손지영(23) 씨는 "여자라서 혼자 살기 무서웠는데, 언니 동생들과 함께라서 안심된다"고 했다. 월세 44만 원(보증금 88만 원)을 내고 쉐어하우스에 사는 대학생 이동엽(25) 씨는 "원룸은 작고 답답하지만 이곳은 부모님 집처럼 안락하고 햇볕이 가득 들어와 좋다"고 했다.

손지영 씨가 살 쉐어하우스 B.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6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쉐어하우스 형태는 다양하다. 비슷한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쉐어하우스도 있다. 쉐어하우스를 분양하는 W 업체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거실에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했다.

C 업체는 해외 유학생과 한국인 비율이 항상 절반 수준을 유지하는 쉐어하우스를 운영한다. 월세는 4인실 기준 38만~41만 원, 보증금은 60만 원으로 모두 똑같고 중개수수료로 30만 원이 든다. 이준형(24) 씨는 "국내에서 외국인과 함께 사는 경험과 언어를 배울 수 있어 학원에 다니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실에서는 쉐어하우스에 대한 설명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월세가 부담스러우면 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이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달팽이집'을 참고해볼 만 하다. 보증금 60만 원, 월세 23만 원(2인실 기준)으로 저렴한 편이서 인기가 많다.

아쉬운 점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공급이다. 현재 남가좌동에 1, 2호점이 있고 성신여대 근처에 한 곳이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지만 현재는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민달팽이유니온 정남진 사무국장은 "현재 입주자 모집은 끝났고 자리가 언제 빌지는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쉐어하우스에 사는 것은 상상처럼 낭만적이진 않다. 경험자들은 집을 반드시 방문해 실제 모습과 주변 환경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물론 동거인들과의 내부 규칙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엽 씨는 "업체가 시설 관리를 잘해주는 곳을 찾아 계약할 것"을 조언했다. 이준형 씨는 "개인적인 삶은 일정부분 포기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쉐어하우스는 함께 지내는 삶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십만 원 월세를 내고도 2~4명이 방을 함께 쓰는 쉐어하우스가 많다는 점도 단점이다. 주로 독방을 쓸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쉐어하우스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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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쉐어하우스가 원룸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격과 위치에 대한 만족도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민달팽이 유니온 측 역시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면서 시세의 60~80%로 운영하기는 어렵다"며 "(민달팽이의 경우에는) 출자금, 소셜펀딩,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청년연대은행 토닥 등을 통해 8억 원의 기금을 모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홍형옥 교수는 "쉐어하우스는 인간관계가 있고, 인간다운 주거 생활 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에서 공용공간을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준을 자세히 검토해 법제화한다면 대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윤미, 박병일, 이정은, 김혜정 기자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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